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진 친 아스트라제네카에 건보공단 중심 못잡고 끌려다녔다’ 지적
경제적 가격 승부수 띄운 토종 신약 올리타 아랑 곳 없이 ‘연기 또 연기’

'건보공단은 국감 논란 피하고, AZ는 시간 갖고 여론 살피고' 이해 맞아 떨어져

타그리소 약가협상에서 건보공단이 다국적사에 끌려다니며 형평성을 잃고 있다는 논란에 직면하고 있다.

20일 있었던 건강보험공단과 한국아스트라제네카간 T790M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타그리소의 약가협상이 또 다시 결론 없이 내달 7일 2차 연장협상을 벌이기로 하고 중단됐다.

복지부 장관 직권 행사를 통해 최종 협상이 두 번씩이나 중단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통상적으로 약가협상은 복지부 장관의 협상명령 이후 60일 내 결정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 과정에서 협상 당사자들은 공단이 제시하는 약값수준과 제약사가 받고자 하는 약값을 조율하며 협상 기일 내에 타결 또는 결렬 결정을 내려왔다.

이번 연장협상에서도 쉽게 결론이 내려지긴 어려울 것이라는 점은 이미 예견돼 왔다. 한국아스트라제네카의 완강한 입장이 읽혀졌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연장협상 하루 전인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발표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타그리소의 국내 약가를 전 세계 최저가 이하 수준으로 인하했다’고 밝힌 점. 가격인하 여지가 많지 않다는 점을 드러낸 것이란 풀이이다.

보도자료는 또한 타그리소가 ‘뇌전이 적응증을 가진 유일한 약’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경쟁 신약인 올리타는 뇌전이와 관련한 어떤 임상데이터도 가지고 있지 않다. 현재 타그리소를 복용중인 환자들이 이 약이 국내에서 철수해서는 절대 안되는 이유로 드는 것 중 하나가 이 점이다. 읽혀지는 메시지는 ‘이런 약인데 어쩔 셈이냐?’ 이다.

이번 연장으로 건보공단은 이 문제가 적어도 국회 국정감사의 이슈로 부각되지 않게 됐다. 그 때 쯤이면 국감은 이미 끝난다. 타그리소의 협상 결과가 타결이든 결렬이든 사회적 논란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복지부와 공단은 곧 진행될 국정감사를 피하고 싶을 것이다,

회사측 입장에선 시간은 자신들의 편이라 생각할 수 있다. 협상이 길어질수록 환자들의 초조감은 깊어진다. 환자와 그 가족들은 글로벌 임상이 완료된 신약으로, 뇌전이에 대한 적응증까지 더한 외국 신약에 보다 많은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환자 및 가족 입장에선 회사측의 도움을 받아 1/3만 내는 가격인데도 월 375만원에 이르는 약값이 너무 부담스럽다. 보험적용의 경우 환자본인 부담이 월 40만원이 채 안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하루빨리 협상이 완료되길 소원한다. 이런 상황에서 협상 타결이 안돼 비급여로 남거나 시장 철수라도 한다면 이는 재앙 수준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토종신약 올리타가 건보공단으로부터 상대적으로 홀대받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세계 유일의 타그리스 경쟁 신약으로 월 평균 260만원 이라는 예상을 뛰어넘는 저렴한 가격을 제시해 놓았음에도 공단이 타그리소와의 전례없는 협상, 재협상을 벌이며 끌려가는 모습을 노출시키고 있는 것은 토종신약에 대한 역차별이 아니냐는 것이다.

사실 올리타는 타그리소로 인해 세계 무대에서 이미 몇차례 좌절을 겪은 바 있다. 개발과정에서 한발 앞선 타그리소로 인해 올리타의 혁신성에도 불구하고 다국적제약과 맺었던 기술수출이 파기돼 개발권이 반환되는 등 곡절을 겪은 것.

그럼에도 올리타는 세계에 2개만 존재하는 말기 폐암 신약으로 이번 협상에서도 타그리소의 월 평균 700만원 약가의 37%정도에 불과한 260만원을 제시하고 있음에도 공단은 올리타에 아랑곳 없이 연장 또 연장하며 눈치를 보고 있는 양상이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여러 항암제 신약의 약가협상 과정을 지켜봐 왔지만 두 번씩이나 장관 직권 행사를 통해 협상이 중단된 적은 처음 본다”면서 “강단있게 협상을 주도해야할 보건당국이 다국적사의 요구대로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인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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