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구제 및 외형제·주사제 니어미스 절반 이하로 줄여…주사제 조제시간도 9.11분 단축

한림대동탄성심병원이 약물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도입해 그 효과를 눈에 띄게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은 지난해 5월부터 의약품의 위치정보를 전산으로 관리하는 ‘약물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통해 니어미스(Near Miss;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던 과오)를 절반 이하로 줄이고 주사제 조제 시간 또한 9.11분 단축시켰다고 7일 밝혔다.

의약품의 조제 및 불출 단계에서 발생하는 의약품 사용과오는 환자 안전을 위협하는 심각한 요인 중 하나로 일반적인 약품의 불출과정은 약사가 약품명이나 약품코드를 보고 약장지도에서 위치를 확인한 뒤 약을 찾는 방식이다.

하지만 보유 약물수가 많고 함량이 추가되거나 신약, 특수약품이 생기고 제약사 사정으로 인한 잦은 약품의 변동 등은 약품 관리를 어렵게 만들었던 것이 사실이라는 한림대동탄성심병원의 설명이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은 “우리 병원에는 2000종이 넘는 약품이 있으며 연 2회 정규신약심의 및 응급심의를 통해 연간 100품목 이상의 약품이 새롭게 들어온다”며 “이 가운데 약품코드․약품명․약품의 모양이 비슷하거나 다함량 약제의 경우 구분이 쉽지 않아 니어미스를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실제 의약품 사용과오에 대한 정확한 통계자료는 없지만 병원 입원화자의 3~6.9%에게서 의약품 사용과오가 발생했다는 2001년 미국 연구결과 발표가 있고 2002년 미국 내 1116개 병원에서 43만여 건의 의약품 사용오류가 발생해 1만 7333건이 환자치료에 영향을 줬다는 조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세계보건기구는 올해 전세계적으로 의약품 사용과오로 인해 지출되는 비용이 연간 42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미국에서만 매일 최소 1건의 사망사고가 발생, 연간 130만명 안팎에 이르는 상해를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한림대동탄성심병원은 내비게이션 시스템으로 모든 약품의 위치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한 뒤 주사집계리스트나 라벨스티커 등 약제팀에서 사용되는 각종 업무유인물에 등록된 위치가 출력될 수 있도록 만든 것.

이후 약사는 출력된 위치정보를 보고 해당 약장에서 손쉽게 약품을 찾아 조제 또는 불출하고 새롭게 약품이 입고되면 내비게이션 데이터베이스에 위치정보를 추가하고 라벨을 붙여 정확한 위치에서 관리되도록 하고 있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이 내비게이션 시스템 구축에 있어 가장 중점을 둔 것은 고주의 약품관리로 모양․발음․코드가 유사하거나 여러 개의 함량이 존재하는 약품을 원거리에 배치해 혼동을 방지하고 포장 단위와 불출 단위가 다른 약품의 경우 박스를 개봉해 불출 단위로 재포장·재배치 했다.

약물 내비게이션 시스템 시행 전후 비교

그 결과 한림대동탄성심병원은 경구제 및 외용제와 주사제 처방에서 니어미스 발생률을 줄이고 조제시간을 크게 단축했다.

구체적으로 제도 시행 전 9주간과 시행 후 16주간을 비교분석한 결과 월별 경구제 및 외용제의 니어미스 발생률은 0.72%에서 0.37%로 48.6%p 감소했고 주사제의 경우 0.15%에서 0.05%로 66.7%p 줄었으며 주사약 불출 소요시간도 시행 전 일 평균 32.07분에서 22.96분으로 9.11분 단축됐다.

이와 관련 황보영 약제팀장은 “의약품 사용과오는 조제과정뿐 아니라 의료진의 과다업무, 인원부족, 잘못된 의사전달시스템 등 다양한 문제에 의해 발생할 수 있고 이로 인해 중증상해, 장애 또는 사망에 이를 수 있다”며 “시스템 개선을 통한 예방을 위해 약물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구축하게 됐다”고 말했다.

황 팀장은 이어 “무엇보다 약물 내비게이션 시스템 시행으로 빠르고 안전한 약물 관리가 가능해짐에 따라 업무정확도가 높아지고 소요시간이 단축돼 환자와 직원들의 만족도가 모두 상승되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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