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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이야기] ‘담도암 유발 공범’ 간흡충과 헬리코박터균
 

간흡충이 헬리코박터균을 충체 내에 가지고 있으면서
이 두 병원체가 함께 관여하여 담도암 발생에 공범으로서의 역할을 한다.

사람에 감염을 일으키는 간흡충(liver fluke)은 세계적으로 모두 12종이나 된다. 그중 가장 많은 감염자를 가지고 있는 종은 우리나라에 널리 유행하고 있는 간흡충(Clonorchis sinensis)이며, 중국에도 많은 감염자가 있어 위험 노출 인구가 6억 명에 달한다.

다음은 소나 양을 정상적인 종숙주로 하고 사람에는 우연 감염을 일으키는 간질(Fasciola hepatica)과 거대간질(Fasciola gigantica)인데, 이란을 비롯한 중동 지방과 스페인을 비롯한 유럽지역, 페루·에콰도르 등 남미 등지에 모두 9천 만명이 넘는 위험 인구를 가지고 있다.

세 번째는 타이간흡충(Opisthorchis viverrini)으로 태국·라오스·베트남·캄보디아 등 인도차이나반도의 메콩강 유역에 유행하며, 위험 노출 인구는 약 6천 만 명으로 추산된다.

간흡충 성충의 모습.

또한 타이간흡충과 유사종인 고양이 간흡충(Opisthorchis felineus)은 러시아와 동유럽의 넓은 지역에 분포하며 2천 만 명 정도가 위험 인구로 추정되고 있다. 그 외에도 Metorchis conjunctus, Metorchis orientalis, Metorchis bilis, Dicrocoelium dendriticum, Dicrocoelium hospes, Amphimerus sp.의 모두 6종의 간흡충이 국한된 지역에서 동물과 인체감염을 일으키고 있으나 위험 인구가 그리 많지는 않다.

의학계에서 특히 관심이 높은 두 종은 간흡충과 타이간흡충인데, 이들은 감염 위험 인구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심한 담도염(cholangitis)과 담도 주위 섬유화(periductal fibrosis)는 물론, 담도암(cholangiocar cinoma)을 일으키는 고병원성 흡충으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담도암은 대부분 경과가 나쁘고 5년 생존율도 매우 낮아 임상에서 골칫거리인 암의 하나이다.

간흡충이나 타이간흡충 감염시 담도암 발병 기전에 대해서는 지난 30년 동안 발암물질 공범설이 오래 제기되어 왔다. 즉, 덜 익힌 생선(간흡충감염)과 함께 발암물질이 포함된 음식(불에 탄 음식이나 젓갈 등 심하게 발효시킨 음식)을 섭취하기 때문인데, 이 발암물질(특히, 질소화합물)이 암 유도체 또는 기폭제(initiator)가 되고, 이차적으로 간흡충이 촉진제(promoter)로서 작용한다는 설이다.

실제로 유행지인 태국이나 라오스에서는 생선을 심하게 발효시킨 전통 음식이 여러 종류 있다. 쁠라라(plala), 쁠라솜(pla-som), 솜팍(somfak) 등이 그런 전통 음식의 예인데, 발효 시간이 4~5일 이상으로 긴 경우에는 질소화합물이 많이 나와 발암물질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였고, 이는 동물실험에서 여러 차례 증명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에 간흡충, 특히 타 이간 흡충이 헬리코박터균(또는 이와 유사한 세균)을 충체 내에 가지고 있으면서 이 두 병원체가 함께 관여하여 담도암 발생에 공범으로서의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져 커다란 충격을 주고 있다. 헬리코박터균 중에서는 Helicobacterpylori와 H.hepaticus, H. bilis의 세 가지 종이 간담계의 여러 질환을 일으키는데 가장 깊이 관여한다고 하며, 특히 H.pylori균은 위암, 특히 위 선암(gastric adenocarcinoma)의 원인균으로 이미 확정된 종이어서 이 세균의 존재 자체가 발암 환경 조성에 관여할 가능성이 크게 대두되었다.

실제로 태국 콘켄 대학의 Banchob Sripa 교수 연구진은 2011-2012년에 콘켄 지역 타이간흡충 유행지에서 H. pylori 감염과 담도암 사이에 높은 상관관계가 있음을 발견하였고, 나아가 2015년에는 타이간흡충 충체 내에 아예 H. pylori 균이 늘 함께 서식하면서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기에 이르렀다.

Sripa 교수 연구진은 또한 2017년에도 의미 있는 연구결과를 발표하였는데 콘켄 지역의 타이간흡충 감염자 293명과 비감염 대조군 260명을 대상으로 헬리코박터균의 농도 및 담도 조직 섬유화의 상관관계를 분석하였던 바 타이간흡충 감염강도가 높을수록 H. pylori 및 H. bilis 균의 농도도 높았고 조직 변화도 심하게 나타나, 결국 헬리코박터균이 만성타이간흡충증의 간 손상 유발은 물론, 담도암 발생에까지 깊이 관여할 것이라는 결론을 도출한 바 있다. 이러한 소견은 같은 해에 콘켄 대학 Pinlaor 교수팀의 햄스터를 이용한 동물실험에서도 증명되었다.

이상의 연구결과들을 바탕으로 담도암 발병에 관한 새로운 가설이 나오게 되었다. 즉, 3자 공범설이다. 음식물에 섞여 있는 질소화합물 등 발암물질 섭취와 간흡충-헬리코박터균 감염의 3가지 요소가 모두 공범으로 작용하여 담도암을 발생시킨다는 가설이다. 헬리코박터균이 위암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이미 잘 아는 사실인데, 이에 더하여 간흡충에 의한 담도암 발병에도 공범으로 작용한다고 하니 반드시 간흡충과 헬리코박터균을 우리 몸에서 쫒아내야 할 것 같다.
■ 한국건강관리협회장
■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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