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총서 예산집행 등 구체적 의결 없어…운영규정도 의협정관과 상충 조항 많아

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수호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최근 내부적으로 투쟁에 대한 견해차로 불협화음은 물론 비대위 운영규정 제정이라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파장이 예고된다.

비대위 운영규정이 모법이라고 볼 수 있는 의협 정관과 상충되는 점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충분한 검토없이 제정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비대위의 구체적인 권한 활동 기간, 활동을 위한 재원 마련대책 등 다각적으로 임시대의원총회(임총)에서 의결을 거치지 않은 부분이 있기 때문에 재차 임총을 개최해 의결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현 비대위 운영규정 중 어떠한 조항들이 의협 정관에 위배되는지를 여러 의료계 관계자를 통해 요목조목 들어봤다.

◆비대위 구성 운영위 위임-운영규정 모두 엉터리=한 의료계 인사는 우선적으로 임총에서 비대위 구성을 의결하면서 대의원회 운영위원회(운영위)에 위임된 부분을 지적했다.

의료계 인사에 따르면 비대위에 대해 규정한 대의원회 운영규정 26조 제2항에는 대의원총회(총회)는 비대위의 구성, 운영, 활동기간, 활동 위한 재원마련 대책 등 재반사항들을 구체적으로 규정한다고 돼 있으며, 제4항에는 비대위의 임무수행의 필요한 별도의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고 돼 있다.

하지만 지난 9월 16일 열린 임총에서는 이러한 사항들을 직접 규정하지 않고, 대의원회 운영위에 위임했는데 총회 의결 없이 운영위가 비대위 운영규정을 제정한 것은 규정을 위반한 사례라는 것.

의료계 인사는 “대의원회 운영규정 제26조에 명시된 사항들을 총회에서 정하지 않고 운영위가 비대위 운영규정의 제정권을 행사해 사실상 운영위가 비대위의 모든 사항들을 결정하는 것은 누가 봐도 운영위의 월권”이라며 “위임을 통해 운영위가 역할을 한다면 비대위의 구성 정도만 관여했어야 했다”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운영위가 제정한 비대위 운영규정 자체도 협회 정관, 대의원회 운영규정과 상충되는 부분이 많아 ‘문제가 심각하다’라는 게 의료계 인사의 판단이다.

의료계 인사는 “비대위 운영규정은 총회에 권한이 있기 떄문에 운영위가 제정권뿐만 아니라 개정권까지 갖는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헌법이 형법‧민법보다 우선이고, 하위법이 상위법에 어긋나면 무효이듯이 의협 규정이 정관에 어긋나면 무효이다 ”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예를 들어 총회에서 김세헌 감사가 불신임이 의결됐지만 법원에서는 의협 정관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총회 의결을 무효화한 바 있다”며 “결국 의협 정관에 상충되는 총회 의결을 무효라고 봐야한다”고 덧붙였다.

왼쪽부터 의협 비대위 이동욱 사무총장, 투쟁위원회 김승진 사무총장, 조원일 조직강화위원장, 이필수 비대위원장, 최대집 투쟁위원장, 안치현 대변인

◆총회 의결없는 비대위 예산 집행 불가능=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비대위가 독자적으로 특별회계를 신설하고, 또 비대위에서 사용하고 남은 금액을 고유사업 일반회계에 산입하는 등 임의로 모든 예산을 집행하는 것은 총회 의결 없이 불가능하다고 문제점을 꼬집었다.

지난 의협 임총에서는 예산과 관련, 구체적인 의결 없이 비대위는 모든 재정을 사용할 수 있으며, 해당 재정을 집행한 이후 최소한 회장이나 의장에게 보고하고, 차기 총회에서 추인받는 안이 표결을 통해 의결됐다.

하지만 협회 정관 20조 1항에 구체적인 사업계획은 총회 의결사항이라고 명시돼 있어 이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은 비대위는 임의로 재정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게 의료계 관계자의 판단이다.

이는 의협 정관 제37조 상임이사회의 임무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는 것. 해당 정관에 따르면 자산관리나 회계, 재무에 대한 업무는 상임이사회로 규정하고 있다.

정관 제53조 2항에도 자산과 관련 입회비 연회비 등은 회장의 책임 하에 관리‧운영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예산집행의 최종 결정권자는 회장이라고 의료계 관계자는 피력했다.

