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들 '대국민서신' 발표
'의학적-과학적 사실과 거리가 먼 치료법' 개탄‘

[의학신문·일간보사=정윤식 기자]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들이 '근거 없는 치료와 예방접종 등을 강요하는 일부 의료인을 경계해야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 문제시 된 인터넷 카페 ‘안아키’ 등을 통해 소아청소년들에게 일어난 일련의 사건에 대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들이 분노를 느낀 나머지 대국민서신을 밝힌 것이다.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들은 23일 발표한 대국민 서신을 통해 “인터넷에서 떠돌던 아토피 치료법 등은 허무맹랑한 근거 없는 궤변이었고 피해 아동은 심각한 피부후유증으로 아직까지도 고통 받고 있다”며 우려와 안타까움을 표했다.

실제 해당 인터넷 카페에서는 아토피 치료가 햇볕을 쬐면 치료된다고 함과 동시에 2도 화상을 입은 아이를 치료하려면 대중목욕탕의 열탕 온도에 가까운 40도의 물에 입욕시켜야 한다고 했으며 수두에 걸린 아이에게는 ‘자연스럽게 항체를 형성하는 과정’이라며 파티라는 이름을 붙이고 모임을 열기도 했다.

전공의들은 “과학적 사실에 의거해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합의해 지키고 있는 집단면역이 위협받는다면 감염병의 대유행이 발생하고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게 될 수도 있다”며 “집단면역에 무임승차한 그들이 만들어내는 대유행의 위험은 성실하게 집단면역을 만들어온 다른 국민들이 떠안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어 “이외에도 의학적, 과학적 사실과 거리가 먼 치료법을 가장한 ‘주술’과도 가까운 행위들이 마치 전문성에 ‘자연주의’가 가미된 양 포장됐다”며 “카페 개설자인 한의사에게 인증을 받은 ‘맘닥터’을 통해 퍼져나갔는데 이들 중 진짜 의사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전공의들은 “아이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진료와 치료를 받음으로써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지켜야 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며 “ 전세계적으로 통용되고 인정되는 당위성 있는 과학인 ‘의학’이라는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강조했다.

[대국민서신 전문; 소아청소년의학과]

아이를 키우는 모든 어머니, 아버지에게
소아에 대한 근거 없는 치료와 예방접종에 대한 무분별한 공포심을 조장하는 일부 의료인에 대하여

안녕하십니까? 저희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되기 위한 수련을 받고 있는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레지던트) 입니다.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매진하는 저희로서는, 최근 문제시된 한 인터넷 카페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 때문에 분노와 연민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피해 환아의 아버지의 제보로 실체를 드러낸 '그들'이 권장한 아토피 치료 및 관리는, 보습제 도포를 부정하고, 긁어서 상처가 나고 회복되는 과정에서 아토피가 나으며, 햇볕을 쬐면 아토피가 치료된다는 등의 허무맹랑한 근거없는 궤변이었고, 피해 아동은 심각한 피부후유증으로 아직까지도 고통 받고 있습니다.

'그들'은, 2도 화상을 입은 아이를 치료하려면 대중목욕탕의 열탕 온도에 가까우며 체온보다도 높은 40도의 물에 입욕시켜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온몸에 불로 지지는 듯한 통증을 안겨줄, 고문에 가까운 행위를 치료법이라며 아이들에게 권장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저희는 아직도 믿기지 않습니다.

'그들'은, 열이 나면 관장을 치료행위라고 지속했고, 떨어지지 않은 고열에 계속 노출되며 방치되던 환아는, 결국 대형병원에 이송되어서야 가와사키병을 진단 받습니다.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쳐 후유증으로 남을, 심장을 먹여 살리는 관상동맥에 남은 부작용은, 아이와 그 부모님의 영혼의 흉터가 될 것입니다.

