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는 국민의 일상생활과 뗄래야 뗄 수 없는 식품이나 의약품의 안전을 담보하는 ‘국민생활 밀착형 기관’으로 꼽힌다.

그래서 국민들은 어떤 철학과 경력을 가진 인물이 식약처장이 보임돼 식품과 의약품의 안전을 보장할까 관심을 갖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이정윤 편집부국장

식품이나 의약품의 안전을 담보하는 일에는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들어 일각에서 신임 류영진 식약처장에게 우려의 눈초리를 보내는 부류도 엄존한다.

필자는 생각이 좀 다르다.

정치는 민심을 살피는 일이고 정무직은 민심을 헤아려 정책에 반영하는 일이 기능의 시작이자 끝이다.

식약처장은 국민의 뜻을 식의약 안전정책에 반영하는 가장 힘센 통로다.

그런 식약처장이 식의약품의 안전을 지켜내는 전문성을 갖추고, 식의약품 안전을 담보하는 조직이나 재원도 잘 챙기고, 식의약품 안전사고 시 국민들이 지나치게 동요하는 일을 막는 리스크 관리 능력까지 갖춘 인물이면 얼마나 좋으랴.

그러나 정치인에게 전문성까지 갖추라는 요구는 무리다.

류영진 식약처장은 취임사를 비롯 업무 보고를 통해 “국민의 마음을 읽어 국민의 마음을 얻자”고 역설했다.

그는 국민의 마음을 얻는 일로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하고 문재인 정부 국정철학인 일자리 만들기에의 기여 등을 독려했다.

식약처가 ‘규제행정’을 통해 ‘국민안전’을 실현하는 기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규제개선’ 주문이 어색하지만 류 처장의 주문은 규제 자체에 매몰되지 말라는 뜻으로 이해된다.

식의약품을 가장 잘 아는 식의약계의 의견을 듣고 ‘안전’만 담보된다면 마음을 여는 행정을 해달라는 요청이 아닐까.

식의약품을 소비하는 국민들의 민심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생산하는 업계의 현실도 무시하지 말아야 하는게 식약처장의 몫이다.

현장 업계의 상황을 느끼는 체감도가 식약처장과 직원들이 다르고 그에 따른 정책적 처방의 강도도 달라진다.

식약처장이 ‘식의약계 속으로’ 빠져 들어야 할 이유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명제를 주목할 때다.

정치인 류 처장이 필(feel)이 꼽힌 ‘일자리’도 식약처가 하기 나름이다.

바이오 등 새로운 분야의 사업은 곧바로 일자리 창출로 이어진다.

힘은 들지만 눈을 부릅뜨고 식의약품을 통해 새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데 식약처 직원들이 능동적으로 나서달라는 부탁으로 여겨진다.

식약처장의 뜻을 받드는데 ‘맨입’으론 안 된다.

식약처 직원들이 뭘 원하는지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것도 처장의 역할이다.

‘관료나 전문가’ 수장이 몸에 밴 식약처는 ‘정치인’ 수장에 거는 기대가 큰 듯하다.

역설적인데 그 해답이 있다.

일부 ‘전문가’ 수장이 전문지식을 놓고 직원들과 씨름하는 사이에 예산은 깍이고 조직이 위축되는 모습을 목도했다.

관가에서는 장관은 업무의 90%를 (식약처 청사) 밖에서 하고 국장은 70%, 과장은 50%를 외부에서 하라는 얘기가 돈다.

수장은 여론을 듣고 업계를 살피고 국회 등 정치권이나 예산과 조직 관련 부처 등과 소통하는 일에 전념하라는 뜻일게다.

그 결과로 국민의 지지를 받고, 업계의 애로가 해소되고, 식약처에 필요한 조직과 예산이 확보되는 성적표를 쥔다면 성공한 수장이다.

'정치인' 류영진 식약처장에 거는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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