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기 진료 향상·뇌졸중·대장암 최고 수준…경상의료비 지출 수준은 현격히 낮아

[의학신문·일간보사=안치영] OECD 회원국 중 한국의 보건의료수준이 전반적으로 향상됐다. 하지만 국민 1인당 경상의료비 또한 OECD 평균보다 훨씬 낮은 것으로 드러나 이른바 ‘의료 원가 적정성’에 대한 논란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11월 10일(프랑스 현지시각)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에서 발표한 회원국의 보건의료 성과(2015년 기준)에 의하면, 한국의 보건의료 수준은 전반적으로 향상된 반면, 만성질환 관리는 다소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7 한 눈에 보는 보건(Health at a Glance)’에 수록된 이번 분석 결과, 우리나라는 급성기 진료 및 외래 약제처방 수준이 지속적으로 향상되었고 특히, 뇌졸중과 대장암(colorectal) 진료 성과가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으로 나타났다.

‘급성심근경색증’과 ‘뇌졸중’의 30일 치명률(입원 시점을 기준으로 30일 내 사망한 입원 건의 비율)을 살펴보면 2015년 45세 이상 허혈성 뇌졸중 입원 환자의 30일 치명률은 3.9%로 OECD 회원국 평균 8.2%에 비해 우수한 수준이었다.

또한 2009년 비교에서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을 보였던 급성심근경색증 30일 치명률은 지속적으로 감소해 2015년은 8.1%로 줄었으며, 현재 OECD 평균(7.5%)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5년 순 생존율(Net Survival, 암이 유일한 사망 원인인 경우, 암 환자가 진단 후 5년 동안 생존할 누적 확률)로 본 한국의 암 진료수준은 대장암과 유방암이 각각 71.6%, 86.3%로 OECD 평균(63.0%, 85.0%)보다 높았다.

특히 직장암의 순생존율은 71.0%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성과를 보였다.

우리나라 의료의 질적 수준 파악을 위해 ‘환자의 외래 진료 경험’을 조사한 결과, ‘진료‧치료 결정 과정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비율은 81.8%, ‘의사의 진료시간이 충분했다’고 느끼는 비율은 77.9%로 나타났다.

아울러, 의사의 설명을 쉽게 이해한 비율은 87.1%, 궁금한 사항이나 걱정을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은 환자는 81.7%로 조사되었다.

다만 환자 경험 통계는 조사방법과 응답률 등 국가별로 산출방법이 상이해 국가간 직접 비교 및 해석 시 주의가 요구된다.

외래 약제 처방을 통한 의료의 질 중 2015년 한국의 외래 항생제 사용량은 24.3DDD(Defined Daily Dose, 의약품의 주된 성분이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 하루 동안 복용해야 하는 평균 용량)/1000명/일로, 증가 추세가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에 인구 1000명 당 24.3DDD를 처방받았다는 의미다.

그러나 광범위 항생제에 해당하는 퀴놀론과 세팔로스포린 항생제는 8.6DDD/1000명/일을 사용, 전체 항생제의 35.4%를 차지했으며 이는 OECD 평균(3.5 DDD/1,000명/일) 보다 높은 수준이다.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계 질환 예방을 위해 진료지침은 지질저하제 처방을 권고하고 있는데, 2015년 한국의 처방률은 61.3%로, 지속적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고혈압 동반 환자의 당뇨병성 신증의 위험과 다량 알부민뇨증의 진행을 늦추기 위한 일차선택 항고혈압제의 처방률도 2015년 79.9%로 늘어나, 당뇨병 환자의 약제처방 수준이 계속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65세 이상 인구 중, 최면진정제 종류인 벤조다이아제핀계 약물을 장기간 처방받은 환자는 인구 1000명당 10.0명으로 OECD 평균(24.8명)보다 14.8명 낮았다.

반면 벤조다이아제핀계 중 장기작용(long-acting) 약물을 처방받은 환자는 인구 1000명당 192.0명으로 OECD 회원국의 평균(63.7명)보다 높았다.

이는 한 해 동안 벤조다이아제핀계 약물을 매일 복용하도록 처방받은 65세 이상 환자 비율은 낮지만, 장기작용(long-acting) 벤조다이아제핀계 약물을 한번이라도 처방받은 비율은 높음을 의미하므로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일차의료 영역에서 관리를 잘하면 입원이 예방되는 만성질환 중 ‘천식’, ‘만성폐색성폐질환’ 및 ‘당뇨병’의 입원율은 각각 인구 10만 명당 94.5명, 214.2명, 281.0명으로 모두 OECD 평균보다 높았다.

이 같은 질환들로 인한 입원율이 높다는 것은 일차의료 단계의 관리 소홀로 질병이 악화되었거나, 결국 입원 병상이 비효율적으로 활용되었음을 의미하므로, 만성질환에 대한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환자 안전과 관련한 ‘복부수술 후 패혈증 발생률’은 퇴원 10만 건 당 380.6건으로 OECD 회원국 중에서 발생률이 가장 낮았다.

또한 조현병 환자의 남성과 여성의 초과사망비(일반인구집단의 사망률 대비 정신질환자 사망률의 비)는 각각 4.1, 5.4로 OECD 평균(3.6, 4.7) 대비 다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급여+비급여 더해도 의료비 ‘23조원’ 부족

만성질환을 제외하고 각종 보건의료지표는 향상됐지만, 지표 대비 투자 자원은 아직도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의료 부문 서비스 및 재화에 소비된 국민 전체의 1년간 지출 총액을 의미하는 우리나라의 국민 1인당 경상의료비는 2729US$PPP(Purchasing Power Parity, 회원국의 물가수준을 반영한 환율)로 OECD 평균(4003 US$PPP)보다 낮았다.

아울러 2016년 GDP 대비 경상의료비 지출 규모(7.7%)도 OECD 회원국 평균(9.0%)보다 적게 나타났다. 2016년도 통계는 잠정치이다.

확정 수치인 2015년 통계를 참조하면 한국의 GDP 대비 경상의료비는 7.4%로 OECD 평균인 8.9%보다 1.5% 낮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2015년 한국의 GDP는 1558조원 수준으로 GDP에 따른 2015년 한국의 경상의료비는 약 115조2920억원이다.

이에 따르면 2015년 한국의 경상의료비는 OECD 평균치보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23조3700억원이 부족하다.

한국은 OECD 국가와 비교해 우월한 보건의료지표를 보여주고 있지만, 정작 공급자에게 돌아가는 비용은 23조3700억원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이 금액은 급여권에도, 비급여권에도 포함되지 않는 ‘순수 부족 금액’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비용 지출 항목은 국가간 상이한 보건의료체계 등을 고려한다면 가치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 "단순 숫자와 통계로만 이해를 해주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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