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벽 속에서 소외되는 의사들 문제, 격차 없는 별도 세션 등 묘안 필요

[의학신문·일간보사=오인규] "Do you speak English?"(영어 하세요?)

추계학술대회가 한창인 요즘 의학회들은 너나할 것 없이 ‘국제화’를 키워드로 내세우고 있었다.

아시아를 넘어 세계 속의 글로벌 리더로서 역할을 다하겠다는 원대한 목표와 더불어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키워 학술 역량을 널리 알리자는 포부다.

이에 따른 긍정적 반응으로 해를 넘겨 계속 되는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문제와 북핵 위기 등에 이슈에도 불구하고 앞선 의술을 배우고 소통하기 위해 한국을 찾는 외국 연자들은 꾸준히 늘고만 있는 모습이다.

덩달아 흔히 국제표준어로 부르는 영어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심포지엄을 영어로 진행하며 영문 책자와 홈페이지는 필수이고 국제학술지를 목표로 모든 논문 투고를 일부 번역비를 지원하며 영어로 받겠다는 학회들도 상당수다.

하지만 영어세션이 늘면서 궁금해도 들을 수 없는 토픽이 생기고 소외되고 있는 언어의 벽을 겪고 있는 의사들도 함께 증가하고 있어 문제다. 세계화 시대 속에서 언어가 권력이 되고 주류에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이 권력을 가지는 현상이 의료계에도 간극으로 벌어지고 있는 모습인 것.

영어가 서툴 경우 연자의 목소리 보다 눈 앞 스크린 속에 요약된 PPT를 빠르게 집중해야 하는 과정 속에서 질문을 해소하는 소통은 커녕 오히려 궁금증만 커지며 학회장을 향한 발걸음이 줄어들게 되는 현실. 어쩌면 우리는 영어를 해야만 ‘글로벌’한 프로그램이 된다고 느끼는 것은 아닐까?

외국 연자들에 비율이 올해 10%를 돌파할 정도로 글로벌화에서 대표적인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는 영상의학회도 고민은 마찬가지였다. 시간대와 상관없이 영어로 들을 수 있고 동시에 한글로도 문제없이 이해할 수 있는 별도 세션 구성 등 묘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어는 모국어가 아니니 생기는 불편함을 당연히 감수해야할 것인가? 아니면 지금이라도 영어공부를 다시 시작해나가야 할지 아니면 학회들이 앞장서서 영어교육도 해야 할지.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앞으로 영어에 서툰 한국의사들의 학회 참여를 오히려 걱정해야 하는 것은 아닐지 우려된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