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신문사-대한가정의학회 공동 학술기획

일차진료 현장에 진료·치료 최신지견 - 10

건강노화·성공노화 달성이 궁극적 목표

78세인 김씨 할머니는 고혈압, 골다공증, 요실금, 경도 인지장애, 퇴행성 관절염과 척추협착증, 위장장애, 빈혈, 불면증 등의 진단병력이 있고, 이들 질환에 대해 의원과 병원 세군데를 다니며 4명의 전문의로부터 진료를 받고 있었다. 최근 전신쇠약감, 어지럼증과 낙상, 붓는 증상, 속쓰림 등의 증상이 심해져서 다시 가까운 병원을 찾았고 자세한 진료결과, 여러 곳의 병원을 전전하고 다수의 전문의로부터 진료를 받으면서 늘어나게 된 복용약, 즉 매일 복용하고 있는 약 16가지 중에서 중복되거나 노인에게 부적절한 약물에 의한 부작용으로 발생한 증상으로 확인후 6가지로 투약을 줄인 후 전신상태가 많이 호전되었다.

윤종률 교수
한림의대 가정의학교실

2017년 8월말 현재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수가 725만여명으로 전체 인구 5175만명의 14%를 넘어서면서 드디어 본격적인 고령사회에 접어 들었다(행정안전부 보도자료 2017.9.4). 이는 기존의 예상보다 1년이나 빠른 고령화 속도이다. 게다가 현재의 노인인구 수와 맞먹는 1차 베이이붐세대(1955-1963년생)가 노인인구로 접어드는 3년 후부터 향후 30여년간 이런 고령화 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될 것이다. 실제로 2030년이면 우리나라가 인류역사상 최초로 평균수명이 90세에 이르는 국가가 될 것이라는 연구 보 고 가 발 표 되기도 했다(Kontis 등. Lancet, 2017).

그러나 이처럼 급속한 수명증가와 고령화 속도에 비해 우리나라 노인들의 건강상태는 좋지 못하다. 전체 노인들의 절반 정도가 3가지 이상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 전국 노 인실태조사, 2014). 이와 더불어 주로 만성퇴행성 질환을 앓으며 동시다발성 질환을 가지고 있는 노인병의 특성상 노인의 의료이용은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는데, 2015년 통계자료를 보면 전체 외래 환자의 약 25%가 노인환자이고 입원환자의 경우에는 35%를 넘어서면서 전체 인구의 13%에 해당하는 노인들에게 소요되는 의료비가 전체 의료비의 35%를 상회한다. 결국, 국민들의 질병관리를 일선에서 담당하고 있는 일차의료 의사의 입장에서 효율적이면서도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노인질환과 노인환자 관리에 대한 보다 폭넓은 지식과 기술의 습득이 필수적인 의료환경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인들에 대한 건강관리의 목표는 질병의 1차 및 2차 예방을 목표로 하는 소아 및 청장년시기의 건강관리와는 다른 방향으로 모색되어야 한다. 즉, 질병의 예방과 조기진단을 목표로 하는 것 보다는 이미 발병한 기존질병의 고통과 합병증 발생에 따른 기능장애를 예방하거나 극복함으로써 가정 및 지역사회에서 일상활동을 가능하게 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건강노화 또는 성공노화를 달성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가 되어야 한다(세계보건기구, 2015).

◇노인건강관리를 위한 일차의료 단골의사의 중요성= 일차의료 단골의사는 환자의 주치의 역할을 기꺼이 감당하고 있다. 질병의 종류와 상관없이 포괄적인 진료, 건강할 때부터 아플 때에 이르기까지 예방과 상담을 맡아주는 지속적인 진료, 중증 질환이 의심될 때 적절한 의뢰를 맡아주는 조정자 역할까지 맡아준다.

