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주현
서울시의사회 홍보이사 겸 대변인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밝힌 이른바 ‘문재인케어’의 핵심은 미용·성형 등을 제외한 모든 의학적 비급여를 건강보험으로 급여화하는 것이다.

건강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등 각종 보건의료정책 결정과정을 건너뛰고 대통령 단독으로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 정책을 발표했다.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일각에서 미국의 ‘오바마케어’를 참고로 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오바마케어(환자보호 및 부담적정보험법, PPACA)는 2010년 3월 승인된 미국의 의료보험 시스템 개혁 법안이다. 전 국민 건강보험 가입 의무화를 골자로, 미국 내 3200만 명 저소득층 무보험자를 건강보험에 가입시키고 중산층에 보조금을 지급해 의료비 부담을 낮추고자 했다. 미국 국민에게 2014년까지 건강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벌금을 부과하는 정책이다.

오바마케어와 문제인케어의 차이점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첫째, 대상군의 차이다. 오바마케어는 의료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는 무보험자를 대상으로 한다. 따라서 시급성이 대단히 높은 과제라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미 전국민 건강보험이 실시되고 있어 미국과 상황이 전혀 다르다.

둘째, 재원(財源)의 차이다. 오바마케어는 정부 예산 외에도 보조금과 세금공제 등 인센티브를 고용자와 가입자에게 제공하는 등 재원을 다양화했다. 문재인케어는 국가 단일 공보험의 보장성 강화를 목표로 한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정책비용 대부분이 현재 적립된 건강보험료라 그 재원이 취약하다는 게 문제다. 심지어 얼마 전까지 건강보험 재정위기가 거론되었던 것을 상기해보면 심각하게 느껴진다.

최근 정부의 건강보험 재정지원액이 오히려 감소 추세에 있는 것을 보면 보장성 강화에 대한 정부 의지가 과연 있는 것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국고지원 수준은 여전히 미국, 일본, 프랑스 등 선진국은커녕 대만보다도 적다.

셋째, 절차의 차이다. 오바마케어는 2010년 미 의회를 통과하였으나 2014년 시행 이후 지금까지도 각종 정치적 논란에 시달려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책 입안자들과 옹호자들은 꾸준히 개혁 정책들이 사회에 뿌리내리게끔 헌신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 스스로 오바마케어 관련 논문 을 직접 뉴 잉글 랜드 의학 저널(NEJM)에 실을 정도로 다방면으로 치열하게 노력했다. 어느 날 갑자기, 아무도 모르게, 대통령의 멋진 발표만으로 이뤄지는 정책은 현실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문재인 케어에 대해 이미 의료계는 우려 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건강 보험재정 악화, 보험재정 절감정책 등을 통한 의료공급자 희생 강요, 저부담·저수가·저보장 정책 기조에 따른 중소의료기관의 줄도산, 3차 대형병원 쏠림 현상 심화, 이로 인해 의료공급체계 붕괴 우려 등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9월 16일 임시 대의원총회를 열어 정부의 급여화 정책에 대응하는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안을 압도적 지지로 결의한 바 있다. 향후 문재인케어가 오바마케어와 같이 현 정부의 자랑스러운 ‘레거시’(유산)이 될 수 있을지는 지속적으로 지켜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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