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 비해 사망률 3배 높아…시설·인력 부족, 전달체계 정책 부재 인한 '비극'

브리핑에서 발표 중인 강동성심병원 오동진 교수.

지방에서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급성 흉통 환자가 인프라 부족으로 인해 대도시 환자보다 사망률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14일 대한심장학회는 워커힐 호텔에서 진행한 추계학술대회에서 ‘국내 심혈관 환자 치료 접근성이 지역별 격차가 크다’는 내용의 브리핑을 발표했다.

청주대학교 홍재석 교수팀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유 자료를 통해 2003년부터 2007년까지 급성심근경색증으로 치료받은 국내환자 95616명의 발병 30일 후 사망률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방거주 환자들이 서울 등 대도시 환자들에 비해 사망률이 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거주 환자들의 높은 사망률은 대한심장학회에 따르면 환자가 골든타임에 도착하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대한심장학회 심장학연구재단 미래정책연구소에 따르면 급성심근경색증 환자의 증상 후 응급실 도착 시간의 중앙갑을 200분으로 절반 이상의 환자가 치료 골든타임인 180분을 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방 환자들의 사망률이 높은 또 다른 이유는 응급으로 심혈관 중재 시술을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는 인력‧시설이 충족된 심혈환센터가 지역별로 분포 편차를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 지방에 거주하는 급성심근경색 환자들은 일찍 응급실에 도착한다 하더라도 상시 적절한 시술을 받을 수 없어 권역심뇌혈관센터와 같은 대도시 센터로 전원되는 경우가 많다.

학회 측에 따르면 급성심근경색증 진료적정성평가사업에서도 첫 방문 병원에서 시술 가능한 병원으로 전원된 환자의 30일 사망률이 첫 방문한 병원에서 시술한 환자보다 60%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회, ‘정부, 내원 전‧추후 관리 고민해야’

14일 추계학술대회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한 대한심장학회 측은 정부가 병원 내에서의 진료시스템에만 집중한 나머지 의료전달체계, 치료 후 재활시스템 구축을 소홀히 했다고 지적했다.

강동성심병원 심장혈관내과 오동진 교수는 “국가 보건정책의 개입이 중요하다”면서 내원 전 단계, 병원 단계, 추후관리단계에서 급성심근경색증 환자 관리를 해야 하지만 아직 국가에서는 병원단계의 업그레이드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내원 전 단계의 경우 내원이 늦어진 환자의 특성, 지역‧경제적 여건, 사회적 고립, 심리특성 등의 자료가 모이고 연구돼야 하는데 이러한 국가 인구정책에서 바라본 관련 데이터 생산이 하나도 되질 않았다”고 주장했다.

환자 치료 후 재활인프라도 부족하다. 학회 측에 따르면 급성심근경색증 치료 후 퇴원환자에게는 적절한 약물 투여 및 이차 예방을 위한 포괄적 심장재활 치료가 필수적이지만, 전국 심혈관센터의 20% 이하에서만 심장재활치료 인프라가 존재하며 심장재활 가능한 병원에서도 30% 이하의 환자만이 이차예방을 위한 심장재활치료를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학회 측은 현재 정부와 함께 계획을 수립 중인 ‘제 1차 심뇌혈관질환관리종합계획’에 관련 대책을 포함시키겠다는 입장이다.

학회 관계자는 “현재 심뇌혈관질환법 제정을 계기로 심뇌혈관과 관련한 종합적인 국가 보건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나, 이러한 국민 건강 안전만이 실행되기 위해서는 국민적 관심과 정부의 지원 대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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