다양한 만성병을 가지고 수시로 건강문제가 발생하는 노인환자야말로 이러한 포괄적이고 지속적이며 적정치료를 위한 조정자 역할이 가장 중요한 대상이다. 여러 가지 병을 가지고 있다고 여러 명의 의사에게 치료를 받게되는 경우, 전반적인 건강상태에 대한 고려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약물도 과다 처방하게 되는 경향이 생긴다. 정신착란, 허약증상, 어지럼증, 낙상과 거동장애, 식욕저하, 영양불량 등의 소위 노인병증후군이 하루에 6가지 이상 약물복용을 많이 하는 노인들에게 더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노인의 만성질병은 서서히 누적되어 온 만큼 어느 순간 갑자기 나빠진 것은 아니다. 지속적이고 정기적으로 세심하게 관찰하고 추적하면 갑작스런 질병악화를 막을 수 있다. 치료방침이나 약물치료도 노화상태나 건강상태를 고려하여 서서히 조금씩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start low, go slow). 그래서 노인의료를 느림의 의료(슬로 메디신; slow medicine)라고 부른다(윤종률, 나의 어머니 당신의 어머니). 이렇게 시간여유를 가지고 세심하게 관찰하고 상담하며 전반적인 건강상태를 점검하는 역할을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노인환자 치료자는 일차의료 단골의사일 수밖에 없다.

◇어떤 노인환자를 더 유심히 돌 봐야 할까= 평소 건강관리를 잘하여 활발하게 지내는 노인이라면 특별히 노인의학적 관점을 적용하지 않더라도 별 문제가 없다. 그러나 여러 가지 주요 만성병을 동시에 앓고 있고 복용약이 너무 많거나 쇠약하고 우울해 보이거나 정신상태가 자주 변하는 노인환자는 더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어지럼증과 낙상을 자주 당하고 식사를 잘 못하는 어르신, 전신 통증이 자주 생기는 분들도 잘 보살펴야 한다.

이런 노인환자들이 일차의료에서 신경써야 할 관심의 대상이 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노쇠(frailty)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노쇠는 노화나 만성질환의 누적 등의 다양한 원인에 의해 신체내 각종 기관의 생리기능 감소가 지속되면서 작은 외부 스트레스에도 대처할 저항력과 예비능력이 감소한 상태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즉, 노쇠는 그 자체가 질병이라기보다는 기능유지 상태와 기능손실 상태의 중간단계, 다시 말하면 건강과 질병의 중간단계에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Fried 등. J Gerontol A Biol Sci Med Sci, 2001).

이러한 노쇠현상을 보이는 노인은 질병취약성이 높아질 뿐 아니라 질병 회복력도 약화돼 결국 일상생활 기능장애가 쉽게 발생해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장기요양보호 대상이 되거나 조기사망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미리 노쇠현상을 확인해 예방하고 관리하는 것은 노인질환 관리와 예방을 통한 건강노화 달성의 핵심사항이라 할 수 있다.

◇허약한 노인환자에 대한 포괄평가방법= 진료하는 노인환자가 정말로 허약(노쇠)한 상태에 있는지, 노쇠한 상태라면 혹시 평소에 노인병증후군의 발생은 생기지 않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노인환자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과 정기적인 건강상태 및 기능상태 등의 포괄적 노인건강평가를 수시로 적용하여야 가능하다.

그러나 바쁜 임상현장에서 복잡하고 시간 소모가 많은 전반적인 포괄적 노인평가를 일상적으로 수행하는 것은 손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보다 간단한 형태로 전체적인 노인건강문제를 파악하기 위한 방법들을 적용하는 것이 권장된다.

간단한 질문과 진찰로 노쇠여부와 노인병증후군을 확인하는 요령은 <표2>와 같은 선별도구를 적용하는 것을 권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일차의료 수준에서 노인환자가 노쇠 또는 노쇠전 단계로 확인된 경우, 이것이 회복불가능한 상태가 결코 아니며 적극적인 중재를 통하여 회복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 방안으로 다양한 치료법들이 제시되어 있지만, 안 정적인 만성질환 관리를 바탕으로 하되, 새로운 급성질병 발생여부 확인과 치료, 운동요법을 통한 신체능력 강화, 보존적 약물치료, 호르몬치료, 영양보충 등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근력강화 운동과 적정영양섭취 유지가 기본적인 치료이다.

그 외에도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은 다발성 만성질환 적정관리, 다약제 복용과 향정신성 약물복용 억제, 우울증 적극 치료 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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