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이드라인 나올때까지 현재 기준대로 진료 유지해야
대한고혈압학회, 심혈관질환 예방적 차원 긍정적 검토 예정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미국 학계에서 최근 내놓은 고혈압 진단 가이드라인을 그대로 우리나라에 적용할 시 국민의 절반 이상이 고혈압 환자로 분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미국 심장학회(ACC)와 심장협회(AHA) 관련 11개 학회는 1단계 고혈압을 수축기 혈압이 130~139mmHG 또는 이완기 혈압이 80~89mmHG로, 기존 고혈압 기준이었던 수축기 혈압 140mmHG 이상 또는 이완기 혈압 90mmHG를 2기 고혈압으로 격상시킨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대한고혈압학회(이사장 조명찬)에 따르면 미국에서 제시된 기준을 적용하면 30세 이상 한국인 절반 가량이 고혈압으로 분류 될 수 있는 상황이다.
2015년 국민건강영양조사(KNHANES) 데이터만 보더라도 30세이상 성인에서 이전 기준으로는 전체 32% 남자 35.1% 여자 29.1%가 고혈압이었다. 여기에 미국 새 기준을 적용할 경우 전체 50.5% 남자 59.4% 여자 42.2%이 고혈압을 판정을 받게 된다.
즉 기존 고혈압 환자가 1001만8000명이지만 미국 새 기준을 적용하면 환자는 약 650만 명이 늘어난 1652만7000명으로 증가하게 된다는 게 학회 측 주장이다.
미국의 경우도 고혈압 유병률이 31.9%에서 45.6%로 상승하게 되고 약 3100만명의 인구가 새롭게 고혈압으로 분류된다.
조명찬 이사장은 “고혈압의 진단 기준을 바꾸는 것은 사회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이 엄청나다”며 “우리나라 고혈압 정의가 당장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심혈관질환의 예방적 차원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긍정적인 검토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새 기준 발표 이전까지 일선 임상현장에서 혼선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새로 고혈압 판정을 받는 650만 명이 당장 치료를 받아야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국내 가이드라인 준비 전까지 기존지침 유지 당부=이에 따라 고혈압학회는 국내 가이드라인이 나오기 전까지 진료현장에서는 현재의 기준대로 진료를 유지해줄 것을 당부했다.
서양인과 동양인은 체형과 식습관, 환경 등이 다르기 때문에 미국 가이드라인이 국내에 그대로 적용될지 미지수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학회는 내년 초 가이드발표를 목표로 준비 중이며, 그 기간동안 전 국민적으로 혈압을 지금보다 낮춰야한다는 취지의 홍보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조 이사장은 “안전한 고혈압 약이 개발되고, 예방의학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사실상 미국 가이드라인이 바뀔 것이라고 예측한 상황이었다”며 “이에 학회는 산하에 진료지침위원회를 만들어 논의를 진행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해당 위원회를 통해 먼저 미국 가이드라인의 목표 혈압을 그대로 받아드릴지에 대한 문제부터 고혈압 전 단계를 1기와 2기로 나눠서 구분할지 등 세부사안을 조율하고 있다”며 “일본, 중국학회와도 조율 중이기에 발표를 기다려 달라”고 요청했다.
◆고혈압 질환 예방적 차원 접근 긍정적=학회는 이번 미국의 새로운 가이드라인이 고혈압 질환을 예방적 차원에서 접근할 수 있게된 점에는 긍정적인 의견도 피력했다.
그런 차원에서 학회는 새로운 미국지침에 대해 의견을 조율 중에 있으며, 이를 제대로 벤치마킹한 타국 고혈압 학회와도 의견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 이사장은 “철저한 혈압조절은 심혈관사건과 사망율 감소에 도움이 된다는 의학적 근거에 기반한 접근으로 받아들일만 하다”며 “학회는 지난 2013년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이미 가이드라인 개정을 준비해왔다. 이번 미국의 발표를 고려해 내년 초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조 이사장은 “미국의 고혈압 진료지침 개정이 우리나라 고혈압의 인지도 뿐만아니라 치료율과 조절율이 향상돼 우리나라 사망원인 2, 3위인 심장질환과 뇌혈관질환 감소되면 좋겠다”며 “생활습관 개선의 중요성도 다시 부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