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주‧시설 확보 ‘청신호’…국내 임상 자원 확보 어려움은 ‘여전’

피내용 BCG백신 부족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녹십자가 오는 2021년까지 개발 예정인 국산 피내용 BCG백신에 대해 백신업계와 의료계가 기대반 우려 반의 시선을 보이고 있다.

국가 백신 자급화 미션의 중대 기로가 될 BCG백신 개발과 관련, 백신 전문자들은 그간 정부가 BCG백신 개발에 헛심만 썼던 과거를 돌이키며 차질없는 백신 개발이 되려면 향후 임상 관련 제도 개선 등이 동반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장기화되는 BCG백신 부족 사태

현재 국가에서 무료예방접종으로 시행하고 있는 피내용 BCG백신은 일본·덴마크에서 전량 수입되고 있다.

이 가운데 덴마크산 피내용 BCG 백신은 질병관리본부 측에 따르면 공장 민영화 절차가 완료되고 생산을 재개, 2018년 1월 국내 공급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백신 관계자들은 덴마크 공장이 노후화돼있어 GMP 설비 변경에 따른 간헐적인 생산 중단 등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할 지는 미지수라고 설명한다.

또다른 수입루트인 일본의 경우 역시 현지 공장의 질 관리 보완으로 생산물량 감소로 공급지연되고 있는데 의료계 일각에서는 BCG가 방광암 치료에도 쓰이는 점을 이용, 항암제 임상에 BGC 생백신이 쓰이고 있다는 설명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더해 피내용 BCG백신이 소아중증 결핵과 그 합병증을 막기 위한 백신인 점을 감안한다면 아직 개발도상국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는 소아중증 결핵대응을 위해 개발도상국이 우선적으로 백신이 인도될 명분도 있다. 국내에서는 의료계에 따르면 1980년대 중반 이후 소아중증 결핵보고사례가 없다.

무엇보다도 피내용 BCG백신이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백신업계가 꼽는 ‘수급 부족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백신업계 관계자는 “BCG백신은 대표적인 비수익품목으로 꼽힌다”면서 “수익성이 있었다면 다른 국가, 업체에서도 개발을 독려했을텐데 아직까지 전무한 점, 일본에서도 항암제 임상의약품 생산을 우선시해 BCG백신 생산이 줄어든 점 등을 고려한다면 해외에서 수입하는 방식만으로는 수급 조절이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백신 개발 계획은 어떻게? ‘정부-녹십자 공조 개발’

근본적인 수급조절을 위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피내용 BCG백신 국산화 파트너는 다름 아닌 녹십자다.

이미 2008년 질병관리본부가 공모, 국가 BCG백신 생산시설 구축 및 생산 위탁사업자로 선정된 녹십자는 약 87억원의 국가 예산을 투입해 BCG백신 생산시설을 이미 구축한 상태다.

이에 더해 녹십자는 지난 8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피내용 BCG백신 개발을 위한 국내 임상1상을 승인받았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BCG균주 확보도 마무리된 상태다. 정부가 그간 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로부터 제공받아 활용했던 BCG균주는 연구용으로만 쓸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더해 질병관리본부는 이란 등과 균주 확보를 위해 접촉하다 최근 파르퇴르연구소와 추가 협상을 진행, 상업용 생산을 위해 계약 조건 변경까지 마무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균주와 생산시설 확보는 그간 질병관리본부에서 BCG백신 개발에 10년 이상 애먹었던 이유 중 하나다. 2006년 당시 BCG백신 위탁생산자로 선정됐던 결핵연구원은 GMP 생산시설에 대한 이해도 부족, 질병관리본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와의 소통 부족 등으로 인해 무산된 바 있다.

균주 또한 질병관리본부가 과거에 파스퇴르연구소에서 가져왔던 균주가 안전성이 검증돼지 않은 연구용을 가져오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으며 이후 국정감사에서 BCG백신 개발 사업에 대한 총체적인 부실이 지적되기도 했다.

질병관리본부는 균주와 생산시설 확보로 인해 BCG백신 개발에 7부 능선을 넘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단언하긴 어렵지만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이제 상업용 임상에 들어가는 단계이고, 이미 해외에서 개발된 품목이기 때문에 백신 국산화가 어렵지많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문제는 남았다. 임상은 어떻게?

질병관리본부가 BCG백신 개발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백신업계는 ‘아직 장담하기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바로 국내 임상 환경, 특히 임상 자원 부족 때문이다.

현재 BCG백신은 국가무료예방접종(NIP)에 포함돼있는 품목이다. 이는 곧 아이가 태어나면 4주 이내에 BCG백신을 자동적으로 접종하게 된다는 의미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 부모가 안전성 유효성이 확인돼지 않은 임상용 백신을 기존 백신 대신 아이에게 접종시킬 수 있겠냐는 것이 백신업계의 주장이다.

임상을 진행함에 있어 피험자들의 건강 증진 향상 등을 보장할 수 있는 유인요소가 없다는 점은 임상 수행을 더욱 어렵게 하는 요소다. 백신업계는 이미 NIP를 진행하고 있는 품목들이 국내에서 임상을 수행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몇 년간 계속 주장해오고 있다.

그렇다고 국내임상 없이 개발도상국에서 싼 가격에 임상을 진행하고 국내에서 품목 허가를 받는 방식 또한 논란의 소지가 있다. 해외 임상의 데이터 신뢰도를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에 대한 문제부터 인종간 특이성을 얼마나 감안할 수 있는지 여부 등으로 인해 실제 사용자인 의사들은 어느 정도의 불확실성을 안고서 백신을 접종하는 부담을 가질 수 있다.

여기에 더해 대부분의 제약사가 임상3상을 진행하는 주요 섹터는 다름 아닌 대형병원인데 국가무료예방접종, 특히 피내용 BCG백신은 보건소에서 거의 대부분 접종이 이뤄진다. 임상시험을 진행할 신생아와 임상시험을 수행하는 의료기관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보건소를 기반으로 하는 IRB(기관생명윤리위원회) 설치는 시도된 바가 없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현 임상시스템으로는 피험자 모집조차 힘들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임상과 관련한 문제에 대해서는 식약처의 업무이기 때문에 질병관리본부에서는 개입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식약처는 모든 사항을 ‘규정에 따라,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BCG백신 개발만을 위한 ‘별도 관리’는 없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해석이다.

백신업계 관계자는 “질병관리본부가 백신 자급화라는 캐치프레이즈만 내걸고 이에 대한 디테일이 없는 것은 백신 개발의 대부분은 식약처를 거쳐서 이뤄지기 때문”이라면서 “공공백신개발지원센터부터 백신 자급과 이슈까지 공은 질병관리본부가 가져가고 식약처는 행정처리만 하는 존재로 부각되는 모양새여서 서로간에 업무 협조가 아직도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얘기를 종종 듣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분명한 것은 의약품개발은 임상을 거쳐야 하고, 이에 대한 이슈는 식약처가 제일 잘 알고 있다는 점을 질병관리본부와 정부가 알아둬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지난 2006년 서로간에 소통 부족으로 식약처의 결핵원 GMP 인증 거부와 같은 사태가 다시 일어나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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