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중심으로 만드는 새 표준 ‘위험요소’…“빅5병원 제외? 제대로 된 표준화-생태계 요원”

국내 최초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 이하 WFO)를 도입한 길병원을 포함해 건양대병원·계명대동산병원·대구가톨릭대병원·부산대병원·조선대병원이 공동으로 구성돼 지난달 30일 공식 출범한 인공지능(AI) 헬스케어 컨소시엄이 앞으로 WFO 수가 반영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혀 의료계에 관심을 집중시켰다.

이를 바라보는 의료기기업계와 인공지능 관련 기업들은 새로운 의료 기법이 현장에 도입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라는 것에 고개를 끄덕였지만, 동시에 우려섞인 시선도 적지 않은 모습이었다.

먼저 IBM 주도의 새로운 표준이 생기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글로벌 의료기기업체 A사 관계자는 “앞서 로봇수술에서 경험했지만 특정 회사가 잠식하면서 생기는 각종 문제점들이 나타날 수 있다”며 “선두주자가 나서고 하나의 체계를 설정한다면 후발주자는 결코 쉽지 않다. 특허 등에서 진입장벽이 높아지게 된다는 것은 위험요소”라며 국내도 머신러닝 등에 발 빠른 투자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WFO 도입 대학병원들에게 현안을 맡기고 전면에 나서지 않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는 한국IBM을 향한 비판도 있었다. IBM은 지난 공식 출범 기자간담회에 이어서 진행됐던 이영성 한국보건의료연구원장의 발표 등을 포함한 심포지엄을 규정(?)상 참석이 어렵다며 기자들에게 비공개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국내 인공지능 의료IT기업 B사 대표는 “거대기업이기 때문에 그만큼 관심도 크고 파괴력도 강할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패스트 트랙으로 왓슨만의 수가가 주어질 수는 없을 것이고 신의료기술 평가와 의료기기 분류 문제 등 넘어야할 벽이 많다. 앞서가는 기술에 제도가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되겠지만 일부 기업을 위해 새판을 짜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번 컨소시엄에 빅5병원이 빠졌다는 것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눈길을 끌었다.

국내 영상의료기기업체 C사 연구원은 표준화에 있어서 “AI는 플랫폼에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오픈소스를 기반으로 하고 있고 결국 데이터 싸움인데 수술 실적과 연구 인프라 등에서 압도적인 빅5병원을 빼놓고 제대로 된 표준화를 이룰 수 있겠는가”라며 의문을 표시했다.

그는 “왓슨을 제대로 가동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에는 어려움이 없겠지만, 별도의 커스텀마이징이 들어간 특화된 알고리즘으로 구현하는 새로운 시스템 그리고 또 다른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제된 데이터의 양과 질이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환자와 의료진, 가치 기반 의료 입증 고민해야"

결국 비용과 편익을 분석했을 때 발전적인 방향으로 타당하다는 가치 기반의 의료를 입증하는 것이 향후 핵심 ‘키’가 될 것이며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의료기기협회 관계자는 “헬스케어 관련한 인공지능에 관한 논의는 누군가 시작해야 했기 때문에 출범 자체는 환영할 수 있을 것인데, 결국 환자와 더 나아가 의료진에게 얼마나 가치 있게 활용되느냐를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며 “또 기존 산업과 전체적인 발란스를 맞춰나가야 한다는 점, 꾸준히 4차산업 혁명과 관련해서 새로운 기술과 기기들이 등장할 것인데 제도와 대응책이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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