'그들'은, 수두에 걸린 아이가 있다는 소식에, 자연스럽게 항체를 형성하는 과정이라며 파티라는 이름을 붙이고 모임을 가졌습니다. 항체를 얻지 못한 다른 아이가 그 아이로 인해 수두에 걸리면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과학지식은 철저히 무시되었습니다. 그렇게 한 아이가 수두에 감염되어, 집에서 동생을 잉태하고 있는 엄마에게 병을 옮긴다면, 뱃속의 동생에게 평생 남을 장애를 유발할 수도 있습니다.

‘예방접종은 의사들이 만들어낸 허상이다’, ‘자폐장애 등의 위험이 있으니 예방접종을 하면 안 된다'는 주장들 때문에, 과학적 사실에 의거해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합의하여 지키고 있는 집단면역이 위협받는다면, 감염병의 대유행이 발생하고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게 될 수도 있습니다. 집단면역에 무임승차한 그들이 만들어내는 대유행의 위험은 성실하게 집단면역을 만들어온 다른 국민들이 떠안게 됩니다.

이외에도 의학적, 과학적 사실과 거리가 먼, 치료법을 가장한 "주술"과도 가까운 행위들은, 마치 전문성에 "자연주의"가 가미된 양 포장되어, 카페 개설자인 한의사에게 인증을 받은 ‘맘닥터’들을 통해, 감염병과도 같이 퍼져 나갔습니다. 그 곳 어디에도 진짜 '의사'는 없었는데도 말입니다.


이러한 사건들이, 과연 약 안 쓰고 아이를 키운다는 사람들에게만 국한된걸까요?

두 살배기 뇌전증(간질)을 앓아 항경련제를 복용해 오면서 증세를 조절해오던 아이가 어느 날부터인가 병원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양약 먹으면 아이가 멍청해질 수 있으니 한약으로 조절하자"는 할머니의 강권 때문이었습니다. 2년간 1주일에 3~4회 경련을 하며 뇌신경이 모두 타들어가는 동안에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아이는, 결국 멈추지 않는 경련으로 응급실로 실려와 항경련제 주사를 수차례 맞고서야 고통스러운 떨림에서 해방될 수 있었습니다. 간질지속증의 방치로 인해 언어 및 운동발달 지연이 의심되는 상황이었지만, 보호자는 다시 먹던 한약을 마저 먹여야 된다며 자의퇴원하고야 말았습니다.

태어난 지 1주일도 안된 사랑스러운 아이가 고열로 지쳐 응급실에 엄마 품에 실려 왔습니다. 검사상 심한 산혈증과 탈수증상으로 즉각 수액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뒤늦게 병원에 와서 본인이 한의사라고 밝힌 아버지는, 자신이 직접 아이를 치료할 수 있다며 병원에서의 모든 검사와 치료를 거부한 채 아이를 데리고 귀가했습니다. 2일 뒤 계속된 고열로 다시 병원에 온 아이는, 중환자실에서의 2주간의 집중 치료 후에야 겨우 회복되었습니다. 주치의를 자처했던 아버지는, 치료기간동안 단 한 번도 병원에 얼굴을 비추지 않았습니다.

엄마 젖을 먹는 2개월 아이가 고열로 진료를 보러 왔는데, 혈액 검사상 간 효소 수치만 상승되어 있었으며 다른 신생아간염을 일으킬 수 있는 감염 또는 선천적 질환의 증거는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상한 점은 딱 하나, 엄마가 23일째 한의원에서 받은 약제 복용하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아이가 입원한지 3일째부터 정체가 불명확했던 그 약제의 복용을 중단하였고, 이내 환아의 간효소 수치는 정상 수준으로 내려가 무사히 퇴원하였습니다. 해당 약제를 조제한 한의원에서는, 수유모의 한약 복용이 모유수유중인 소아에게는 영향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이를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을 이용하여, 근거 없는 치료를 하며 수익을 편취하는 그들에게 묻습니다.

아이들에게 이런 고통을 줄 권리는, 누구에게 있는 것입니까?

