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질·적정성 등 한데 모아 동일 목표 바라봐야…잦은 평가, 인력 부족 심화시켜
오제세 의원 주최,  ‘의료기관평가인증제도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서 집약

의료기관평가인증제도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

의료기관에 대한 평가 시스템을 한데 모아 국가 거버넌스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이에 대한 실현 가능성이 주목된다.

8일 오제세 의원실 주최로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의료기관평가인증제도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서 토론에 참석한 이들은 한목소리로 의료질향상 국가적 거버넌스 구축을 주장했다.

김윤 교수가 주장한 거버넌스는 복지부에서 의료질향상심의위원회와 인증위원회, 의료질가산위원회를 통합 관리하며 정책 기획과 조정을 담당하고, 산하에 의료기관평가인증원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료분쟁중재원과 중앙응급의료센터를 두어 의료 질에 대한 일체화된 평가시스템을 만들자는 개념이다.

김윤 교수는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이 출범한 중요한 배경 중 하나가 일선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평가가 너무 많고 중복됐기 때문이었는데, 인증원을 출범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수행하고 있는 적정성 평가와 관련, “인증원이 있다고 적정성 평가가 없어져야 하는 것이 아니며 인증평가와 심평원 적정성 평가의 관계가 서로 동일한 목표를 바라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 현재 적정성 평가와 인증평가는 각각 ‘주요 결과값’과 ‘시스템’이라는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어 일선 의료기관 입장에선 양 측의 이야기 중 누구 말을 들어야 하는지를 모른다는 것이 김윤 교수의 설명이다.

즉, 김윤 교수는 다양한 평가가 하나의 목표점을 바라보기 위해서는 보건복지부 산하에 모든 제도들을 조정하는 위원회를 만들고 의료의 질에 대한 국가적인 거버넌스를 만들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는 잦은 평가로 인한 병원 내 실무자의 업무 부담 증가와도 맞물린 문제다.

김윤 교수에 이어 발제에 나선 이주호 전국보건의료노동조합 정책위원장은 ‘2017년 조합원 실태조사결과’를 제시, 의료기관평가인증제의 부담으로 인한 휴직‧사직 고려 경험과 관련, 전체 응답자의 4명 중 3명 꼴로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답변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현재 의무 인증 의료기관이 몰려있는 사립대병원과 국립대병원이 가장 부담을 느끼고 있었으며, 자율 인증인 지방의료원과 민간 중소병원 등은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다고 답변했다.

특히 일선 의료기관에 만연해 있는 인력 부족 현상은 일선 실무자에게 인증 부담을 더욱 지우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주호 위원장이 제시한 자료에서 의료기관평가인증제 개선 요구 사항을 중 조합원들이 요구가 가장 많았던 항목은 다름 아닌 인력 확충(75.1%)였다.

여기에 더해 이주호 위원장은 인증원의 주요 거버넌스가 자주적으로 평가하기엔 역부족이며 제도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국가 주도의 거버넌스를 만드는 일종의 ‘새로운 판짜기’가 진행되어야 한다는데 목소리를 높였다.

이렇듯 의료 전반에 대한 평가 거버넌스 조정 권한이 없는 인증원이지만, 정작 운영에 대한 독립성은 복지부에 의해 잠식당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왕준 명지의료재단 이사장은 "인증원장 인사가 1년간 미뤄지고 있다"면서 "복지부가 인증원에게 자율성을 주고 있다고는 하지만 실제적으로 인사권을 갖고 통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증원의 출연연 전환도 검토…'자율 평가는 실패했다'

이렇듯 인증원을 넘어 전주기적인 의료기관 평가에 대한 거버넌스 개혁 요구에 대해 인증원에서는 완전 통합이 아닌 상호 보완적인 관계 형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홍모 의료기관평가인증원 본부장은 "현재 적정성 평가까지 고려한다면, 일선 의료기관은 학교 수업 이외에도 학원까지 가서 공부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통합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전제, "각각의 평가가 지표를 연계해 업무 경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상호 보완적인 관계 형성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이와 관련, 복지부에서는 조심스럽긴 하지만 공공기관으로 전환하는 방식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은영 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은 개인적인 의견임을 전제하며 "현재의 자율인증 형태로는 평가인증의 독립성이 부족해질 수 있어 결국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 가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정 과장은 이어 "물론 법 개정 문제와 정체성의 고민이 있을 순 있겠지만 자율적 예산이 아닌 정부 출연연으로서 법에서 정해진 사업들을 하는 방식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오제세 의원은 "평가 인증은 자율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평가 인증이 필요한 기관은 평가를 받지 않을고 할 것이고 평가 인증이 불필요한 기관은 평가받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은 명백히 자율적인 평가인증제도는 실패했다는 방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의사가 갑질을 하는 사람이 아닌, 환자의 안전을 위해 책임을 다할 의무가 있다"면서 정부의 개선책 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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