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요추서 광범위한 혈종 발생 따른 의료진 잘못 증거 없어” 1·2심 병원 승 판결

뇌하수체 종양 제거술을 받은 환자가 영구장해를 입었다며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1심과 2심 모두 패배했다. 광범위한 혈종이 발생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요추 배액관 발관과 관련해 의료진이 잘못을 저질렀다고 보기 어렵고 증거도 없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서울고등법원 제17민사부(재판장 이원형)는 최근 B병원에서 요추 배액관을 발관하는 과정에서 혈종이 발생했고, 결국 양하지 위약 및 감각저하의 영구장해를 입었다며 2억여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A씨와 그의 가족에 항소를 기각했다.

지난 2012년 B병원에서 자궁내막종양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의료진으로부터 외형상 말단비대증 소견이 있으니 내분비내과 진료를 받으라는 권유를 받고, 성장호르몬 인자 건사를 시행과 CT·MRI 검사를 시행한 결과 뇌하수체 종양 소견이 관찰된 A씨. 의료진은 혈액검사 등 추가 검사로 성장호르몬 분비성 뇌하수체 거대선종을 진단하고 수술을 계획했다.

이후 병원에 입원한 A씨 접형동을 통한 뇌하수체 종양 제거술을 받았는데, 당시 의료진은 뇌척수액 및 수술부위로부터의 출혈액 배액을 위해 A씨 요추 내에 배액관을 삽입했다.

며칠 뒤 요추배액관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허리와 다리 통증을 A씨가 호소하자 진통제를 투여했지만, 저린감과 통증을 지속적으로 호소했고 허리의 당기는 통증에 이어 발열 증상이 나타나 C반응성단백 수치가 확인돼 감염 검사를 의료진은 권유했지만 A씨는 거부했고 외래 진료를 통해 추적관찰하기로 하고 퇴원 조치했다.

퇴원 후에도 계속되는 저림과 요통 증상으로 B병원을 재입원하고 척추 MRI 검사를 시행한 결과 광범위한 혈종이 발생해 흉추 제12번 척수가 압박되고 있음이 확인됐고, 콧물과 같은 분미물이 흐르는 증상이 있어 내시경으로 확인한 결과 수술 부위에 뇌척수액이 새는 소견이 확인돼 응급으로 경비적 뇌척수액 누출 차단술을 실시하고 퇴원했다.

여전한 고통을 호소하며 타 병원에 내원해 정밀검사를 받은 결과 흉추 10번·11번·12번 척추탈출, 신경병증 진단을 받은 A씨는 B병원에 다시 내원해 MRI 검사를 받은 결과 만성 유착성 지주막염 등 소견이 관찰됐고 흉추 감압후궁절제술 및 지주막 유착용해술을 실시 받았지만, 현재 흉추 제8 내지 11번 척수강 경막 내 공간 전방부의 낭성병변으로 척수가 눌려 양하지 위약 및 감각저하로 운동능력에 제한이 있는 상태다.

A씨는 “종양제거술 중에 삽입한 요추 배액관을 발관하는 과정에서 지주막, 혈관 내지 척수에 손상을 가해 광범위한 혈종을 발생시켰고, 발관 직후부터 통증을 호소했음에도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았다”며 “재입원하고 광범위한 혈종으로 척수가 눌린 상태였음을 확인했음에도 적절한 치료를 시행하지 않고, 현재 상태와 치료법도 설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뇌하수체 선종을 확인하고 수술 외의 약물치료 등을 설명하지 않았고 결국 수술로 영구장해를 입게 됐다”며 “약물적 치료를 시행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므로 설명의무를 위반해 수술법 선택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1심에 이어 2심 모두 A씨와 가족들은 승리하지 못했다. 광범위한 혈종이 발생한 사실은 있지만 요추 배액관 발관에 관련해 의료진이 잘못을 저질렀다고 보기 어렵고 증거도 없다는 것이 인정됐기 때문이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요추 배액관은 두께 1mm의 가늘고 부드러운 관으로 발관 중에 삽입 부위의 지주막 및 혈관에 손상을 가할 여지가 적고, 발관과정에서 A씨의 혈관을 손상하는 등 출혈을 유발했다고 평가할 만한 행위를 찾을 수 없다”며 병원의 손을 들어줬다.

또한 “의사는 환자의 상황과 당시 의료수준 그리고 자기의 지식경험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법을 선택할 상당한 범위의 재량을 가진다”며 “또 A씨에게 말단비대증과 같은 외형적 변화가 있고 뇌하수체 종양의 크기가 상당했던 점을 고려하면 수술적 치료를 선택한 것이 적절했다는 감정의 회신 등을 종합해 수술을 권한 의료진에게는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2심 재판부도 “종양제거술과 같은 침습적 의료행위로 인해 출혈은 자연히 발생할 수밖에 없고, 요추배액관 삽관 당시 신경손상이 있었다면 증상이 발현됐어야 하는데 환자가 발관된 이후 저린감과 통증 및 요통을 호소했을 뿐 삽관 직후 증상을 호소한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감정의의 의료진이 혈종제거술 대신 환자를 안정시키는 등의 조치를 우선 취한 다음, 뇌척수액 누출에 따른 2차 수술을 시행한 후 경과가 호전되고 A씨가 문제없이 걷는 것이 가능해지자 퇴원시켰으며, 다시 걸어서 재내원한 것 등을 볼 때 결국 환자에게 도움이 된 것이라는 소견도 인용에 원고의 주장은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