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택일-홍보 부족 등으로 행사기간 내내 '썰렁'
소프트웨어 혁신-공공적 행사로 방향 정립 필요

9월 29일 막을 내린 국제병원의료산업박람회 ‘K-HOSPITAL FAIR 2017’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특히 ‘K-HOSPITAL FAIR’는 올해가 4회째 행사여서 주변에서는 유행어인 ‘그레잇(Great)’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스튜핏(Stupid)’이 됐다”는 목소리가 현장에서 크게 들렸다.

특히 박람회에 참가한 일부 출품사에서는 “등을 떠밀려 무리를 하며 참가했는데 이게 뭐냐”며 ‘흥행실패’라는 말을 거침없이 쏟아내기도 했다.

‘K-HOSPITAL FAIR’ 주관사는 그간의 경험에서 ‘박람회의 접근성을 높여야 흥행 할 수 있다’는 판단을 가지고, 올해의 행사를 기존 킨텍스에서 코엑스로 옮기는 변화를 시도했다.

더욱이 박람회를 주관하는 쪽에서는 실질적 제품 구매자가 관여된 전시회이고, 보건의료산업의 육성과 수출 진흥을 꽤하고 있는 정부의 의지도 높아 박람회의 흥행은 물론 업계전반에 미칠 반사이익도 기대했던 게 사실이다.

실제 이런 기대처럼 금년도 ‘K-HOSPITAL FAIR’는 전시 출품업체가 작년보다 크게 늘어났고, 부대 학술행사도 다수 유치하여 양적인 측면에서의 성과는 분명 있어 보인다.

다만 그 성과라는 것이 주관사측에서 따지는 계산(?)적인 것인지, 출품 업체나 기관·단체, 그리고 참관자 모두가 내용적으로 흡족해 한 것인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휑해도 너무 휑하다" K-HOSPITAL FAIR'가 열린 코엑스 전시장 모습.

다른 것은 차치하고 올해의 박람회를 두고 누구보다 출품 업체들의 불만이 컸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불만의 핵심은 ‘최악의 개최 날짜’였으며, 박람회의 수준이나 내용에 비해 임대료가 만만치 않았다는데 모아지고 있다.

대다수 출품 업체들은 역대급 황금연휴로 이어지는 추석을 코앞에 두고 행사를 강행하여 집중도를 살리기엔 애초 역부족 이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러나 보니 사흘간 이어진 박람회 현장은 한산한 나머지 ‘휑’한 모습이었고, ‘출품 업체직원과 행사진행 관련 요원들이 일반 참관자들보다 많아 보인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물론 주관사 측에서는 “애매한 일정을 몰랐던 바는 아니지만 장소를 빌릴 수 있는 시기가 이 때 뿐이라 어쩔 수 없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그럼에도 박람회에 출품한 기업 쪽에서는 ‘흥행이 안 될 것을 알면서 왜 등을 떠밀었느냐’는 듯 볼멘소리들이 터져 나왔다.

출품 업체의 한 관계자는 “전시 규모와 부스 크기는 조금 커진 것 같지만, 참가자들은 예년에 비해 지나치게 한산한 느낌”이라며 “회사 내부적으로는 솔직히 내달 열리는 KCR(대한영상의학회 학술대회)에 집중하자는 이야기가 많았고 구색 맞추기로 참여하기는 했지만 내년은 불투명하다. 실질적 흥행을 위해서는 K-HOSPITAL FAIR만의 콘텐츠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충고를 하기도 했다.

올해의 ‘K-HOSPITAL FAIR’는 홍보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해 메디칼코리아와 함께 운영하며 얻었던 부수적인 효과도 전혀 누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TV나 라디오 광고 등 전 방위적인 광고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부스 당 수백만 원의 임대료를 지불한 참가업체에 대한 자세한 소개는 있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현장에서 만난 의료기기업체 대표는 “지난 박람회에서 별 효과를 느끼지 못했기에 더 이상 참가를 포기하려 했으나, 병원과의 주종 관계를 생각해서 나왔다. 부스 가격적인 부분에서도 연속 참가하는 업체가 아니면 타 전시회와 비교하여 메리트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전시업체 뿐 아니라 박람회 장소에서 학술행사를 개최한 모 기관의 임원도 “주최 측에서 이런 형태로 세미나실을 제공해 줄지는 몰랐다”며, “박람회장 뒷 공간에 칸막이를 세우고, 이동식 음향장치를 설치해 컨퍼런스를 개최하다 보니 도대체 산만하여 어떻게 행사를 끝냈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감추지 못했다.

물론 이런 지적과 불만들이 ‘K-HOSPITAL FAIR 2017’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공인된 기관에서 이처럼 큰 행사를 기획하고 운영한다면 차별화와 내실이 중요하다. 그래야 출품 업체들이 ‘본전생각’을 안할 것이고, 연관행사로 세미나 등을 주관하는 기관, 단체들의 스트레스도 없을 것이다.

전시회가 난립하고 있는 요즘 시대에 ‘K-HOSPITAL FAIR’가 앞으로도 지속된다면 행사의 격을 높이는 소프트웨어적 진보에 집중해야 할 것 같다. 특히 대한병원협회라는 병원인 단체가 ‘주최자’로서 이끄는 박람회라면 상업성을 지향하기보다 병원과 유관산업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공공적 성격의 박람회로 방향을 정립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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