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신문·일간보사=김영주 기자]

구호 요란한 장밋빛 전망 민낯 드러낸 1차 5개년 계획

지금으로부터 5년 전 정부는 제약산업과 관련, 큰 그림을 그렸다. 5년후인 2017년까지 세계 10대 제약강국에 올려놓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한 것이다. 이를 위한 각종 지표도 제시했다. 나열해 보면 ▲생산규모 30조 ▲수출 11조 ▲글로벌 50대 제약 1곳 ▲글로벌 신약 4개 ▲블록버스터급 신약 신약 1개 등이다. 이것이 ‘제1차(2013년~2017년) 제약산업 육성지원 종합계획’의 골자이다.

김영주 부국장

제약업계 입장에선 상당히 유혹적 이었다. 현실을 고려할 때 반신반의 하면서도 그랬다. 이대로만 된다면 그동안 변방으로 취급돼 왔던 제약산업이 중심산업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란 장밋빛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5년 후 받아본 성적표는 초라했다. 물론 올해 연말이 지나야 정확한 통계가 잡히겠으나 2016년말 현황으로 볼 때 제시된 지표 가운데 단 한 가지도 달성을 장담할 수 없는 지경이다. 30조를 목표로 했던 생산규모는 2016년 19조 정도에 불과했고, 11조 목표였던 수출은 3조6000억, 27조원이 목표였던 국내 시장 규모는 21조7000억에 머물렀다. 글로벌 50대 제약의 마지막 50위권 매출이 2조를 훌쩍 뛰어넘는데 비쳐 1조5000억에도 못 미치는 국내 제약 1위 기업의 성적표로는 명암도 못 내민다. 글로벌 신약 4개, 블록버스터급 신약 1개 육성 목표 달성도 기대하기 어렵다. 현실을 도외시한 구호적·과시적 목표에 얽매어 결과적으로 실망과 불신을 키웠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소박하지만 진정성, 2차 5개년 계획 제약강국 토대 닦길…

그래서 일까? 최근 발표된 정부의 제 2차(2017년~2022년) 제약산업 육성지원 종합계획은 1차와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우선 수치의 나열이 없다. 누군가는 알맹이가 없다는 질책도 하지만 목표에 매몰되지 않고 내실을 기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특히 내세우는 구호가 차이가 있다. ‘국민에게 건강과 일자리를 드리는 제약 강국으로 도약’이 2차 종합계획의 기본 목표이다. 제약산업이 곧 국민산업이라는 제약업계의 인식이 반영된, 소박하지만 진정성이 느껴지는 목표라는 관련업계 평이다. ‘2017년 10대 제약강국 도약’이라는 도발적(?) 목표와는 느낌이 많이 틀리다. 2차 종합계획의 구체적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 지향점이 분명하다. 관심 분야는 4차산업혁명시대에 걸맞게 첨단바이오의약품과 인공지능(AI) 활용 신약개발 이다. R&D의 경우 오픈이노베이션을 강력 주문하고 있다. 제약 기업업들이 자체 R&D 수행보다는 대학연구소 등 외부기관에서 보유한 신약 후보물질 도입을 통해 효율적 신약개발을 유도하는 것. 이는 기술 창업 등 일자리 창출과도 연결된다. 눈에 띄는 또 다른 점은 자금 지원 문제이다. 정부 직접 지원 보다는 민간투자 활성화에 포인트를 맞추고 있다. 한정된 정부 지원 보다는 민간투자 유도가 자금에 목말라 하는 연구개발 기업에 더 큰 힘이 된다. 제약 바이오 투자 활성화를 위한 펀드 조성과 민간 R&D 투자 유도를 위한 세제 혜택 확대를 밝히고 있다. 이외 수출지원의 경우 정부가 연결고리가 돼 제약기업이 해외진출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여건조성에 그 초점을 두고 있다.

최근 있은 2차 종합계획 관련 공청회에선 다양한 주문이 쏟아졌다. ‘정부 중심이 아닌 민간 중심의 정책이 필요하다. 신약개발 제약산업 육성과 관련 부서와 부처간 유기적 연결이 필요하다. 신약개발에 대해 일관성 있는 정책이 이뤄지고 있는지 점검이 필요하다’는 등이다. 1차 5개년 계획은 당초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면키 어렵다. 구호만 요란한 장밋빛 전망이 얼마나 공허한 지 그 민낯을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다행이 2차 5개년 계획은 구호나 수치보다는 내실있는 내용에 더 중점을 두었다는 평가이다. 공청회에서 나온 쓴 소리들을 보완·반영해 2차 계획에선 1차에서의 실패를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진짜 제약강국의 토대를 확실히 닦을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