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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급여 급여화와 실손보험의 문제
최주현
서울시의사회 홍보이사 겸 대변인

문재인 대통령이 미용·성형 등을 제외한 모든 의학적 비급여를 건강보험으로 급여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번 문재인 정부의 보장성 강화 대책 핵심은 예비급여제도 도입을 통한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신포괄수가제 확대 등을 통한 신규 비급여 발생 차단이다. 이를 위해 2017년부터 2022년까지 30조 6000억원의 재원을 투입할 방침이라고 했다.

기존 비급여(횟수나 갯수 제한이 있는 비급여) 가운데 횟수나 갯수의 제한은 2018년까지 우선 해소하며, MRI나 초음파의 경우 별도 로드맵을 수립해 2020년까지 급여화한다는 것이다.

일부 비용 효과성이 떨어지는 비급여의 경우 본인부담 차등화(50%, 70%, 90%)를 통해 예비적으로 급여화(예비 급여제도)하고, 3~5년 후 평가를 통해 지속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러한 정부 발표에 대해 의료계는 몇 가지 우려 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첫째, 신의료정책에 따라 필연적으로 건강보험재정 악화가 발생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점진적·단계적 보장성 강화가 아닌 전면적인 급여화를 내걸고 정책을 시행하는데 있어, 건강보험료 인상 없이 진행될 경우 건강보험 재정의 붕괴로 이어질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또한 보험재정 절감정책 등을 통해 결국 의료공급자의 희생을 강요하지 않겠냐는 걱정이다.

둘째, 현재 저부담·저수가·저보장 보험정책에서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경우, 원가에 못 미치는 현행 의료수가 보전조치가 없다면 의료기관, 특히 경영상태가 열악한 1차 의료기관의 줄도산 및 3차 대형병원 쏠림현상이 심화되어 대한민국 의료공급 체계의 붕괴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셋째, 보장성 강화와 함께 언급된 신포괄수가제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자칫 비용절감만을 목적으로 의료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우려와 함께 지적되고 있는 것이 실손보험의 문제이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는 의료보험 출범 이래 국민적 숙원 중 하나로 그 목표 자체에는 이견이 별로 없어 보인다. 그런데 지난 참여정부 이래 시작된 실손보험제도로 인해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강화될수록 민간 실손보험사의 이익이 확대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졌다.

실손보험 3천만명 가입 시대에 보장성 강화로 인한 국민들의 이익은 그리 크지 않은 반면, 자칫 국민 세금과도 같은 건강보험료가 민간보험회사로 흘러 들어가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이로 인해 일부에서는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를 하기에 앞서 건강보험과 민간보험을 통합하거나 민간보험시장 자체가 철회되는 것이 맞지 않느냐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과감히 내건 전면급여화 정책이 현저히 평가절하될 수 있는 대목이다.

그간 실손보험 등을 운용하는 민간 의료보험사들은 여러 측면에서 의료계와 마찰을 빚어온 바 있다. 보험료 지급을 둘러싸고 보험사가 의사 및 의료기관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거나, 보험료 지급을 미루고, 보험회사 손해율을 낮추기 위해 환자 개인정보인 진료기록 등을 과도하게 요구하는 등 민간보험사의 횡포에 맞서 의사들은 2014년 초 ‘의료민영화 반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실손보험제도 자체에 그다지 호의적일 수 없는 현 의료계 상황에서, 노무현 정부 시절에 도입된 실손보험 제도는 신정부의 전면 급여화 정책에 있어서 핵심적인 문제로 부각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여러모로 참여정부를 계승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서 실손보험은 자칫 보장성 강화의 목표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일종의 원죄(原罪)로 인식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의 낮은 보장성으로 인해 국민 대다수가 실손보험에 가입해버린 현 시점에서, 국민의 자유로운 선택이 낳은 실손보험의 문제에 대해 정부는 어떤 입장을 가지고 대처해나갈 것인가?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를 기치로 내건 문재인 정부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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