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협상력 약화 우려…재난적 의료비 지원으로 일단 '대체'

비급여의 급여화를 추구하는 ‘문재인 케어’에 대해 제약계에서 기존의 비급여 영역, 특히 등재비급여를 중심으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등재비급여‧신규약제 약가협상에서 무리한 급여화 정책으로 인해 약가협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인데, 복지부에서는 일단 재난적 의료비 지원으로 대체하고, 기준비급여의 선별급여 정리부터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28일 보건복지부와 제약계 등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고가의 항암제 등 등재비급여에 대한 선별급여 적용 일정을 아직 구체화시키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문재인 케어에 포함돼있는 약제의 급여화 방안은 기준비급여의 선별급여 적용만이다.

기준비급여는 이미 건강보험에 등재된 약제가 적용 횟수‧개수를 초과한 경우에 대한 비급여로, 복지부는 이미 선별급여화 방안(본인부담 차등화)을 토대로 차례차례 급여화시킬 계획이다.

문제는 등재비급여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허가는 받았지만 현재 비급여로 유통되고 있는 경우는 총 세 가지로 이 중에는 건강보험공단과 약가협상 과정에서 결렬되는 품목인 ‘등재비급여’도 포함돼있다.

이러한 등재비급여의 경우 고가의 항암제가 대부분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현재 협상이 결렬된 약제는 64품목, 공급내역이 있는 품목은 6~8품목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급금액은 약 100억원 수준이다.

등재비급여는 신약 개발 제약사와 심평원·건보공단 등 보험당국 간 제시 약가 차이가 너무 커 협상타결이 안되서 발생된다. 신약을 개발한 제약사, 특히 다국적사 입장에서는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으로 책정되는 경우 굳이 약가를 낮춰 판매할 이유가 없다. 한국에서 무리하게 약가를 낮추면 타 국가에서 낮은 참조 가격을 협상 테이블로 가져갈 수 있다.

제약사가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고민거리는 ‘약제 총비용 노출’이다. 물론 시설에서 생산되는 의약품의 총량은 식약처 등을 통해 알 수 있지만, 급여+비급여 혹은 비급여만으로 이뤄진 정확한 약제 매출규모는 정확히 산출되긴 어렵다는 것이 복지부 측의 설명이다.

결국 비급여권에 있는 약제들이 급여권에 포함되기 시작하면 약제 총비용이 노출되기 때문에 제약사 입장에서는 달가울리 없다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일각에서는 정부의 전면 약제 급여화 기조는 자칫 약가협상력을 떨어트릴 수 있다는 분석을 제기한다.

그렇다고 현 정부의 성격상 고가의 항암제를 주축으로 하는 약제 비급여권을 그대로 놔둘 수 없기 때문에 복지부에서는 재난적 의료비 지원사업 확대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 가운데 항암제·희귀난치약제 등 고가약제의 경우 지원금액을 상향 조정해 지원하는 방안이 검토될 예정이다.

그러나 재난적 의료비 지원사업은 건강보험 소득분위 하위 50%에 적용되는 ‘선별적 지원사업’이기 때문에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분석도 일각에선 제기된다.

심평원 내부에서도 등재비급여와 관련, 공급량이 일정수준 이상이거나 의료기관에서 다빈도로 사용하는 약제의 경우 임상적 유용성과 비용효과성을 재검토해 직권조정으로 급여화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무적 판단은 결국 복지부가 키를 잡고 있는 상태다.

복지부 관계자는 “일단 기준비급여의 선별급여부터 진행한 이후 등재비급여 문제는 차분히 살펴보도록 하겠다”면서도 “약가협상력 약화에 대한 문제는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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