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개발 컨설팅부터 백신, 첨단제제까지 이견 노출
의약품 정책 놓고 정부기관간 주도권 다툼 해석도

의약품정책과 관련,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간 이견이 자주 노출되고 있다. 정부 기관간 주도권 다툼으로 비춰져 주목되고 있다.

두 기관이 백신부터 의약품 개발 컨설팅, 첨단제제 육성 방안 마련을 위한 제정법 마련 등 제약산업 육성과 관련된 분야를 중심으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국내 제약‧바이오산업 육성 및 글로벌 신약 개발을 위해 ‘혁신 신약 연구개발(R&D) 컨설팅 프로그램(CIDD Program, Consulting for Innovation Drug Development)’ 시범사업 계획안을 발표했다.

CIDD 프로그램은 9개 기관에서 추천한 신약 연구개발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단이 연구자에게 전주기(후보물질 개발~전임상․임상) 맞춤형 전문 컨설팅을 지원하는 사업인데, 이 사업에서 식약처는 제외돼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시범사업이 R&D 내부과제에 대한 애로 사항, 특히 기술적 문제점 등을 해결하기 위한 자문으로 허가와 관련된 사항과는 연관성이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임상에 대한 자문은 대한임상약리학회와 한국임상시험산업본부가 담당한다.

식약처가 인허가를 담당하는 기관이다보니 업체들이 ‘밉보일까봐’ 말을 아끼는 경향도 고려됐다는 후문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아무래도 심사기관 앞에선 말을 조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고려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식약처 또한 바이오의약품을 중심으로 이미 컨설팅 사업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식약처가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를 통해 전세계 주요 국가의 인허가규제정보와 제품화 지원 등을 다루는 ‘바이오 IT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 바이오 IT 플랫폼’은 사업 위탁을 통해 운영되는 방식이어서 협회가 식약처와 업체의 가교역할을 담당, 업체들이 눈치를 보지 않고 입장을 전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업체 입장에선 좀 더 질 좋은 컨설팅을 취사 선택할 수 있는 이점이 있지만, 두 가지 모두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이므로 서로간의 기능 조정도 고려해야한다는 의견도 제기한다.

백신‧첨단제제도 양 기관 ‘다른 목소리’

복지부와 식약처 간의 신경전은 CIDD 프로그램뿐만이 아니다. 업계에서는 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와 식약처가 백신 정책에 대한 공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식약처는 2016년 당시 식약처장이었던 김승희 처장의 지휘 아래 백신 자급화와 산업 육성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 마련에 나선 바 있다.

이후 식약처가 두 명의 처장이 바뀌는 동안 크게 움직이지 않는 상황 속에서 질병관리본부가 발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질병관리본부는 백신 자급화를 위한 방안으로 공공백신개발지원센터 설립을 추진, 오는 2020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당시 질병관리본부가 백신 정책과 관련한 움직임을 보일 때 식약처와 의견을 나누는 모습은 보이진 않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백신업체 관계자는 “필수 백신의 경우 식약처가 질병관리본부와 업체 사이에 다리를 놔주는 경우도 있긴 했지만, 대부분 백신 정책 수립과 관련해서는 복지부, 실제로는 질병관리본부가 단독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아 식약처에서도 난감해한 적이 많았다”고 밝혔다.

특히 백신 생산의 경우 인허가부처인 식약처가 주의 깊게 살피는 것이 바람직함에도 불구, 질병관리본부의 일방적 판단에만 의존하게 될 경우 나중에 사고가 터질 수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백신과 관련한 문제가 이같이 ‘정부 내부적으로’ 대립각을 세우는 부분이라면 바이오의약품과 줄기세포를 포함하는 ‘첨단제제에 대한 관리‧육성 방안’은 두 기관이 공식적으로 의견이 다른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이 대표 발의했지만, 실질적으로는 복지부가 역점 추진하는 제정법안인 ‘첨단재생의료법’은 복지부가 어떻게 첨단제제에 대한 관리와 산업 육성을 추진할 것인지에 대한 근거 조항이 담겨있다.

이에 반해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이 대표 발의한 ‘첨단바이오의약품법’은 식약처가 줄기세포치료제를 포함, 첨단제제에 대해 어떠한 방식으로 관리‧감독하는 시스템과 산업 육성의 근거를 담고 있다.

두 법안이 복지부 측은 ‘행위’에 포커스를 뒀다면, 식약처는 ‘의약품’에 포커스를 둔 법안이어서 상당부분 차이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 첨단제제가 그 성격상 새로운 개념이 많아 형태를 명확히 규정짓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 복지부와 식약처 모두 양 측의 제정법안이 함께 논의될 여지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소통 소원·식약처 정책 입안 능력 부족 개선 필요

이처럼 두 기관이 의약품분야 정책에 대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상황이 점점 빈번해지고 있는 원인에 대해 내외부 관계자들은 ‘서로간의 교류가 적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한 식약처 대관업무 담당자는 “복지부 입장에서는 논의의 장을 자연스럽게 만들어줄 수 있는 약무행정직이 뒤로 물러나고, 식약처 심사파트가 복지부와는 다른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양 측의 교류가 삐그덕대고 있다고 느끼는 모양새”라고 설명했다.

식약처가 의약품 허가심사뿐만 아니라 제약산업 육성, 특히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육성에 적극 나서면서 복지부와 업무가 일부분 중첩됐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뿐만 아니라 식약처의 정책 입안 능력이 아직 부족하다는 비판도 국회 등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허가심사에 집중하던 식약처가 아직까진 정책을 만들어내기 위해 어떻게 움직여야하는지 몸으로 습득되지 않았다는 것이 국회 측의 판단이다.

국회 관계자는 “식약처가 아직까진 법을 만들거나 다루는데 복지부 보다 능통하다는 느낌은 아니었다”면서 “(식약처가) 정책을 다루기엔 시기상조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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