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현 이대목동 교수, 인공방광수술 500례 돌파 “가벼운 등산, 성생활 문제없어”
수술시간 10시간서 2시간대로 단축-치명적 합병증 ‘장 마비’ 아이디어 하나로 해결

[의학신문·일간보사=오인규 기자] 비뇨기에 생기는 암 중 발생 빈도가 가장 높은 방광암에 걸린 환자들은 두 번 좌절한다. 진단 시 치명적인 암에 걸렸다는 사실과 앞으로 수술 후에는 죽을 때까지 정상적으로 소변을 보지 못하고 소변 주머니를 차야 한다는 것을 알고부터.

일단 소변 주머니를 차면 수시로 살펴보고 갈아야 한다. 소변 주머니 때문에 날씨가 더워지는 여름에는 냄새가 날까 두려워 외출도 꺼려진다. 또한 자칫 소변 주머니를 바꿀 때 잘못 관리하면 피부가 헐어 다시 착용하기가 힘들어질 수도 있다.

불편함과 절망을 없애고 방광암 환자가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가능케 하는 것이 바로 ‘인공방광수술’이다. 암세포가 있는 방광을 제거하고 환자의 소장을 이용해 방광을 만드는 수술로 성공적으로 마치면 정상적으로 소변을 보며 가벼운 등산과 사우나, 성생활도 가능해 환자의 만족도가 높다.

이동현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교수

이대목동병원 인공방광센터(센터장 이동현)는 비뇨기과 이동현·김광현·송완 교수를 중심으로 다른 의사들이 선뜻 뛰어들지 못하는 인공방광수술을 전문적으로 시행하며, 국내에서 가장 케이스가 많은 센터로서 우뚝 섰다.

최근 인공방광 수술 500례를 돌파하며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이동현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본지와 만난 자리에서 “결코 쉬운 수술이 아니다. 경험이 아주 많은 의사라도 온 신경을 집중한 상태로 수술을 하고나면 탈진하기 일쑤”라며 “그래도 인공방광 수술을 고집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바로 환자들이 원하고, 수술 후 일상생활에 가깝게 돌아가며 삶의 질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지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국내 최고 권위자로 손꼽히는 이동현 교수가 처음 인공방광 수술을 시작한 1996년 당시 수술 소요시간은 8∼10시간으로 온종일 수술에 매달려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식사를 제대로 할 수 없어 노인들에게 치명적인 합병증이었던 ‘장 마비’를 간단한 바느질로 빨래 널 듯 보존하는 아이디어 하나로 해결한 노하우 등으로 수술 시간 2시간 30분 수준까지 줄였다. 괄약근의 신경을 살리는 기술의 발달도 주효했다.

그는 “레지던트는 따로 없지만 전문간호사들에 도움을 받아 체계적인 케어 과정이 파트별로 이뤄지는데 당뇨가 없고 항암제 치료를 안 받고 콩팥 기능도 정상이면 12일이면 퇴원까지 가능하다”고 전했다.

전립선과 자궁근종 분야 등에서 탁월한 연구 성과를 보이고 있는 다빈치 로봇수술 분야에서 두각을 내기에는 아직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내비쳤다.

이 교수는 “아직까지 오픈만큼 깔끔하게 할 수가 없다. 임파선 절제가 중요한데 혈관의 주위를 깔끔하게 석션으로 빨아들일 수 없게 되면 암이 재발할 수 있다”며 “결국 수술을 하는 것보다 잘하는 것이 중요한 것 아닌가? 테크닉이 개발되고 기기의 발전이 이뤄진다면 할 수 있겠지만 쉽게 대체될 수 없다고 본다”라고 설명했다.

무조건 수술 보다 항암치료가 먼저? “안된다”

인공방광수술을 하고 있는 이동현 교수 모습.

한편 의료는 결국 의사 중심이 아닌 환자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구체적으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항암치료를 우선시하는 분위기도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항앙치료의 효과만을 기대하며 1사이클·2사이클·3사이클을 무작정 지켜볼 것이 아니라 혈뇨가 나온다던지 소변이 불편하다면 빠르게 수술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동현 교수는 “항암치료제가 100% 효과가 있다면 얼마든지 권하겠지만 굉장히 좋은 약들도 60~70% 수준에 불과하다”며 “그 사이에 암이 번지고 상황이 안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 먼저 수술하고 치료를 하는 것이 좋을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이라고 설명하며 근거마련을 위한 연구도 진행 중에 있음을 알렸다.

인터뷰를 마치며 그는 “환자 치료 보다 개원을 먼저 생각하는 분위기가 만연한 가운데 더욱 고통받는 비뇨기과의 안타까운 현실 속에서 후학양성에 어려움이 있다. 대한비뇨기종양학회 워크숍 등에서 라이브 서저리를 시행할 계획도 있는데 꾸준히 배움의 장도 마련하고 싶고 많은 참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또한 “오래 사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보다 품위를 지키며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싶다”며 “중국 등 해외환자 유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며 앞으로 소변주머니를 차는 환자 없는 시대 만들겠다”며 환한 웃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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