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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개발과 윤리경영
이재국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상무이사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을 활용한 제약사들의 신약개발 경쟁이 뜨겁다. 약물 탐색에서부터 임상시험 단계의 후보물질에 대한 평가, 부작용 예측까지 광범위하다. 글로벌 제약기업의 AI가 면역항암제를 개발 중이고, 국내의 한 병원에선 의약품 조제 로봇이 항암주사제를 조제하고 있기도 하다. 제약사들과 생명공학 벤처기업, 정보통신기술(ICT) 기업간 오픈 이노베이션 관련 뉴스도 끊이지 않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적인 아이콘들은 제약·바이오산업에 이미 와버린 미래다.

문재인 정부도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고부가가치 창출 미래형 신산업’을 발굴·육성하기로 하고, 여기에 제약·바이오산업을 포함시켜 산업 성장의 생태계를 구축하는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다. 출범을 앞둔 대통령 직속의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이를 종합 관리하게 된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도 회원사들과 함께 ‘인공지능 신약개발 지원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있고, 4차 산업혁명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제약산업이 이처럼 미래형 신산업으로서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부지런히 뜀박질을 하고 있는 와중에 뒷덜미를 잡아채려는 걸림돌이 불거져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적 키워드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리베이트’라는 구시대 유물이다. 협회 차원의 지속적인 자정 분위기 조성과 제약기업들의 강도 높은 윤리경영 정착 노력으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개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난제가 되고 있다. 검찰과 경찰 등 사정당국의 리베이트 관련 수사에 따른 언론 보도나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협회를 출입하는 제약산업 담당 기자들이 4차 산업혁명시대 제약산업의 장밋빛 전망이나 정부 지원 건의사항을 묻다가 어김없이 보건의료계의 리베이트가 왜 근절되지 않고 있는지, 협회 차원의 강도 높은 추가 조치가 있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돌이켜보면 2009년 리베이트 연동 약가인하제, 2010년 리베이트 쌍벌제, 2014년 리베이트 투아웃제, 2016년 청탁금지법 시행 등 타율 규제의 처벌 수위와 법규 제정 빈도는 세계 어느 나라, 어느 산업에서도 사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한 건의 리베이트가 적발되면 3~4년에 걸친 재조사와 추가 조사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언론의 중복적인 비판 보도에 시달리고, 이제 대표이사나 오너의 구속 등 형사처벌은 물론, 수십, 수백억원대의 과징금이나 법인세 추징과 업무정지 등 3중, 4중의 처벌을 각오해야 한다.

여기에다 내년 1월부터 제약기업과 의약품도매업체 등이 의료기관과 의사 등에게 제공하는 모든 경제적 이익에 대한 지출보고서 작성·보관이 의무화되면 보건의료계 전체에 휘몰아칠 후폭풍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 역량과 국가 성장동력으로서의 제약산업 가치를 주목하는 정부의 정책 기조와 국민 시선이 리베이트라는 암초를 연이어 만났을 때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는 불 보듯 뻔하다. 기대는 실망으로, 응원은 질타로 바뀌고, 산업의 자정 능력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되면서 절호의 기회는 돌이킬 수 없는 위기로 급반전하게 될 것이다.

◇지금이 제약산업 도약 골든타임= 어떤 사고나 사건에서 ‘골든타임’을 놓치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처하거나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지금 이 시기야말로 우리 제약산업의 운명을 가름할 골든타임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의 건강 주권을 지키는 동시에 대한민국호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지는 국민산업으로서의 존재 이유가 치유 불능의 리베이트 산업으로 매도당하며 일순간에 설 자리를 잃어버릴 수 있다. 해당 기업 오너나 임직원의 불행을 넘어 제약산업은 물론,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재앙이 아닐 수 없다.

여전히 리베이트 근절의 난제가 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발상의 일대 전환이 절실하다. 이중 삼중의 처벌 법규와 대다수 제약인들의 자정 몸부림에도 불구하고 미완의 과제가 되고 있는 만큼 보다 근원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를 하나하나 따져보고 종합적인 처방을 모색해야 할 때다.

◇제약 암 덩어리 리베이트 근절돼야 = 리베이트는 우리 제약산업의 암 덩어리다. 이를 도려내야하는 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제약산업이 하나의 생명체로서 죽느냐 사느냐하는 생사의 문제다. 암 덩어리의 뿌리를 완전히 제거하지 않는 한 그 어떤 치료나 의료행위도 ‘암과의 동행’을 방치하는 미봉책일 뿐이다.

확언하건대 대다수 제약기업들은 이 점을 알고 있고, 특히 최근 리베이트 관련 이슈들이 불거진 후 위기감은 전례없이 심각해진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살기 위해, 정부와 국민으로부터 버림받지 않기 위해 ‘리베이트 생태계’와의 전쟁에 나서는 각오와 자정 강도는 확연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암을 극복하는데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실을 받아들이는 환자의 마음가짐과 완치하겠다는 의지다. 제약산업이 리베이트 암 덩어리와의 사투를 반드시 이겨내고 국민산업으로서의 소명을 다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 언론과 시민사회의 이해와 격려가 버팀목이 되어주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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