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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절벽’, 이제는 ‘국가적 의제’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무서운 것’ 하면 북한의 핵이거나 그로 인한 전쟁일 것이다. 하지만 북한의 핵보다 더 무서운 것이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절벽이 아닐까 한다. 이처럼 한국에 ‘인구절벽’이란 말이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가정, 웃음소리가 사라진 놀이터, 인구절벽 위기를 맞은 작금의 한국의 현주소다. ‘인구절벽(The Demographic Cliff)’이란 생산가능인구(15~64세) 비율이 급속도로 줄어드는 현상을 지칭한다. 인구절벽의 심각한 문제는 그것이 가져올 연쇄 작용이다. 생산가능인구 감소는 소비 및 투자 위축을 낳고, 이는 제로성장 또는 마이너스성장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저출산이 결국 우리 미래를 벼랑 끝으로 내몰 수 있다는 점에서 인구절벽 대책은 국가적 의제일 수밖에 없다.

홍성익 부국장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15~2045년 시도별 장래가구 추계’에 따르면 비혼(非婚)과 저(低)출산, 고령화 여파로 인구는 2031년 5296만 명으로 정점을 찍고, 가구 수는 1인 가구 증가 등의 여파로 2043년까지 늘어난 뒤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됐다. 또한 가족의 해체로 2026년부터는 모든 시․도에서 1인가구가 대세가 될 것이며, 전국가구의 평균 가구원수는 점차 감소해 2045년 2.1명까지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가임기 여성(15~49세) 한 명이 평생 낳는 아이 숫자인 ‘합계출산율’이 1960년에 6.0명이었지만 지난해에는 1.17명을 기록했다. 세계에서 출산율 증감이 이렇게 극적인 나라는 없다. 이웃 일본만 하더라도 2차 세계대전 직후 4.5명 전후였던 합계출산율이 지난해에 1.44명으로 감소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70년대에 100만명에 달했던 신생아 수가 올해 36만명으로 줄어든다고 하니 가장 빨리 인구폭발에서 ‘인구절벽’으로 가는 국가인 셈이다. ‘인구절벽’이란 개념을 처음으로 설파한 미국 경제학자 해리 텐트는 2015년 ‘세계지식포럼’에서 한국이 2018년을 기점으로 ‘인구절벽’을 맞고 불황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세계 유수의 기관에서 내린 한국의 인구위기와 관련한 무서운 경고는 이전에도 수 차례 있었다. 2009년 ‘유엔미래보고서2’에 의하면 2305년엔 한국은 남자 2만 명, 여자 3만 명 정도만 남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영국의 옥스퍼드대학 인구문제연구소는 ‘한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소멸하는 나라’가 될 것이라는 경고를 한 바도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저출산 현상의 문제점을 간파하고 인구정책을 아젠다(주제)로 설정, 산파역(産婆役)을 자임한 이는 참여정부 초대 장관을 역임한 김화중 보건복지부장관(제42대, 이하 K장관)이다. K장관은 2003년 2월 27일 취임사에서 “노인을 위한 일자리 창출과 아동의 건전 육성, 저출산 시대에 알맞은 새로운 인구정책을 수립 추진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혀 직원들을 놀라게 했다. 이 같은 K장관의 정책 방향에 힘입어 정부는 2005년 저출산 대책을 국가정책으로 채택했으며, 2006년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을 수립해 보육중심의 정책을 전개한 이래로, 올해 8월 16일에는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저출산 대응 컨트롤타워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위원장: 대통령)가 민간 주도의 사회적 논의의 장으로 개편되고, 도전적 아젠더 제시와 범부처 대책 조율을 진두 지휘할 수 있도록 위원회 전담지원체계가 대폭 강화된 이번 개정안은 인구절벽 극복을 위한 국정과제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위상‧역할 강화와 전담 사무기구 설치를 위한 조치로 받아들여진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신설, 민간위원 규모 확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총괄‧조정 기능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하고, 대통령 위원회의 위상에 맞도록 위원회 직속 사무기구를 신설한다. 이후 이런 개편 작업 후 대통령 주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개최하여, 향후 5년의 로드맵에 대해 집중 논의할 계획이다.

 지난 10년간 100조원에 가까운 정부 예산을 투입했지만 출산율은 제자리이다. 왜일까? 가장 큰 원인은 정책결정권자인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출산 가능 세대인 에코붐 세대(1980~1990년생)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에 있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에코붐 세대에게 출산은 자유로운 선택이지 당연한 의무가 아니다. 정부가 출산장려금과 양육수당을 제공한다고 해서 이들이 출산을 곧 결심하지는 않는다. 한 경험적 연구에 따르면 출산율 증감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고용률, 혼인율, 땅값변동률 등의 환경적 변수들이다. 고용률과 혼인율이 올라가면 출산율도 증가한다. 구직과 결혼이 쉬워져야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 특히, 젊은이들이 일과 육아를 양립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버거운 교육비 부담을 덜어줘야만 한다. 출산을 결심할 때 최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나와 아이의 행복이다. 청년실업, 비정규직, 구조조정 등으로 내 삶이 불안하고 불행하다고 느끼는 이들에겐 출산에 앞서 결혼이 쉽지 않은 숙제다. 연애와 결혼을 자유롭게 해야 출산을 결심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필자는 저출산 원인이 복합적이고 구조적인 만큼 그 대응 또한 다각적이며 근본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아동수당 도입, 공보육 강화, 배우자 출산휴가 확대 등의 직접적인 대책도 중요하고, 고용․교육․주거․노후의 4대 불안 해소 등과 같은 구조적인 정책도 중요하다. 좀더 개방적이고 적극적인 이민정책 또한 검토해 봄직하다. 앞으로 개최될 대통령 주재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부터 젊은이들의 눈높이에서 저출산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고 추진되길 바란다. 이제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만사는 늦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법이다. 저출산 문제 해결에 국가, 기업, 국민 모두가 함께 지금 나서야 할 때다.

홍성익 기자  hongsi@bo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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