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부 문케어 대응과 대동소이 ‘무용론' 대두…노인정액제 책임 선긋기도 문제
의-정간 소통 창구 단일화 위한 비대위-집행부 역할 분담 필요성 지적

왼쪽부터 의협 비대위 이동욱 사무총장, 투쟁위원회 김승진 사무총장, 조원일 조직강화위원장, 이필수 비대위원장, 최대집 투쟁위원장, 안치현 대변인

의료계 일각에서 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수호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의 존재 여부를 두고 무용론 등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비대위가 지난 1일 진행된 건강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 참여해 밝힌 문재인 케어 시행 전 요구사항들이 기존 의협 집행부 입장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이유에서다.

심지어 집행부에서 내놓은 구체적인 제시안보다도 못한 기본적인 저수가 원가보전이나 필수의료부터 급여화하라는 단순한 논리에서 접근했다는 것에 대해 실망한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 의료계 인사는 “건정심에 참여한 비대위가 언급한 내용을 보면 기존 집행부 주장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불필요한 임시총회를 열어 불필요한 비대위가 생긴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투쟁만을 고집하던 비대위가 협상의 움직임을 보이는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나 집행부와 같은 입장이라면 굳이 대의원회 산하 비대위를 구성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그렇다면 집행부 산하 특별위원회로 가도 문제 없었던 것 아니냐”라고 질타했다.

특히 투쟁으로 의료계 역량을 강화하겠다던 비대위가 협상을 구걸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비난도 제기됐다.

외과를 운영 중인 한 개원의는 “비대위는 투쟁의 힘을 모아 협상을 도모하자는 지향점을 갖고 꾸려졌는데 건정심에 참여해 저수가에만 치중하고, 협상을 구걸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굉장히 치욕적이다. 최악의 비대위”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그간 의협 집행부가 문케어 시행에 앞서 정부에 다각도로 제기한 요구사항에 비해 이번 비대위의 건정심 대응은 구체적이지도 않고 형편없었다는 게 해당 개원의의 판단이다.

실제로 의협 집행부는 정부 측에 문 케어에 앞서 △필수의료와 재난적 의료비 중심 단계적 보장성 강화 △적절한 보상 기전 및 합리적인 급여 기준 마련 △국민 의료쇼핑과 대형병원 쏠림현상 방지하기 위한 의료전달체계 마련 △신의료기술 도입 위축 인한 우리나라 의료 발전 저해 요소 차단 △현 건강보험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충분한 재정 확보 △의료계 전문가로 구성된 장관 직속기구 신설 등 6가지 기본 원칙을 요구한 바 있다.

아울러 비대위가 건정심에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한의계 노인정액제 상한선 인상 결정에 대한 그 책임론에는 선을 긋는 모습이 보기 좋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의료계 임원은 “건정심 위원으로 참여했으면 힘을 합쳐도 어려운 판국에 비대위의 목적이 문 케어와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허용 저지라는 이유로 노인정액제는 집행부 탓으로 돌리는 것은 책임 회피에 불과하다”며 “최소한 의료계 대표로 건정심에 참여했다면 책임감을 갖고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해야 했다”고 힘줘 말했다.

이밖에 지난 임총에서 의협 추무진 회장의 탄핵안이 부결됐는데도 불구하고, 대의원회가 비대위를 구성한 것부터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는 비판도 거세다.

전 의협 임원은 “추무진 회장의 불신임이 가결됐다면 비대위를 만들어 대응하는 것이 맞는데 부결됐다면 오히려 전권을 집행부에 주고 책임을 지웠어야 했다”며 “이도 저도 아닌, 이중적 협회 구조를 만든 책임에서 대의원회는 결코 자유롭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현 시점에서는 비대위와 집행부의 역할 분담 및 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의협은 정부와 협의를 위한 단일화 된 소통창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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