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진
명이비인후과의원장
의사평론가

‘니코마코스 윤리학’은 아리스토텔레스 아들 니코마코스가 아버지의 윤리학 이론이 실려 있는 강의안을 정리하여 편집한 것이다. 이 책에서 인간이 추구하는 최고의 선은 행복이며, 덕(arete, 탁월함, 고상함)을 실천하는 관조적인 삶을 통해 이룰 수 있다고 말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의 세 가지 행위 중에서 모자람과 지나침을 악덕으로 보고, 양극단의 중간을 미덕(arete), 곧 중용(中庸)으로 보았다. 두려움과 자신감에 있어서 모자람은 비겁함이고, 지나친 것은 무모함이며, 용기를 중용이라고 했다. 쾌락과 고통에 있어 모자람은 무감각이고, 지나침은 방탕이며, 절제가 중용이다. 감정에 있어 모자람은 수치심이고, 지나침은 파렴치함이며, 겸손이 중용이다. 분노에 있어서 모자람은 기개가 없는 것이고, 지나침은 성을 잘 내는 것이며, 중용은 온유함이다. 이러한 중용의 미덕을 반복적인 습관을 통해 실천함으로써 최고의 선인 행복에 이르게 된다고 한다. 이러한 미덕인 중용은 모든 사람들과 직업에도 적용시켜 볼 수 있다.

의사의 최고의 선(행복)은 환자와 자신에게 인정받는 좋은 의사가 되는 것이다.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가져야 할 덕(arete)이 있다. 의사가 가져야 할 미덕인 중용은 의학 전문직업성(medical professionalism)이다. 모자람은 의학 전문직업성이 결여된 상태로 비윤리적이라는 비난을 받게 되고, 지나친 것은 의사의 특권만 주장하는 상태로 집단 이기주의라는 빈축을 사게 된다.

양 극단이 모두 바람직하지 않은 악덕이다. 의학 전문직업성은 지속적인 성찰과 반복적인 실천으로 체화되어 가야한다. 모자람이나 치우침으로 가지 않기 위해서는 윤리교육과 자율징계(self-regulation)가 필요하다. 특히 자율징계는 전문가의 윤리적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

의사는 명예를 최고의 가치와 자부심으로 가진 집단이다. 자율이던 타율이던 징계를 받게 되면 심한 수치심을 느끼게 된다. 수치심이라는 감정이 징계의 기저에 작용한다. 수치심은 불명예에 대한 두려움이다. 이것을 잘 이용하게 되면 의학 전문직업성 유지에 큰 도움이 된다.

징계란 잘못된 것에 대한 정당한 분노행위로서 허물이나 잘못을 뉘우치도록 나무라며 경계하는 것이다. 부정·부당한 행위에 대하여, 제재(制裁)를 통해 정신적, 경제적, 육체적 고통을 주는 행위이다. 분노에 있어서 모자람은 당연히 화를 낼 일에 화를 내지 않아 바보취급을 당하거나, 자기나 친구들이 모욕을 당해도 수수방관하는 노예 같은 상태를 말한다. 분노의 지나침은 화를 내서는 안 될 일에 화를 내거나, 너무 지나치게, 너무 오래 화를 내는 경우이다. 분노에 대한 중용은 온유함이다. 온유함이란 당연히 화낼 일로, 당연히 화내야 할 사람들에게, 적당한 방법으로, 적당한 만큼, 적당한 때에, 적당한 기간 동안 분노하는 것을 말한다. 징계는 온유함을 지키면서 이루어져야 한다. 윤리위원회에 참여하는 사람은 드라이(dry)하게 최대한 감정을 절제하고, 이성적으로 중립적인 입장에서 징계를 진행해야 한다. 때에 맞는 공정한 징계는 질서를 세우고 신뢰와 권위를 갖게 한다.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해 갖추어야 할 중용의 미덕인 의학전문직업성을 잘 유지시켜 준다.

만약 의사들이 자율적인 징계 조치를 통해 스스로의 위치를 유지하지 못하게 될 때 사회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법을 만들어 분노하게 되고, 의사들은 큰 수치를 당하게 된다. BC 4세기에 쓰여 진 ‘니코마코스의 윤리학’은 의사들에게 중용의 덕인 의학 전문직업성을 통해 행복을 찾으라고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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