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여성인권 향상과 성평등 기여…한센인 의치제작 ‘한국구라봉사회’ 의료봉사상 영광

[의학신문·일간보사=오인규 기자] 가정폭력 및 성폭력 피해 여성들에게 30년간 쉼터를 제공하고 관련 법안 제정 운동을 펼치는 등 여성인권 향상과 성평등에 기여한 상담기관인 한국여성의전화가 아산상 대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왼쪽부터.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신명자 복음자리 이사장(사회봉사상)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아산상 대상) 유동수 한국구라봉사회 회장(의료봉사상)

아산사회복지재단(이사장 정몽준)은 23일 서울아산병원 대강당에서 제29회 아산상 시상식을 개최했다.

이날 대상인 아산상을 수상한 한국여성의전화에는 상금 3억 원이 주어지며 △의료봉사상 △사회봉사상 △복지실천상 △자원봉사상 △효행가족상 등 총 6개 부문 12명(단체 포함) 수상자에게 총 7억 7,000만 원의 상금을 시상했다.

한국여성의전화(대표 고미경)는 1983년 만들어진 국내 최초의 가정폭력·성폭력 전문 상담기관이자 여성인권운동단체로 지금까지 91만 건이 넘는 상담을 진행했으며, 폭력 피해 여성들을 위한 긴급 피난처인 ‘쉼터’를 1987년 개설해 30년간 운영해왔다.

특히 한국여성의전화는 가정폭력방지법·성폭력관련법·스토킹범죄처벌법 발의 등 관련 법률 제정에 앞장서고, 정책제안과 모니터링을 하면서 여성폭력피해자 인권 보장을 위한 제도와 인식 개선에 큰 힘을 쏟았다.

고미경 대표는 “한국여성의전화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보다 현대 사회의 여성 인권에 대한 관심이 많이 높아진 점은 있지만, 아직도 폭력 피해 여성들의 상담이 끊이질 않는 등 우리 사회가 변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다”며 “이번 수상을 통해 폭력 피해 여성들의 보호를 넘어 이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자립센터 설립과 프로그램 마련에 힘쓰겠다”고 전했다.

의료봉사상에는 48년간 한센인에게 의치(틀니)를 제작해 건강증진에 기여한 한국구라봉사회가 선정됐다. 서울대 치과대학 출신이 주축이 된 한국구라봉사회는 매년 여름 한센인 정착촌을 찾아 치과진료봉사를 시행하고 의치를 제작해 제공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4,600명의 한센인에게 60억 원 상당의 의치를 제작해줬다.

1960년대의 한센병은 전염된다는 편견이 심해,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받지 못한 많은 한센인들이 치아를 상실한 채 지냈다. 한국구라봉사회는 이러한 편견에도 불구하고 48년간 의치제작과 보철치료를 해옴으로써 한센인의 구강관리 뿐만 아니라 감염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아 한센병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완화시키는 데 일조했다.

한편 아산상은 1989년 정주영 아산재단 설립자의 뜻에 따라 어려운 이웃을 위해 헌신했거나 효행을 실천한 개인이나 단체를 찾아 격려하기 위해 제정됐다.

아산사회복지재단은 수상자 선정을 위해 각계의 전문가로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지난 6월부터 310여 건의 후보에 대해 예비심사, 서류심사, 현지실태조사, 본심사와 심사위원단 추가 현장실태조사, 아산상 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수상자를 확정했다.

아산재단은 올해 설립 40주년을 맞아 ‘우리사회의 가장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는 재단 설립이념을 계승하고 소외계층 존중 및 복지증진 기여를 위해 가족 사랑과 나눔 정신을 실천한 분들을 수상자로 선정해 정주영 설립자가 우리 사회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되새기고자 했다.

그동안 4,501개 사회복지 단체에 955억 원과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63만 명의 환자들에게 의료비 810억 원을 지원했고, 3만 명의 저소득 학생들이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584억 원의 장학금과 2,322건의 학술연구 과제에 207억 원을 지원하는 등 지난 40년간 우리나라 복지증진을 위해 총 2,556억 원을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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