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불가 국민 공감 얻지 못하고 오히려 ‘비호감’ 전락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수호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저지를 위해 펼치고 있는 홍보 광고가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일어난 포항 지진으로 건물이 일부 붕괴된 사진을 활용해 국민 건강도 무너질 수 있다는 비유를 한 광고가 적절치 못하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의협 비대위가 일부 일간지에 게재한 광고

물론 한의사에게 현대의료기기를 허용하는 법안이 이번 포항 지진 피해만큼의 국가적 재난이 될 것이라는 비대위의 판단에 대해서는 이해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국민에게 공감을 얻어내겠다던 비대위의 목표와는 달리 오히려 국민들에게 비호감으로 낙인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실패한 홍보’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비대위는 지난 21일 일간지 1면에 ‘돈 앞에 안전이 무릎 꿇는 사회, 한의사 의과의료기기 허용, 국민건강 한방에 무너집니다’라는 문구로 대국민 홍보에 나섰다.

여기서 문제는 이 문구 배경이 최근 포항에서 지진으로 인해 무너져가는 건물 사진을 이용했다는 점이다.

이렇게 재난을 비유해 역풍은 맞은 광고는 한 사례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50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삼풍백화점 붕괴사건을 비유해 ‘뼈대가 튼튼했더라면’이라는 문구와 당시 붕괴된 건물 사진을 활용한 우유 광고가 그 대표적이 예다.

한 비대위 관계자는 “의사들이 지진 피해현장을 찾아 적극 나서야할 상황에서 이런 광고는 국민들이 보기에 거부감이 있을 수도 있다”며 “의도한 광고는 아니지만 혹시라도 반감을 살까 우려스러운 것이 사실이다”고 언급했다.

또 한 의협 임원는 “국민들에게 접근하는 홍보물은 심도 있는 논의과정이 있어야한다. 홍보기획성만 따질 것이 아니다”라며 “비대위에서 이러한 논의를 거치지 않고 광고를 내보냈다면 이들의 불성실로 인해 의사회원들에게 피해를 주는 꼴이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비대위 광고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은 일부 의사회원들도 마찬가지다.

한 의사 회원은 “비대위의 광고로 있던 신뢰마저 저버리는 것이 아닌지 굉장히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며 “사회적 분위기를 살피고 의사들이 어떻게 비춰지는지를 파악하고 검증해 광고를 내보내야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이런 광고를 기획한 것이 비대위 전체 의견인지가 궁금하다. 일부 독자적으로 행사하는 위원들이 검증 없이 진행한 것 아닌지 우려된다”며 “의사를 대표하는 단체라면 좀 더 공정하고 자율 정화할 수 있는 체계적 의사결정 구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특히 더 이상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관련 운영진을 물러나게 해야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 비대위 내부적으로 말이 있었던 걸로 알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율하지 못한 비대위 운영진 중 한 사람은 물러나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의협 비대위 안치현 대변인은 “이번 지진으로 인해 여러 피해가 있었고, 이런 점에 대해선 안타까운 마음을 갖고 있다”며 “다만 포항에서 일어난 지진으로 인한 피해를 이용하거나 조롱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이러한 일이 다시는 생겨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비대위는 지난 세월호 참사로 많은 학생이 숨진 단원고나 위안부 소녀상을 비하하는 표현 등으로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는 작가를 기용해 웹툰을 제작한 것에 대해서도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