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제약협회(현 제약바이오협회)는 이사회에서의 투표라는 파격적 방식으로 리베이트 의심 제약사를 골라내 이 중 가장 지목을 많이 받은(다수 득표) 기업 한 곳을 이사회 석상에서 명단 공개했다. 이사회는 그 이전 같은 방식의 투표를 진행했고 당시에는 몇 곳이 몇 표를 받았는지에 대해 수치만 밝히고 명단 공개는 이뤄지지 않았었다.

김영주 부국장

이익단체가 회원 제약사의 불법 리베이트에 대해 투표라는 위험한(?) 방식을 동원해 그 것도 명단까지 공개한다는 것은 분명 쉬운 일이 아니다. 잘 나가는 경쟁업체에 대한 시기와 질투로 명확한 근거 없는 마녀사냥식 결과로 이어질경우 그 뒷감당을 할 수 있겠냐는 우려가 업계 내, 외부에서 제기되며 실행여부에 회의적 시각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당시 집행부는 이사회에서의 투표(설문조사)를 통한 리베이트 의심제약에 대한 명단 공개를 강행했고, 결과적으로 그 우려를 불식시켰다.

이같이 협회가 충격적 방법까지 동원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당시의 거래질서의 혼탁상이 위험수위를 넘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다수의 거대 오리지널 품목의 특허만료가 이어 지고, 오리지널 한 품목당 수십~수백개의 제네릭이 출시되며 과당경쟁 속에서 리베이트가 범람하고 있다는 영업 일선에서의 아우성이 차고 넘쳤다. 더 이상 방치할 경우 리베이트 업체의 시장독식과 더불어 ‘지키는 곳만 손해’라는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는 상황에서 집행부는 일부 반대를 무릅쓰고 강공을 선택했고, 이를 계기로 한동안 리베이트 문제가 잠잠해 지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리베이트와 관련, CSO(판매대행업체)가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정확히 얘기하면 CSO를 통한 제약기업들의 우회적 리베이트가 문제의 전면에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제약기업 입장에서는 회사가 직접 나서 리베이트를 하는 부분에 대해선 피하고 싶다. 적발 업체들이 겪는 곤혹스러움은 스스로 경험했거나 지켜봐서 잘 알고 있다. 리베이트 없이 제품력·영업력으로 승부하고 싶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 리베이트를 대신 건내고, 책임도 져 줄 곳이 있다면 그 유혹은 달콤하다. CSO가 단기간에 우후죽순처럼 번성한 데는 이런 이유도 분명히 있다. 업계내에서 CSO가 리베이트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CSO에 마진을 많이 주고 제품 판매를 의뢰하는 방식이 가장 일반적이다. 평균 마진이 매출의 50% 정도에 이른다니 그 실상을 알만 하다. 적정 마진이 많아도 25%정도라는 것인데 나머지는 리베이트로 주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풀이이다.

또 다시 제약 영업현장에서 리베이트에 대한 아우성이 넘쳐 나고 이번에도 제약바이오협회가 특단의 조치를 들고 나섰다. CSO에 대한 복지부 전수조사 및 국세청 세무조사 의뢰 등을 제안한 것.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녹록치 않다. 협회 이사장단 내부에서도 합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CSO와 관계를 맺고 있는 제약기업이 적지 않고, 협회 이사장단사 가운데도 CSO에 영업 일부를 의존하고 있는 곳이 다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제약바이오업계는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전환기의 한 가운데에 있다. 국가 미래의 먹거리를 책임질 신산업으로 선정돼 범정부 차원의 지원 계획이 발표되는 반면 리베이트의 청산을 강력히 요구받고 있기도 하다.

특히 리베이트 문제는 그야말로 살얼음판 이다. 신정부가 보건의료계의 청산해야할 적폐 1호로 의약품 리베이트를 지목한 상태에서 검·경 등 단속기관은 물론 국세청까지 실적 쌓기에 뛰어들고 있고, 여기에 국회 국정감사의 주요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

내부 반대가 심하고, 가혹하게 여겨질수록 그 조치에 대한 외부의 신뢰와 동의는 커지기 마련이다. 특히 문제가 사회적 관심사 일 때는 더욱 그렇다. 제약바이오협회의 CSO 조치에 대한 내부 반발은 그 조치가 옳다는 반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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