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회원들에게 불리하거나 민감한 정책이 예고되거나 시행될 때는 으레 (의협)집행부를 질책하고, '회장 불신임안'을 입에 올리는 일이 다반사다.

최근 추무진 의협회장은 일부 전문과목 중심의 개원의단체가 주관한 긴급토론회에서 ‘문재인 케어에 확실한 입장을 밝히지도 않고,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뭇매를 맞았다.

이날 추무진 회장은 한 의사로 부터 ‘시XX’, ‘칼로 찔러 죽여 버리고 싶다’는 등 심한 욕설까지 듣기도 했다. 그동안 의료계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의협 집행부와 일부 강경한 의사들이 다툼을 벌이는 일을 여러차례 봐왔지만 이같이 심각한 욕설은 처음이었다.

이 와중에도 추 회장은 인내하는 모습을 보이며, 오히려 격한 의사회원의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해 주변 의사들을 머쓱하게 했다.

의협회장직은 '잘해도 욕먹고, 못해도 욕먹는 자리'라는 게 의사사회의 정서다. 이러한 정서만 보더라도 의사들이 좀 더 성숙해질 필요가 있다.

물론 의협회장이 잘못된 판단과 회무를 끌어간다면 의사회원으로서 질책하는 것은 마땅하다. 하지만 의협회장은 의사회원들 손으로 직접 뽑은 수장이다. 그렇다면 기본적으로 지도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정책의 결정까지 믿고 따라주는 것도 회원들의 도리이고, 덕목이라고 본다.

그 때 욕설을 서슴지않았던 의사회원이 '자신이 의협회장이었다면, 자신이 추 회장과 같은 입장에 놓였다면'하고 되돌아봤으면 하는 자세가 아쉽다.

지금 의료 현안이 첩첩산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조건 의협 집행부의 잘못만 따질 것이 아니라 이를 응원하고 힘을 실어주는 자세도 요구된다.

당장 현안 해결에 힘을 모아도 부족한데 질책만 한다면 분란만 생길게 뻔하다. 결국 집안싸움은 의료계의 힘을 약화시키고, 정부와의 협상에서 약점만 노출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과거를 돌아보면 의료계는 위기 때 마다 뭉치는 힘을 발휘해 왔었다. 그러나 부분적으로 안에서의 다툼으로 전력을 소진했던 적도 많다. 때론 질책과 비난이 필요하겠지만 비상시국 일 수록 서로 자제하고, 지혜를 보태주는 미덕이 필요한 법이다. 그래야 상대도 의료계를 어려워하고 지도부도 당당하게 맞설 수 있는 자신감과 힘을 발휘해 나갈것 아니겠는가.

회장도 마찬가지다. 평소 회무에서 회원들의 우려와 불만이 터져 나오지 않도록 몸을 던져 일하는 모습으로 회원들의 신뢰를 받아야 함은 물론일 것이다. 그것이 지도자의 덕목이다.

이번 문재인 케어와 관련해서도 투쟁이 아닌 협상이라는 카드를 뽑았다면 이를 의사회원에게 확실히 이해시키고, 추진하는 것이 보다 좋은 결과를 얻어낼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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