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대학 신설 불구 병상수는 기하급수적 증가
간호사들 노동 강도 높아 이직률 높고 근속년수 짧아

지난 10년간 병원간호사 근무환경이 제자리에 머물렀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각종 조사지표가 공개됐다.

대한간호협회(회장 김옥수)는 최근 출간한 ‘대한간호통권 제263호; 병원간호사 근로조건 개선 방향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설명했다.

간협이 지적한 부분은 △세계 최고 수준의 허가 병상 수로 인한 간호대 정원확대 무의미 △변함없는 평균 근속년수와 이직사유 △낮아지지 않는 이직률 등이다.

연구 결과물은 지난 2007년부터 2016년까지의 ‘병원 간호사 실태조사’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됐다.

■ 간호대 정원 늘리면 뭐하나, 운영 병상 수와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도 증가하는데

우선 간협은 간호사 부족문제 해결을 위해 간호대학 신증설이 매년 확대해 왔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허가 병상 수로 인해 만성적인 간호사 부족의 원인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실제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병·의원에는 2015년 말 기준으로 총 66만5920개의 허가병상이 있으며 매년 5% 이상 증가해 2006년 41만581개였던 병상 수가 9년 만에 62%가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매년 2만8천개 가량의 신규 병상이 설치됐다는 의미이며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기준으로 볼 때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간협의 설명이다.

연도별 허가 병상 수 현황, 연도별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수 현황, 연도별 간호사 신규 면허자 배출 현황(그림 위쪽부터)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증가세 또한 2006년 1895개에서 2015년 기준 3678개로 약 1783개 기관이 늘었다.

간협은 “간호사 신규 면허자 수도 크게 늘어나 2006년에는 1만495명이었으나 2016년 현재 1만7505명으로 66.8%가 증가했다”며 “하지만 애초 간호사 부족문제 해결을 위해 늘려온 간호대학 정원확대는 운영 병상 수 급증과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증가로 그 빛을 잃었다”고 강조했다.

즉, 사회적인 이슈로 부상하고 국민건강까지 위협하고 있는 간호사 부족 문제에 정부는 간호대학 신증설과 입학정원 확대 이외에는 별다른 대책을 강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간협은 이어 “여기에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들의 채용행태로 인해 10개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가운데 4곳에서 비정규직 간호사를 채용하고 있는 것에서도 나타나듯 병원간호사 근로조건 역시 개선방향을 잃었다”고 덧붙였다.

■ 높은 노동 강도와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고착화된 근속년수와 이직사유

간협은 근로여건의 기초가 되는 일반병동 간호사 1명당 담당 환자 수에서 일본의 7명, 미국의 5.4명, 캐나다와 호주의 4명에 비해 국내 병원간호사들은 아직도 평균 19.5명을 담당해 선진외국에 비해 노동 강도가 높다는 점을 강조했다.

보고서 데이터를 살펴보면 간호사 1명당 담당환자 수는 10년 전인 2006년 평균 27.6명에서 8.1명이 감소했다.

이를 의료기관 종별로 분류하면 병원이 44명에서 24.8명으로 감소폭이 가장 컸으며 상급종합병원 4명, 종합병원이 1.1명 감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 일반병동 운영 병상 수(일반병동 간호사수)와 연도별 의료기관종별 근속년수 현황.(그림 위쪽부터)

간협은 “종합병원의 경우 병원, 상급종병과 달리 간호사들의 근로조건에 큰 변화가 없었다”며 “이는 이직사유 중 하나가 되고 있으며 실제 병원급 의료기관의 노동강도(24.8명)가 종합병원(21.5명)에 비해, 종합병원은 상급종병(12.1명)에 비해 강하다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고 설명했다.

간호사 평균 근속년수 또한 같은 결과를 보였다.

연구 지표에 의하면 2016년 평균 근속년수는 8.25년으로 병원간호사회에서 조사를 시작한 2013년 이후 변화가 없으며 구체적으로 상급종합병원만 1년 5개월 늘어난 반면 병원은 1년이 줄고 종합병원은 5개월이 감소했다.

간협은 “10년 전과 변함없는 이직사유 상위 랭크는 타병원으로 이직과 출산·육아문제”라며 “타병원으로의 이직은 근무조건이 더 나은 곳으로의 이동을 뜻하고 출산·육아 문제는 일·가정 양립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근속년수가 상급종병만 늘고 종병과 병원은 줄어든 것에 일맥상통한다”고 말했다.

■ 간호사 평균 이직률 ‘소폭 감소’ 신규간호사 이직률 ‘대폭 상승’

간호사의 2016년 이직률은 평균은 15.7%로 병원간호사회가 조사를 시작한 2008년과 비교해 1.3% 낮아진 것으로 확인됐으나 실상 상급종병(10.1%→8.4%)과 종합병원(20.1%→17.2%)만 소폭 줄어들고 병원(20.7%→21.4%)은 오히려 증가했다.

특히 신규간호사의 이직률은 의료기관 종별에 관계없이 모두 상승했다.

상급종합병원 2%(27.8%→29.8%), 종합병원 5.2%(33.0%→38.2%), 병원 7.9%(30.1%→38%)가 그것인데 이는 대형병원 합격자 중 대기자들이 발령과 함께 대거 병원이나 종합병원을 떠나 상급종합병원으로 이직을 선택하기 때문이라고 간협은 분석했다.

간협은 “간호사 및 신규간호사의 이직률을 산업별 이직률과 비교해 보면 각각 평균 3.7배, 8.2배 높았다”며 “보건업(5.2배) 및 사회복지서비스업(11.8배) 등 비슷한 업종에서 종사하는 근로자 가운데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는데 늦은 감이 있으나 병원간호사 근로조건 개선에 대한 근본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부연했다.

연도별 의료기관 종별 간호사 이직률과 신규간호사 이직률(그림 위쪽부터)

이번 보고서에 대해 간협 관계자는 “중소병원 간호사들의 이직을 막고 출산·육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탄력근무제의 도입을 통한 구체적인 유휴간호사 유입방안 마련과 함께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전면시행이 우선돼야 한다”며 “인력확충이 단지 병원 사용자측의 비용부담 문제가 아니라 국가 차원의 과제라는 인식개선도 함께 진행돼야 효과적일 것”이라고 제언했다.

아울러 그는 “분석 결과 30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들의 경우 앞에서는 간호사 부족을 가장 많이 외치면서도 실제로는 간호사 근무여건 개선에 나서지 않고 있는 듯 보인다”며 “간호사 법정인력 기준 미충족 병원에 대한 강력한 법적제재 장치 마련과 이를 위한 수가체계 개선 방안 등 다양한 방안을 즉각 마련하고 시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