심지어 비대위 운영규정 5조 4항과 5항에는 비대위가 총회의 의결없이 독자적 예산을 편성할 수 있으며, 예산편성은 비대위 의결, 예산집행은 위원장단회의 의결에 의한다라고 명시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의료계 관계자는 “의협 예산이 집행되려면 우선 반드시 총회 의결이 필요한데 예산 추가 등 변경하는 경우도 정관 54조 2항에 따라 총회 의결이 필요하다”며 “다만 총회에서 의결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긴급한 사안에 대해 예비비를 사용할 수 있으나 이 또한 상임이사회 승인을 득한 후 가능하기에 비대위 독자적으로는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비대위 운영규정 제12조에도 의협 투쟁 및 의료법령대응 특별회비를 특별회계로 설치하는 조항도 있는데 임총에서 의결된 바 없기 때문에 무효라고 봐야한다”며 “게다가 해당 회계의 책임과 권한도 위원장에게 있다고 명시돼 있는데 의협 정관상 이는 회장의 책임과 권한”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밖에 비대위 운영규정 5조 2항 직무 및 활동에 대한 추가나 변경 등의 경우도 총회와 더불어 운영위가 추가돼 있는데 이번 임총에서 의결된 문재인 케어와 한의사현대의기기 사용저지 이외에 다른 임무를 추가하는 것을 총회가 아닌 운영위가 결정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의료계 관계자는 일갈했다.

◆비대위 운영규정 ‘황당하고 어이없다’=한 지역의사회 임원에 따르면 비대위 운영규정에는 황당하고 어이 없는 조항들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비대위 운영규정 15조 3항에는 비대위원들의 수당을 대의원회 의장이 정하는 것으로 돼 있는데 이는 원칙적으로 의장이 아닌 회장이 정하거나 회장의 동의를 득해 위원장이 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17조 2항을 보면 비대위원장은 의협 사무처의 팀장급 직원 1명과 직원 약간명의 파견을 회장에게 요청할 수 있으며, 회장은 이 요청에 대한 이행을 지체하거나 거부할 수 없다고 돼 있다.

심지어 3항에는 사무 처리를 위해 필요한 면적의 사무실과 제반 설비 및 물품의 제공을 회장에게 요청할 수 있으며, 이 또한 거부 또는 지체할 수 없고, 해당 경비는 협회 고유사업 회계에서 집행한다고 돼 있다.

지역의사회 임원은 “이같은 조항은 비대위의 요청에 대해 협회의 업무에 막대한 지장이 있을 경우 협의를 통해 절충안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일방적인 비대위 결정에 무조건 회장이 따라야 한다는 것은 무리한 요구”이라며 “비대위에서 협회 업무를 고려한지 않은 무리한 직원파견을 요구하거나 더불어 임시이전을 하는 상황에서 넓은 면적을 요구할 경우 집행부의 회무는 마비되는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이어 그는 “경비 또한 협회 고유사업 회계에서 집행한다고 했는데 임총에서 구체적인 예산변경에 대해 의결 된 바가 없어 재차 의결을 거쳐야하는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비대위 운영규정 부칙 4조에는 해당 규정이 다른 규정의 내용이 상충되는 경우에는 이규정의 조항이 우선 효력을 갖는다고 명시돼 있다.

이와 관련 지역의사회 임원은 “협회 정관에 따라 총회에서 의결한 감사업무규정과 총회가 아닌 운영위에서 제정한 비대위 운영규정이 충돌할 경우 비대위 운영규정이 우선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못박았다.

비대위 운영규정 부칙 제3조에도 비대위 활동에 필요한 재원 및 회계처리를 위해 현재 투쟁 및 의료법령 대응 특별회계 예산 잔액 전부를 특별회계로 편입한다고 명시돼 있는데 이 역시도 임총에서 구체적인 예산변경에 대해 의결을 거치지 않았기에 불가능하다고 지역의사회 임원은 말했다.

◆비대위 전권 위임했어도 실질적 권한은 의협 집행부=이외에 현재 비대위가 강력하게 내세우고 있는 대의원회의 전권 위임이라는 점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있다.

의협 관계자는 우선적으로 비대위가 전권을 위임받았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인 권한은 추무진 집행부에 있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즉 의협 정관 14조 1항에는 ‘회장은 협회를 대표하고 통괄한다’로 돼 있기에 비대위가 문재인 케어나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허용 저지 대책에 대해 전권을 위임받았다하더라도 상징적 의미지 실질적 권한은 없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비대위가 투쟁 후 협상하는 과정에서 정부측 상대자로서 회장이 아닌 비대위가 협상의 전권을 행사하려 하는데 추무진 회장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해당 협상은 불가능하다고 봐야하며, 회장의 반대를 무시하고 권한을 행사한다면 업무 방해에 해당한다고도 볼 수 있다는 게 의협 관계자의 판단이다.

의협 관계자는 “현재 모든 의료현안에 대해 의료계 대표자들은 물론 의사회원 모두가 한마음일 것은 분명하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분이 있는 것은 일부 지도자들의 차기 회장 선거를 위한 정치적 행보 때문이라고 본다”고 제언했다.

한편 의협 한 감사는 최근 의협 상임이사회 참석해 비대위 운영규정에 대해 언급하며 “비대위 예산집행을 포함한 모든 예산 집행은 정관과 규정에 따라 집행돼야하며, 만일 이를 위반하여 예산이 집행될 경우 업무상 배임 등 가능한 조치를 취할 것이고, 특히 재무팀 포함 사무처에서 재무이사 상근부회장 회장 등 정상적인 결제라인의 결제없이 선 집행 후 후결제가 이뤄진다면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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