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독감을 ‘독한 감기’라고 생각하지만 독감은 계절성 유행질환으로, 사계절 유행하는 감기와 달리 주로 겨울에서 이른 봄철에 발생하며 폐렴, 천식 등 합병증으로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실제로 심평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만 223명이 독감으로 사망했다.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 노인, 만성질환자의 경우 독감이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어 예방이 특히 중요하다. 독감 백신은 독감을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이고 손쉬운 방법으로 손꼽힌다.


예방 범위 넓은 4가 독감백신 질병 부담 낮춰
6000억 국내 독감백신 시장 다양한 제품 경쟁

■국내 4가 독감백신 시장 규모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해마다 변이를 일으키기 때문에 매년 변하는 유행 바이러스에 따라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매 겨울마다 유행 바이러스 예측 결과를 발표하면 그에 따라 매년 백신의 조합을 새로 구성하고 있다.

그러나 B형 바이러스의 경우 시기나 지역에 따라 다양한 양상으로 동시에 유행하는 등 인플루엔자 유행의 역학 변화가 일어나며 유행하는 바이러스에 대한 예측 불일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기존 3가 백신은 B형 바이러스 두 가지 유형 중 하나만 예방이 가능해 인플루엔자 역학의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웠다.

4가 독감 백신은 기존 3가 백신보다 예방 범위가 넓어 인플루엔자에 의한 사회적 부담과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미국 질병관리본부(CDC), 유럽의약품청(EMA) 또한 4가 독감 백신의 접종을 권장하고 있다.

3가 독감 백신 대신 4가 독감 백신을 사용했다고 가정할 경우, 지난 10년간 유럽 내에서만 독감 발병건수 최대 160만 여건, 입원 건수 3만 7천여건, 사망자 1만 5천여명을 예방할 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해 4가 독감 백신의 등장으로 독감 백신 시장에서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4가 독감 백신은 기존 3가 독감 백신에서 1종의 B형 바이러스주에 대한 예방 효과가 추가된 백신이다.

2017년 국내 독감 백신 시장의 규모는 약 6000억원 규모로 예상되며, 2000만명 분량의 독감 백신이 공급될 예정이다.

4가 백신에 대한 의학적 수요가 높은 만큼 국내 독감 백신 공급 물량의 절반(1000만명 분량)은 4가 독감 백신이 차지하고 있으며, 사노피파스퇴르 등 다국적 제약사 2곳 외에도 국내 제약사 6곳이 총 9종의 4가 독감 백신을 공급한다.

국내에서의 독감 백신 제조는 1989년 사노피 파스퇴르가 독감 백신 원액을 국내 최초로 공급 하며 시작됐다. 사노피 파스퇴르는 60년 이상의 독감 백신 제조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는 독감 백신 전문 기업으로 전세계 독감 백신의 40%를 공급하고 있다.

사노피 파스퇴르의 독감 백신은 독감 백신 제조 노하우가 집약된 프랑스 내 백신 생산 시설에서 생산돼 120개국에 공급되고 있다. 국내 공급되는 ‘박씨그리프테트라주’ 또한 프랑스 내 제조시설에서 완제품으로 생산된다.

국내 백신 제조 기술도 발전하여 현재는 국내 제약사 중 녹십자, SK케미칼, 일양약품 3곳이 직접 원료 및 완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보령바이오파마와 동아ST, 한국백신은 사노피파스퇴르 등 다른 제약사로부터 원료를 수입해 국내에서 포장하는 방식으로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제약사별 4가 독감백신 특징

독감 백신 개발의 역사가 짧은 국내 제약사들은 국내 최초 독감 백신, 최초 세포 배양 방식 독감 백신 등 제품이 기록한 ‘최초’의 기록을 강조하며 제품의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국내사 중 최초로 4가 독감 백신을 개발한 제약사는 녹십자로, 2015년 11월 ‘지씨플루쿼드리밸런트프리필드시린지주’가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 녹십자는 3가 독감 백신을 30개국에 수출하고 있어 4가 독감 백신 또한 글로벌 시장에 출시할 수 있을지 기대되고 있다. 단, 품목 허가 당시 만 65세 이상 성인에 대한 적응증을 획득하지 못했다가 지난 8월 말 65세 이상 성인에 대한 적응증을 추가 획득했다.

SK케미칼은 새로운 방식의 독감 백신을 개발했다. 2015년 12월 세계 최초의 세포배양 4가 독감 백신 ‘스카이셀플루4가 프리필드시린지’에 대해 식약처의 허가를 받았다. 세포배양 방식은 기존 제품 대비 생산 기간이 짧아 생산성이 우수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SK케미칼은 올 연말과 내년 초 국내 시장에 4가 독감 백신 535만 도즈를 공급할 예정이다.

일양약품은 앞서 4가 독감 백신 개발에 성공한 국내사인 녹십자, SK케미칼과의 차이점을 강조하고 있다. ‘테라텍트프리필드시린지주’는 국내사가 개발한 유정란 방식의 4가 독감 백신 중 최초로 65세 이상에서도 접종이 가능한 백신이다. 유정란 배양 방식은 70년 이상 동안 사용된 만큼 안전성이 입증됐다는 점이 장점이다.

현재 ‘스카이셀플루4가 프리필드시린지’를 제외한 국내 출시된 8개 제품은 모두 유정란 배양 방식에 기반해 생산되고 있다.

독감 백신의 목적은 인플루엔자 질환 예방에 있는 만큼 백신의 예방효과를 확인하는 임상시험에 충분한 수의 환자가 참여했는지, 연구 디자인이 잘 조직되었는지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글로벌 제약사는 다양한 지역과 인종을 대상으로 한 글로벌 임상 데이터를 내세우고 있다.

사노피 파스퇴르의 4가 독감 백신 ‘박씨그리프테트라주’는 아시아를 포함해 유럽, 남미, 오세아니아 등 다양한 지역에서 5천명 이상이 참여한 글로벌 대규모 임상을 통해 탄탄한 임상 프로파일을 구축했다. ‘박씨그리프주’와 ‘박씨그리프테트라주’의 면역원성을 비교한 임상연구에 따르면, 박씨그리프테트라주는 박씨그리프주와 공통된 3가지 아형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주에 대한 면역원성이 비열등하며, 박씨그리프주에서 추가된 1가지 아형의 B형 바이러스주에 대해서는 면역원성이 우월함을 확인했다.

‘플루아릭스테트라’는 또한 글로벌 임상연구를 통해 3가 백신 대비 추가된 B형 바이러스에 면역원성이 우월함을 확인했다. ‘플루아릭스테트라’는 만 18세 이상 성인 4656명을 대상으로 한국, 미국, 독일, 스페인, 루마니아 5개국에서 임상 연구를 시행했으며, 만 3~17세 소아 및 청소년 2738명을 대상으로 미국, 독일, 프랑스, 필리핀, 체코 등에서 임상 연구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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