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균
HM&Company 대표컨설턴트

며칠 전 지방의회에서 개최한 정책 토론회에 참석해서 겪은 일이다. 소위 ‘문재인 케어’의 핵심은 의학적 비급여의 전면적인 급여화이다. 이렇게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의료보장성이 확대되고 본인부담이 줄어들면 저소득계층 또는 차상위 계층에서 공공병원을 찾을 이유가 없어 질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따라서 향후 공공병원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서 공공병원 나름의 진지한 토론과 고민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있었다.

현재 의료공급시장에서 9.2% 수준인 공공병원에 대한 역할과 기능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지역사회의 정책적 의료제공이다. 소위‘정책의료’의 범주는 딱히 법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지만 MERS 같은 감염성 질환의 예방과 대응, 호스피스, 응급의료 서비스 등을 포함할 수 있다. 둘째, 민간의료기관에서 수지가 맞지 않아 서비스 제공을 꺼리는 ‘미충족의료(unmet services)’가 있다.

이 진료서비스의 영역으로 주산기의료, 화상치료, 정신병, 소아재활의료 등이 해당될 수 있다. 셋째, 지역사회의 보건의료 인력과 주민들에 대한 건강과 관련한 교육기능의 제공 등 이다.

그동안 지방의료원들이 겪고 있는 경영상의 어려움은 진주의료원 사태로 많이 알려졌다. 전국 지방의료원의 의료수익 대비 인건비 비중은 71.3%로서 민간병원에 비해서 20% 이상 높아 구조적으로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공의료법의 시행에 따라서 공공의료를 의료기능상 공공의료를 제공하면 공공의료로 분류될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지역거점 민간병원도 지약 내 유일한 응급의료서비스 제공을 하는 경우에 정부예산을 지원받고 있다.

그 결과, 공공의료의 그 생태계가 변화하고 있다. 지역사회에서 공공의료기관은 치매환자관리, 장애인 진료 및 소외계층 진료 등‘맞춤형 서비스 ’확대를 요구받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민간의료기관의 의료영역의 확대로 공공의료기관은 경쟁적인 시장을 형성하고 있고, 정신병원은 그 사례 중의 한 예이다. 따라서 공공의료기관의 CEO들의 딜레마는 공공의료기관의 평가 시 공공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평가받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공공병원에서 요구받고 있는 공익의료는 투입되는 인력이나 비용에 비해서 수익성이 낮은 것이 현실이다. 공공병원이 참여하는 호스피스의료, 지역응급의료기관 수행 등 공공의료 수행을 확대하면 할수록 공공병원의 적자가 확대되고 있다. 그 결과 공공기관에서 연말에 예산부족으로 중도에 예방접종 등의 해당 서비스를 중단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 또한, 공공의료기관들은 재정적 자립도와 공공의료의 정책균형을 유지하는데 내부적 가치갈등을 만만치 않게 겪고 있다. 그 결과 최근 지방의료원에서는 병원별 수익성과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 그 해답을 진료전문화(services focus)에 찾고자 하는 사례도 있다.

예를 들면 A의료원은 심혈관질환, B의료원 감염내과, C의료원은 소화기센터 등의 특성화 전략이다. 하지만 공공병원의 전문화 전략의 효과는 제한적이다. 왜냐하면 공공병원의 운영 특성상 진료센터 및 진료과목에 인력과 예산의 집중적인 투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또한, 유사 민간병원과 경쟁을 하기는 제도적 장벽이 너무 높다.

따라서 새 정부에서 ‘문재인 케어’의 시행을 앞두고 공공병원의 평가기능을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공공병원의 기능을 도심형과 지역거점병원으로 구분하는 것도 대안이다. 도심형 공공병원은 정책의료(감염예방, 교육 등), 지역거점병원은 미충족의료(응급, 재활, 주산기진료)으로 기능을 재설정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겠다. 또한, 공공의료기관의 평가기준을 공공 의료기능에 보다 많은 가중치를 부여하여 수익성 비중을 상대적으로 줄여가는 정책 로드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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