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억 한국인뇌MR영상데이터 센터장, ‘MRI 이미지 빅데이터화 완료’
11개 종합병원 1만5천여 명 분량…뇌 질환 연구 효용성 기대감 높아질 것

“홈런을 쳐야만 하는 연구라면 포볼이나 삼진을 어느 정도 감수해줘야 합니다. 1년 단위의 연구과제였지만 1만5천여 명의 뇌 MRI를 정량화한 데이터베이스를 지난 5년간 구축할 수 있도록 기다려줘 이번 연구 결과가 더욱 의미를 갖게 됐죠.”

김동억 한국인뇌MR영상데이터센터장(동국대학교일산병원)

이미지에 불과하던 자기공명영상을 숫자로 이뤄진 데이터로 바꿔 뇌 질환 연구 시간을 단축하고 최근 이를 인공지능에 적용해 상용화를 시도 중인 ‘한국인뇌MR영상데이터센터(이하 뇌MR센터)’ 김동억 센터장(동국대일산병원)이 본지(일간보사·의학신문)와 만나 해당 연구가 가능했던 이유를 이렇게 표현했다.

김동억 센터장은 한국인 뇌 MRI의 표준을 만드는 유일한 기관인 뇌MR센터가 국가참조표준센터로 지정된 2010년 이후 2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2012년부터 동국대일산병원을 중심으로 11개 대학병원 및 종합병원에서 MRI를 수집했다.

이렇게 모은 1만5천개의 데이터를 연구원들이 수작업으로 분류해 단순히 MRI를 수치화한 것뿐만이 아니라 나이, 성별, 키, 몸무게, 복부둘레, 흡연과 음주 여부, 뇌졸중 시작시간, 발견시간, 병원 도착시간 등 약 700개에 달하는 다양한 변수로 정리했다.

이어 뇌 MRI를 정해진 기준에 맞춰 규격화한 뒤 좌표를 설정, 각 좌표를 ‘정상(0)’과 ‘이상(1)’으로 구분해 여러 장을 겹쳐 빅데이터로 활용한 것이 연구의 핵심 내용이다.

김동억 센터장은 “MRI는 영상 자체도 중요하지만 환자의 정보를 모으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전향적으로 모으느냐 후향적으로 모으느냐의 차이가 있는데 전향적으로 조사하는 것은 시간과 힘이 많이 드는 단점이 있고 후향적은 정확성이 매우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즉, 시간이 다소 소요되지만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전향적 방법의 MRI 데이터 분석을 택한 것.

김동억 센터장은 이번 연구가 유의미한 결과를 낼 수 있었던 이유로 외국과는 다른 MRI 환경과 AI 화두가 겹친 우연일 뿐이라고 전했다.

김동억 센터장은 “미국 하버드에서는 연구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MRI를 표준화하는 시도를 많이 한다”며 “이를 한국에서 하면 더욱 많은 데이터를 모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국인 허혈뇌지도 이미지. 해당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브레인(Brain, IF-10.103)에 2017년 1월 게재된 바 있다.

미국이나 유럽은 뇌졸중 환자라고 해서 반드시 MRI를 찍지는 않지만 한국은 뇌졸중 환자의 90% 이상이 MRI를 찍기 때문에 데이터 수집의 용이성과 양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게 김동억 센터장의 설명이다.

김동억 센터장은 “MRI를 수치화하면 빅데이터 분석이 가능해져 연구 효율성이 높아진다”며 “한마디로 프리퀀시맵(frequency Map)이 되는 것인데 예를 들어 뇌졸중과 60세에 흡연을 하는 170cm 65kg의 환자와의 관계를 분석하고 싶다면 과거처럼 수많은 차트를 하나씩 검토할 필요 없이 변수 기입으로 쉽게 도출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센터장은 해당 DB가 최근 이슈인 인공지능과 접목되면 상용화 및 표준화가 가능해지고 의사가 영상을 판독하는 시간이 대폭 줄어 진료 효율을 높이는 혁신적인 계기가 될 것임을 확신했다.

실제로 지난해 영상 판독 의료기기 개발 업체인 제이엘케이인스펙션에 기술이 이전됐고 11월 중으로 인공지능 엔진에 적용하기 위한 임상시험이 계획된 상태.

그는 이어 “이처럼 1년 걸릴 연구가 단 몇 십분 만에 가능해 질 수 있게 된 것은 여러 주변 상황과 시대의 변화에 우연히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라며 “묵직하게 연구에 매진하는 연구자들이 가치를 가지려면 단기간의 성과를 강요하지 말고 축적되도록 기다려주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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