촉박한 권고안 합의 난항 예고…일부 조항 불만, 정부 통제수단 우려도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의료계와 병원계 그리고 정부가 함께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위해 만든 권고문이 최초로 공개됐지만 개원가의 반응은 냉담했다.

의료전달체계 확립은 그동안 개원가에서 꾸준히 지적돼 왔던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의견이 제대로 수렴됐는지에 대한 의문에서다.

게다가 해당 권고안이 또다시 정부의 관리와 규제라는 통제가 될 것이라는 불안감과 함께 권고안 내용에 불만도 표출됐다.

지난 25일 서울역 근처 소재의 한 중식당에서는 '의협 보험위원회·대개협·각 학회·각과 개원의협의회 보험이사 연석회의'가 열렸다.

지난 25일 서울역 근처 소재의 한 중식당에서는 '의협 보험위원회·대개협·각 학회·각과 개원의협의회 보험이사 연석회의'가 열렸다.

이날 참석한 의협 임익강 보험이사는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위한 권고문 초안은 향후 정부가 관련 정책 마련을 위해 참조할 '헌법'과도 같다고 보면 된다”며 “향후 두 차례의 소회의를 거쳐 내용을 검토한 뒤 12월 중순에 최종적으로 의료계 내부적으로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종별 역할 정립한 5대 권고안은?=임 보험이사에 따르면 해당 권고안은 △기능중심의료기관 역할 정립 △의료기관 기능강화 지원 △환자 중심 의료를 위한 기관 간 협력, 정보제공 강화 △의료기관 기능 정립을 위한 의료자원 관리체계 합리화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위한 상시적 추진 체계 마련 등 5대 원칙이 담겼다.

구체적으로 ‘기능중심의료기관 역할 정립’ 항목은 의원급 의료기관은 경증환자 진료와 외래, 병원급 의료기관은 중증환자와 입원, 상급 의료기관은 연구에 매진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의료기관 기능강화 지원’의 경우 병원급에서 경증환자를 진료할 경우 패널티를 부여하고, 의원급의 경우 본임부담금을 낮춰 자율적 규제를 유도하고 있다. 반대로 의원급에서 중증환자를 진료해도 디스어드벤테이지가 있어야한다는 조항도 있다.

또 ‘환자 중심 의료를 위한 기관 간 협력, 정보제공 강화’는 의료인들의 최소한의 정보를 환자들에게 제공하자는 의미로, 의사의 성명과, 전문과, 전문 진료내용 등을 공개하자는 내용이다. 여기에다 의원과 상급병원간 진료를 공유해 상호 의뢰간 원활하도록 하여 새롭게 수가를 책정하는 방법도 담고 있다.

아울러 ‘의료기관 기능 정립을 위한 의료자원 관리체계 합리화’ 병상수를 권역별로 조절하자는 의미이며,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위한 상시적 추진 체계 마련’은 말 그대로 정부, 의사, 환자들이 참여한 협의체를 상시적으로 가동해 수정 보완하자는 뜻이다.

임 보험이사는 "정책 입안과 실행에 있어 상호 충돌할 경우, 해당 권고문이 길잡이 역할을 하게 된다"며 "이것은 의료계 뿐만이 아니라 보험자와 의료이용자, 의료공급자가 대등한 관계로 만들어진 '의료전달체계 협의체'에서 나온 합의안이다"고 설명했다.

◆즉각 검토 웬말?…심층검토 필요 지적=이러한 권고안에 참석한 각 지역‧직역의사회 보험이사들은 크게 반발했다. 이 자리에서 즉각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즉 보다 많은 시간을 투자해 심층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게 보험이사들의 판단이다.

이비인후과의사회 노호상 보험이사는 “해당 권고안은 너무 포괄적이고 방대해서 당장 숙지도 힘든데 당장 논의하고 결정하자는 것은 위협하는 것과 다름 없다”며 “각과별로 논의할 수 있도록 최소한 1~2주의 시간은 줘야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송성용 보험이사도 “해당 권고안은 보험이사들이 결정할 사안인지는 모르겠다”고 의문을 내비쳤다.

비뇨기과의사회 조정호 보험이사도 “한번 읽어서는 절대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다 못본다”며 “몇주간은 논의할 시간을 줘야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특히 일부 보험이사들은 해당 권고안이 단순 지침이 아니라 정부의 통제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했다.

더불어 권고안 내용 중 상급 의료기관에서 경증환자를 진료할 경우 패널티를 주자는 것에는 동의하나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중증환자를 진료했을 시도 패널티를 부여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도 제기됐다.

외과의사회 이세라 총무이사는 “5단계 내용을 보면 의료비용 관리하겠다는 목적이지 의사를 위해서 의료전달체계 확립으로 안보인다”며 “이런 내용이 있다면 앞서 말한 것처럼 각과가 논의할 수 있는 시간을 달라. 외과는 절대 반대”라고 피력했다.

이에 임익강 보험이사는 해당 권고안의 경우 2년 전 일차의료개선협의체 개선 이후 대개협을 통해 의견 수렴을 거쳤기에 졸속으로 추진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권고안은 충분한 의견 수렴을 통해 당초 지난해 발표 예정이었으나 조기 대선과 문재인 케어 등 복지부가 바빠지면서 차일피일 미뤄지다 올해 논의가 마무리 된 것”이라며 “만약 과별로 논의가 마무리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논의할 시간을 드리겠다. 당장 합의를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외과계, 의견수렴 제대로 했는가?=이러한 임 보험이사의 설명과 달리 일부 외과계 개원의들은 해당 권고안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으며, 의견수렴 절차도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흉부외과의사회 김승진 회장은 “대개협 부회장임에도 불구하고 해당 권고안에 대해 한번도 들은적이 없다”며 “의료전달체계 개선은 패널티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하면 안된다. 오히려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포지티브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비뇨기과의사회 어홍선 회장도 “권고안이 12월 15일에 결정된다는 로드맵을 알고는 있었지만, 대외비라고 해서 공식적으로 받아 보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어 회장은 “의협이 의견 수렴 과정에서 외과계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했는지 잘 모르겠다”며 “단순하게 종별로 경증과 중증질환 것은 말이 안 된다. 52개의 경증질환이 규정된 것처럼 외과도 단순치료‧입원에 대해 경증수술을 지정하는 등의 확립이 먼저다. 이것이 없다면 비뇨기과는 권고안을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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