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케어, 5년 30조원 투입 의료비 보장성 강화
의료기기 등 관련 산업 진흥 또한 중요한 기점

이진휴 동방의료기 이사

보건의료산업이 갖는 잠재적 가치에 대한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대선 이후 쏟아지는 각종 발표 중 가장 파급력이 높은 정책이 의료비의 보장성 강화, 일명 ‘문재인 케어(문케어)’이다.

문케어는 5년간 30조원이라는 자금을 투자하여 국민이 갖는 의료비의 보장성을 70%로 높이겠다고 하는 정책이다.

당장 보건의료업계에서는 찬·반이 엇갈리고 있고, 그동안 묵혀왔던 적정 수가에 대한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의료기기업계에서도 비슷한 양상의 찬반 논란이 일며 역시 적정수가에 대한 요구가 한창이다.

문재인케어와 의료기기시장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문케어가 갖는 파급효과는 사실 제품과 회사에 따라 희비가 갈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거시적으로 본다면 보장성 강화에 대한 국민적 열의, 그리고 그에 따른 보건의료에 대한 질적 변환을 염두에 둘 때 보장성 강화가 갖는 의미는 크다.

2014년 OECD가 발표한 GDP대비 사회복지 지출 순위에서 한국은 28개국 중 28위를 했다. 낮은 사회 안전망은 중장기적으로 경제발전의 발목을 잡을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개선이 지속적으로 권고되고 있다.

보장성 강화라는 큰 화두와 함께 관련 산업에 대한 진흥 또한 중요한 기점에 있다. 단일 구매자로는 최대인 정부의 역할에 따라 2016년 기준 5조 6천 억의 적지 않은 의료기기 시장 규모의 방향이 결정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정부와 국회는 여러 진흥책을 구상하고 있다.

의료기기산업 육성법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양승조의원이 발의한 ‘의료기기산업 육성 법안’을 보면 의료기기 산업에 대한 범정부적 노력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업계 관계자들은 고무적이라 평가하고 있다.

대표적 규제 산업인 의료기기가 공산품과는 다른 접근이 필요함에도 그동안 부처 간 협업이 부족했던 단점을 보완하여 이번 육성 법안에는 규제기관인 식약처의 역할을 강화하여 향후 제품의 개발과 시판에 이르는 전 과정의 관리체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사실 국내 제조업 육성을 위한 정부의 여러 가지 진흥책은 미래에 대한 투자라는 측면이 강하다. 전 세계적으로 노령인구의 증가와 건강에 대한 관심 증대, 4차 산업이 주는 잠재력에 대한 기대로 인하여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고 그와 더불어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더욱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번 법안의 핵심은 의료기기 혁신기업의 지정과 법정 정의에서 벤처기업으로의 대상 확대, 그리고 중장기 계획수립을 위한 전담기구의 설립에 있다. 모두 필요했던 사업이고 빨리 제자리를 찾아 시행되어야 한다.

친산업적 기관과 정책적 지원

또 다른 하나는 국내제조업의 수출을 돕고자 만든 의료기기정보기술지원센터의 체질 개선을 위한 의료기기 정보원에 대한 조직 개정안이다. 기존 센터가 갖고 있던 조직적 한계를 극복하고 보다 친산업적 지원을 하기 위하여 정보원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 관련 법안이 발의되고 조직이 개편되며 제조업이 당면한 시급한 과제에 대한 지원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정책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업계의 불안감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는다. 보장성 강화의 방법으로 추진되고 있는 신포괄수가제나 비급여의 개편안을 보면서 현재 국내 제조사가 갖고 있는 어려움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국내의료기기의 가장 큰 어려움은 가격적인 면에서 중국제품을 이기지 못하고 제품의 질적인 면에서 다국적회사를 따라잡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마케팅 측면에서도 자금과 기법의 부족으로 인하여 충분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높아지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어 국제조화를 따라가려고 하니 막대한 추가 투자 또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국내 제조사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불안의 근원이다.

보건산업을 담당하는 주무부처 또한 맘이 편하지 않다. 다국적 회사의 제품이 우위에 있는 의료기기시장에서 자칫 국내 의료기기의 진흥책은 보호무역이라는 논란의 소지가 있고 아직 열악한 제조업체들이 연구개발에 실질적 투자를 하기 위한 동기부여가 녹록치 않다는 점이다.

결국 미래 먹거리에 대한 산업 진흥을 위하여 필요한 것은 형평성 있는 지원이다. 국산의료기기의 병원 사용을 높이기 위한 공신력에 대한 지원 그리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경쟁력 있는 제품에 대한 숨통을 열어주는 것이다.

규제 개선과 관리방향 전환

우선 의료기기에 대한 투자를 지속시키기 위하여 규제의 진입장벽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 규제와 관리에 대한 양보가 아닌 효율적인 접근이 필요한 것이다.

의료기기 전주기에 대한 기하급수적인 비용에 대한 선택이 필요하다. 하나의 예로 IEC 60601 3판에 대한 일괄 적용은 초기 투자비용의 증대로 인한 신규기업의 진입의지를 감소시킬 것이므로 당분간 위해도가 낮은 등급제품의 경우 선택적 유지가 필요하다.

또한 국산의료기기 부작용에 대한 보상 체계를 공공기관으로 만들어 국민들이 믿고 사용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잘 만든 제품이 사용되기 위하여 사용자 눈높이에서의 지원이 필요하다. 국산 제품에 대한 안전성이 허가만이 아닌 제도적 보장을 통하여 위험도를 분산시킬 수 있다면 기업과 소비자의 신뢰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혁신의료기기 개발 인센티브

마지막으로 선택과 집중의 전략처럼 기술력 있는 제품의 경우 수가에 가산점을 두어 개발 동기를 고취시켜야 한다. 소위 혁신형 의료기기에 대한 가산수가가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

조금 보완하자면 혁신형 의료기기에 대한 제한을 국내제조에만 두자는 주장도 있으나 이보다는 다국적 회사 중국내 제조, 혹은 연구개발센터 설립 등의 지원 조건을 주고 직접 투자가 이루어지는 경우 동등한 혜택을 준다면 양질의 일자리와 제품의 기술이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도 잡을 수 있다.

보호만이 능사는 아니다. 온실만을 만들어서는 지속성이 떨어진다. 적당한 경쟁 구도를 만들어야 하며, 끊임없이 혁신하려는 동기가 부여되어야 한다. 일부 법적 강제를 갖는 제도가 온실의 화초만을 양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케어와 함께 하는 의료기기산업이 국민보건 향상의 동반자가 되기 위한 작은 디딤돌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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