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균
HM&Company 대표컨설턴트

국내 의료분야는 다른 산업에 비해 정부가 큰 역할을 해 오고 있다. 특히 정부의 정책과 규제는 의료의 외부 환경 중 가장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이다.

그 동안 의료계는 공급체계와 방식을 둘러싼 정책을 두고 갈등이 있었고, 지금도 진행중이다. 전국민의료보험이 시행된 1989년 이후 의료공급은 민간부문에 의해서 의료공급이 90%가 제공되고 있다. 그 이전에는 공공의료가 균형추를 이루고 있었다. 전국민보험제도가 도입되면서 늘어난 의료공급 수요를 민간부문이 충족시키면서 공공의료의 비중은 약해졌다. 그 결과 국내 의료공급의 중심은 민간부문이 주류가 되었고, 정부는 민간공급자의 아킬레스건인 ‘수가가격’을 주요 건강정책의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우리 의료계에서도 한 때 국내의료공급을 둘러싼 이데올로기적인 논쟁이 있었다. 의료공급 부문에서 시장론자와 정부기능론자의 논쟁이 그것이다. 시장중시론자들은 의료서비스 접근성과 형평성이 보장된 이후 일부 진료영역에 시장경쟁원리를 접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주장하였다. 반면 정부기능 중시론은 의료부문에서 영리행위의 추구는 인정할 수 없고, 의료는 공익을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하였다. 현재는 의료의 정부기능 중시론자의 주장이 우세한 것 같다. 그 결과 법인병원(학교법인, 의료법인 등)은 경영투명성을 기반으로 법인목적사업에만 재투자가 의무화되고 있다. 이는 역기능으로 법인병원은 바이오 및 의료벤처기업 등 지분을 5% 이내로 제한하여 4차산업 시대의 핵심인 의료산업 활성화에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의료서비스는 공익재적 특성으로 정부의 시장 개입은 선진국에서도 인정되고 있다. 하지만, 선진국에서는 의료정책 결정과정은 국회, 의료계, 정부 등 정책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하는 동태적인 정책과정이지만, 국내의 최근 주요 의료 및 건강정책 과정을 보면 관련 당사자의 정책참여 과정이 미미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같은 결과는 의료선진국에서 정책성공 사례를 보면 의료기관과 종사자들의 참여, 경쟁 및 혁신이 주요성공요소로 지적되고 있어 반면교사가 될 수 있다.

의료기관간의 생산적인 경쟁체계, 소비자 의료정보제공, 의료시스템의 지속적인 개혁에 이해당사자들의 동태적인 참여는 정책의 주요한 펙트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의료계에서는 이해당사자(players)의 동태적 정책참여는 부족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 결과 의약분업, 포괄수가제 등 주요의료정책은 시행과정에서 많은 갈등을 야기시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는 시행착오를 겪었다. 특히 정부가 일방적으로 의료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경우 당사자들의 진료파업 등 예상치 않은 진입장벽을 경험하기도 하였다.

현재 의료계는 ‘비급여의 급여화’라는 새로운 건강보험제도의 시행을 앞두고 있다. 금번 정책형성과정에서도 의료계는 소외감을 표명하고 있다. 따라서 새로운 정책이 사회적으로 순기능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의료계 참여의 장이 필요할 것 같다. 아무리 정책의 합목적성이 옳다 하여도 해당 의료계(player)의 적극적 참여가 없이는 성공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정부와 의료계는 국민건강을 위한 실사구시(實事求是)적 입장에서 상생을 위한 ‘만남의 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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