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진단 제도와 보호의무자 입원 기준 강화 개정법 유명무실
국회입법조사처, “법 개정 까지 아닌 행정부가 예산투입해야”

지난 5월 30일, 의료계의 많은 우려 속에서 시행된 정신건강복지법 시행 100일을 맞아 열린 포럼에서 전문가들은 의료현장 및 지역사회 현장과 괴리감 있는 정책의 재개정이 시급하다는 점에 재차 한목소리를 냈다.

추가진단제도와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기준의 강화 등이 현실적이지 않고 현장의 혼란을 수습할 문의소통 창구 또한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 봉직의협의회 박성혁 학술이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춘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은 6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국가정신건강정책 솔루션 제 3차 포럼; 정신건강복지법 시행 100일 점검과 정신건강 증진체계 강화 국정과제 추진을 위한 정책과 전략’을 개최했다.

이날 대한정신건강의학과 봉직의협회 박성혁 학술이사는 다수 민간병원의 참여에도 불구하고 추가진단전문의사 인력의 극심한 부족이 여전하고 모법에서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기준이 강화됐음에도 복지부가 자타해 위험성의 기준을 완화하는 모순을 보였다는 점을 지적했다.

박성혁 이사는 “공공 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전체 260개의 지정진단의료기관 중 3분의 2 이상을 민간병원에서 담당하고 있다”며 “문제는 민간병원과 추가진단전문의를 선별하고 교육하는 과정이 없을뿐더러 현재 시스템 상 추가진단을 나올 병원을 진단받을 병원에서 지정 신청을 할 수 있어 도덕적 적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즉, 지정진단의료기관이 부족한 일부 지역에서는 병원끼리 추가진단을 주고받는 구조여서 상호견제가 이뤄지지 않고 민간병원 사이에 발생할 대가성 청탁 및 담합의 가능성을 환전히 배제할 수 없어 환자의 인권이 역으로 유린당한다는 것.

박성혁 이사는 추가진단 제도의 예외사항 건수를 살펴보면 인권보호 취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어 추가진단 제도 실패를 사실상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박성혁 이사는 “2017년 6월 한달 간 발생한 강제입원 심사건수 2만5991건 중 자체진단은 1만5726건(58.5%), 입원 연장심사 건수 2만438건 중 자체진단은 1만4660건(71.7%)로 집계됐다”며 “동일병원의 자체진단은 전문의가 부족한 사정에 따라 예외사항을 둔 것인데 본말이 전도돼 예외로 처리해야 하는 건수가 더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이사는 이어 강화된 입원 기준 중 자타해 위험성의 판단 기준이 모호해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는 부분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그는 “자타해 위험성을 좁게 해석하면 질병 초기의 치료적 개입이 어렵고 보호자들이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어 복지부는 자타해 위험성의 기준을 완화하는 지침을 내렸지만 ‘치료필요성’과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게다가 이 지침은 법령에는 전혀 포함되지 않은 진료지침 수준에서 발표된 내용이어서 현장의 정신과 전문의들은 많은 혼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은 지역사회 현장에서도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정신건강증진센터 윤미경 센터장은 “법 시행 전보다 법 시행 후 응급입원 의뢰 및 개입이 58% 증가했고 행정입원 의뢰 및 개입은 350%, 행려 등 의뢰 및 개입은 58%까지 증가했다”며 “특히 행정입원은 지자체간 협의가 필요한데 관련 법조항이 명확하지 않아 난항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윤 센터장은 “응급입원 진행 시 야간, 공휴일의 경우 입원병상 부재로 입원 진행의 어려움이 있는데 명백한 자해나 타해의 위험이 크지 않으면 인권 등을 위해 응급입원에 협조하지 않는 사례로 보호의무자나 센터가 어려움이 많다”고 덧붙였다.

■ 선행동의입원 및 환자의무이송제도 등 장·단기 개선방향 필요…사법적 입원도 지향해야

이날 토론회에서는 구체적인 재개정의 방향성이 다수 제언됐다.

추가진단전문의의 증원이라는 단기적 방안과 제도 자체를 보완하거나 지원하는 중·장기적 방안 등이 그것.

박성혁 이사는 “자체진단 건수가 교차진단의 건수를 압도하고 추가진단에 사적 이해관계의 개입이 가능하며 시간에 쫓겨 신중한 진단을 내릴 수 없는 상황들을 개선하기 위해 민간병원의 인력으로 대체할 것이 아니라 공적 영역에서 추가진단전문의의 대대적인 증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춘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은 6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국가정신건강정책 솔루션 제 3차 포럼; 정신건강복지법 시행 100일 점검과 정신건강 증진체계 강화 국정과제 추진을 위한 정책과 전략’을 개최했다. 포럼 참가자들 단체사진.

아울러 자기결정능력이 완전히 손상되기 전의 환자를 대상으로 손상 발생 시 비자의입원을 하겠다는 사전 약속을 받는 ‘선행동의입원제도’와 보호의무자확인증으로 증빙서류를 갈음할 수 있도록 하는 ‘보호의무자확인제도’ 등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도 박성혁 이사의 제언 중 하나다.

박 이사는 “이 같은 단기, 중·장기적 개선방향의 최종 지향점은 결국 사법기관”이라며 “비자의입원은 환자의 인신을 구속하는 강제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사적개인인 정신과 전문의나 보호의무자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와 사법기관에서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선진국에서 이미 시행되고 있는 형태이며 부양순위의 문제, 법적 분쟁 여부, 파산선고의 여부, 연락두절 보호자 확인 여부 등 비자의입원 조건에 미충족하는 하는 경우를 병원이 모두 판단하는 것은 타당치 않다는 의미다.

반면 국회는 행정부에서 제도 설계를 다시 재점검해야 할 일이지 개정까지 논의할 필요가 없다는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국회입법조사처 보건복지여성팀 이만우 팀장은 “인력 부족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이는 법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의료가 지나치게 민간중심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라며 “국공립 의사를 갑자기 늘릴 수 없기 때문에 2차 진단만 하는 전담인력을 조성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라고 언급했다.

이 팀장은 이어 “결국 법 개정까지 갈 필요가 없는데 정부에서 예산을 들일 생각이 전혀 없는 것이 문제”라며 “관련 행정부가 적정한 예산을 투입하고 지침과 규칙이 제대로 시행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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