평생 흉터로 남을 후유증은, 누가 안고 사는 것입니까?


아이가 먹는 작은 과자 하나에도 해로운 성분이 없는지 성분표시 하나도 놓치지 않고 골라내는 슈퍼우먼, 슈퍼맨이, 성분표시는커녕 조제과정이 표준화되어있지도 않은 그 약에 아이를 왜 맡기시는지요?

아이가 방사능에 노출될까 두려워 X-ray, CT를 찍어야 할 때면 몇 번이고 묻고 묻는 어머니, 아버지가 어찌, 제대로 배우지도 않은 그들이 X-ray 를 사용하고 판독하겠다고 주장하는데 이를 방관하고 계시는지요?

‘아이 하나를 키우려먼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진료와 치료를 받음으로써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지켜야 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입니다.

전세계적으로 통용되고 인정되는 당위성 있는 과학인, "의학"이라는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2017년 11월 23일
대한민국 소아청소년의학과 전공의 일동 올림

가천대학교 길병원 소아청소년의학과 전공의대표 양동화 외 전공의 16명
건국대학교병윈 소아청소년의학과 전공의대표 권아람 외 전공의 12명
건양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의학과 전공의대표 배준열 외 전공의 6명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소아청소년의학과 전공의대표 백성진 외 전공의 12명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소아청소년의학과 전공의대표 이경은 외 전공의 12명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소아청소년의학과 전공의대표 윤윤선 외 전공의 12명
광명성애병원 소아청소년의학과 전공의대표 강국진 외 전공의 4명
광주기독병원 소아청소년의학과 전공의대표 남명수 외 전공의 12명
국립법무병원 소아청소년의학과 전공의대표 정경 외 전공의 7명
단국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의학과 전공의대표 허승 외 전공의 7명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의학과 전공의대표 김영환 외 전공의 8명
대구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의학과 전공의대표 정영권 외 전공의 8명
동국대학교 일산병원 소아청소년의학과 전공의대표 박상규 외 전공의 9명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의학과 전공의대표 조희연 외 전공의 28명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의학과 전공의대표 김유선 외 전공의 58명
서울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의학과 전공의대표 하일수 외 전공의 15명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의학과 전공의대표 정다이 외 전공의 31명
서울의료원 소아청소년의학과 전공의대표 김현희 외 전공의 3명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의학과 전공의대표 홍준호 외 전공의 54명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소아청소년의학과 전공의대표 이한별 외 전공의 6명
순천향대학교 천안병원 소아청소년의학과 전공의대표 이승주 외 전공의 8명
아주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의학과 전공의대표 노정기 외 전공의 15명
연세대학교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소아청소년의학과 전공의대표 조원제 외 전공의 8명
울산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의학과 전공의대표 설재희 외 전공의 7명
원광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의학과 전공의대표 염정묵 외 전공의 8명
을지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의학과 전공의대표 남지우 외 전공의 9명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부속 목동병원 소아청소년의학과 전공의대표 김이경 외 전공의 11명
인제대학교부산백병원 소아청소년의학과 전공의대표 정선희 외 전공의 9명
인하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의학과 전공의대표 박상미 외 전공의 16명
전남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의학과 전공의대표 홍승희 외 전공의 20명
조선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의학과 전공의대표 박형철 외 전공의 8명
중앙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의학과 전공의대표 김영덕 외 전공의 16명
CHA의과대학교 분당차병원 소아청소년의학과 전공의대표 조용선 외 전공의 16명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소아청소년의학과 전공의대표 최성은 외 전공의 12명
한림대학교 강동성심병원 소아청소년의학과 전공의대표 조홍제 외 전공의 8명
한림대학교 동탄성심병원 소아청소년의학과 전공의대표 김용민 외 전공의 4명
한림대학교 춘천성심병원 소아청소년의학과 전공의대표 안석민 외 전공의 4명
한일병원 소아청소년의학과 전공의대표 방윤군 외 전공의 4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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