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대 비소세포폐암 치료 신약인 타그리소와 올리타의 약가협상 과정은 지켜보는 내내 몹시 흥미로웠다. 다국적 오리지널 신약과 관련한 일반적인 협상과정과는 그 궤를 달리 했기 때문이다.

다국적제약과의 오리지널 신약을 둘러싼 보험급여 협상은 건강보험공단이 결코 갑이 아니었다. 그 신약 외의 옵션이 없다는 점에서 공단은 ‘대안 없는 신약'에 끌려가는 듯한 모습을 자주 노출시켜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틀렸다. 공단이 다국적 제약회사와의 협상에서 ‘당당히’ 임하는, 다소 생경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그동안 공단은 대안이 없는 치료제의 보험급여 협상에서 언제나 끌려가는 입장이었다는 사실은 부인키 어렵다. 신약을 보유한 다국적제약회사는 공단과의 협상이 아닌 ‘통보’ 형식으로 높은 약값을 쟁취해 온 것도 사실이다. 국산신약 올리타가 없었다면, 아스트라제네카도 이런 절차를 밟아 나갔을 것이다. 이처럼 국산신약 ‘올리타’는 그동안 공허한 외침에 불과했던 ‘신약주권’을 체험하게 한 작은 사례로 기억될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궁지에 몰린 아스트라제네카는 마지막 보루인 환자단체를 통해 공단에 압력을 행사할 것이다. 공교롭게도 최종 협상이 예정된 20일을 며칠 앞두고 포털 사이트에서 폐암환자들의 타그리소 급여를 요구하는 청원이 시작됐다. 이 회사는 이를 동력 삼아 공단을 비롯한 복지부 등 정부부처에 압력을 가할 것이다.

그러나 타그리소가 급여화 되지 않으면 환자 치료권리가 박탈된다는 주장도 사실 개연성이 떨어진다. 말기폐암 환자 일부는 이미 아스트라제네카가 지원하는 약가 프로그램으로 타그리소를 큰 불편 없이 복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참에 보건당국은 제약강국 실현을 위한 보다 담대한 대응을 해 나가야 한다. 제약산업을 국가 신성장동력으로 삼겠다고 선언한 정부라면 외국 제약회사의 무리한 압력에 당당히 임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제약강국, 신약강국은 갑자기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국산신약 효과를 실제 경험한 이런 사례들이 하나둘씩 모일 때, 어느 순간 의약품 주권 국가로 우뚝 서 있는 대한민국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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