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범 교수, ‘과도 근로시간 심뇌혈관 질환 증가’…법령 기준 재정립 필요

과다한 업무량과 스트레스로 과로사하거나 심뇌혈관 질환이 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따른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을 수 있을까?

현재 법령은 기준이 모호하고, 근로자 본인에게 입증 책임을 묻고 있어 과로나 스트레스로 인한 심뇌혈관 질환을 앓고 있어도 산업재해로 인정받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에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박창범 교수는 여러 임상연구를 문헌 고찰해 현재의 업무상 재해 인정 기준이 과학적‧합리적이고 타당한지에 대한 연구를 실시했다.

이 결과 표준 근로 시간보다 과도한 근로 시간은 심뇌혈관 질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현재 고용노동부 고시에서 정하고 있는 주 평균 60시간 이하의 근로 시간에서도 심뇌혈관 질환이 증가했다.

또 과도한 근로 시간 외에도 업무와 관련된 만성 스트레스도 심뇌혈관 질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분석됐다.

박창범 교수는 “업무상 스트레스·과로가 심뇌혈관질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최근 많은 연구 결과들이 보고되고 있다”며 “현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및 고용노동부에서 제시하고 있는 업무상 재해 기준의 상당 부분이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거나 미흡한 것으로 나타나 임상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업무상 재해의 법령 기준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박 교수에 따르면 현재 고용노동부에서 고시하는 기준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상황이다.

우선적으로 심뇌혈관 질환과 관련 발병 전 일상 업무보다 30% 이상 증가됐을 경우라는 조항의 경우 객관적으로 밝혀 진 바가 없어 이러한 정량적 표현은 스트레스의 강도를 평가하기가 사실상 불가능 하다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또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 시간이 주당 60시간 이상인 경우 관련성을 제시하는 것도 객관적 근거가 없다는 것. 이는 주당 48시간 이상에서도 심뇌혈관 질환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특히 업무와 심뇌혈관 질환과의 인과관계에 대해서도 ‘명백하면’이란 단서를 달고 있는데 의사들도 판별하기 어려운 문제를 근로자 스스로 증명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명백하면’ 이란 표현 대신에 좀 더 완화된 문구가 필요하다.

박 교수는 “현재 법령은 만성적인 스트레스와 심뇌혈관 질환과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고 있지 않지만, 여러 임상연구를 통해 스트레스가 주요한 요인임이 밝혀졌기 때문에 이에 대한 좀 더 면밀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국가가 현재까지 발표된 여러 임상연구들을 바탕으로 좀 더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해 근로자들이 억울하게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을 줄여나가도록 노력해야 한다”면서 “더불어 과로한 스트레스를 야기하는 근무 환경이나 조직문화 또한 개선해 나가려는 사회적 문화가 성숙하게 자리 잡을 필요가 있다”고도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내 법학 분야의 권위 있는 학술지 외법논집에 지난 5월 게재됐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