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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케어, 결국은 의료비 통제다'비급여 건보편입, 기관통제 체제로 건보재원 재분배 구조
의료비 총액 절감 계획 없다면서 재원조달 방안은 막연
사진은 지난 9일 서울성모병원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

 8월 9일 발표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은 한 마디로 비급여를 건강보험에 편입시켜 의료비를 건강보험 체계 안에서 통제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내용이다.

 2015년 정부 추산 총 의료비는 69.4조원으로 이 가운데 건강보험이 미적용된 의료비는 13.5조원이다. 즉, 비급여가 10조원 이상을 차지한다는 의미이다.

 정부는 이같은 비급여 의료비를 건강보험 체계 내로 끌어들여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등의 기관을 통제 포스트로 삼아 건보 재원을 재분배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방향 중 일부. 비급여를 급여권으로 포함시키는 '통제기전'으로 정부는 예비급여와 선별급여, 신포괄수가제의 세 가지 카드를 내세웠다.

총액 변함없다는 정부, 재원은?

 이같은 방침을 세우면서 주무부처인 복지부는 의료계에게 ‘의료비 총액은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꾸준히 강조했다.

 김강립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의료비 총액이 줄지는 분석해봐야할 사안”이라며 “국민 의료비의 증가를 이루는 큰 축이 비급여이기 때문에 OECD 국가 중 국민의료비 증가 가장 큰 우리나라로서는 제도적 관리 장치를 갖추는 것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즉 김강립 실장이 설명하는 이번 대책의 주요 골자는 ‘지금까지 관리의 사각지대였던 비급여를 급여로서 관리하고 그 효과성에 대한 정책적 수단을 확보하는 시스템 구축’에 맞춰져 있다.

 문제는 정부가 단순히 의료비 통제 기전만 가져간 상태에서 ‘부담 증가 없이 보장이 강화된다’는 정책적 아젠다만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주장하는 ‘건강보험의 사회안전망으로서의 역할 강화’는 필연적으로 재정 부담 증가가 예상되는데도 불구, 추가 재원 투입은 박근혜 정부가 투입했던 건강보험 재원 24조원보다 6조원 더 많은 30.6조원에 이른다.

 건강보험재정에서 외부로부터 유입되는 계정은 정부지원금과 기금 운용 수익금을 들 수 있다.

 기금 운용 수익금의 경우 수익률이 낮은 국내채권 중심으로 자산을 운용하기 때문에 수익률이 1.7% 수준에 그친다.

 여기에 현재 6.9조원의 이르는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내세웠는데, 아직 그 금액은 확정되지 않았다.

 즉, 의학적 비급여가 급여로 전환되는 금액이 10조원을 넘는데 뚜렷하게 추가 지원되는 금액은 7조원에 불과하다는 점인데, 현재 대규모 인력 충원까지 예정돼있는 심평원과 NECA의 상황까지 고려한다면 건강보험재정의 지출 규모는 더욱 올라갈 수밖에 없다.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국민 의료비 절감

 여기에 더해 근본적으로 이번 대책이 국민 의료비 절감이 아니라는 지적도 함께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의학적으로 필요한 모든 의료에 대해 건강보험이 우선 적용돼 국민 의료비 부담이 획기적으로 경감된다’고 밝혔다.

정부가 내세운 국민 부담 의료비 감소 데이터. 국민들이 의료비 전용으로만 쓰기 위해 매달 납입하는 '국민건강보험료', 즉 보험 재정 부담 요소는 이 계산에서 빠져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국민 의료비 부담은 ‘본인부담금’만을 말하는데, 국민 총 의료비는 향후 의료지 지출을 담보로 매달 납입하는 ‘국민건강보험료’와 ‘본인부담금’을 합쳐서 규정해야 한다.

 즉, 국민 세금까지 더해 ‘국민이 납부하는’ 의료비 총액은 기존과 다르지 않음에도 불구, 정부는 의료비 경감을 주요 키워드로 내세웠다.

 의료계는 이같은 정부의 발표는 두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하나는 의료비 총액 절감을 우려하는 의료계를 달래기 위해 국민들이 오해할 수 있는 표현으로 ‘본인부담금’ 대신 ‘국민 의료비 부담’으로 바꿔 설명했다는 해석이다.

 한 종합병원장은 "여러 면에서 이해한다 쳐도, 이번 정책은 그간 의료계를 수탈해서 모아둔 재정을 풀겠다는 의미밖에 되질 않는다"면서 "선심성 정책의 끝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즉 이번 조치는 정부가 보험재정에서 본인부담 경감분을 보전하겠다는 의미인데 이 경우 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하나는 ‘통제 기전을 정부가 가져갔으니 향후 시장 가격 설정을 통해 지출을 효율화시키겠다’는 해석이다.

 의료비 통제 기전을 강화한 정부로서는 시장 가격 형성의 ‘마스터키’를 가져감으로서 보험 가입자, 즉 국민 여론을 살피면서 ‘시장 가격 인하’를 줄기차게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정부는 이번 보장성 강화 대책에서 OECD 평균을 훨씬 상회하는 1년간 의료기관 이용률 관련 대책 등 ‘합리적 의료 소비 형태 구축’에 대한 담론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의료계에선 일단 분위기를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각계에서 성명서 형태로 입장을 표명하긴 했지만, 넓은 영역을 아우르는 대책이라 각각의 입장에서 유‧불 리가 달라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국가 주도 의료시스템이 강화되는 분위기 속에서 이제 남은 길은 각각의 플레이어들이 국민을 대상으로 펼치는 ‘언론플레이’뿐”이라며 “시장 논리를 무시하는 식의 정부 태도가 국가 의료체계를 근간부터 무너트릴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치영 기자  synsizer@bo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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