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자문 없는 상품개발 시발점…분쟁 못 막는 금감원도 문제

실손보험사들의 도수치료 보장성 문제를 두고 환자들의 불만이 거세지고 있다. 실손보험사로부터 마땅히 받아야할 도수치료비용을 지급받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점은 실손보험사가 전문가들의 자문 없이 상품을 개발하고, 국민들에게 제대로 된 홍보를 하지 않았다는 의료계의 지적을 새겨 볼만하다.

특히 일부 실손보험사에서는 환자의 도수치료 횟수를 부풀리거나 의료기관의 잘못으로 돌리는 등 꼼수까지 보여 눈총을 사고 있다.

여기에다 금융감독원(금감원)에서 지난 4월부터 실손보험 기본보장 항목에서 사실상 도수치료를 제외하고 특약형으로 상품을 판매 향후 이같은 문제는 보다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최근 S생명보험 가입자 P씨(원고)가 해당 실손보험사(피고)를 상대로 제기한 ‘보험금 청구’의 소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원고는 지난 2015년 한국건강관리협회에서 요추 4-5번 중심수핵탈출증 및 척추협장증 요추 5번-천추1번 후방디스크 팽윤 등을 진단받고, 치료 후 피고 측에 진료비를 청구했다.

하지만 원고는 두 번에 걸친 외래진료비(167만2800원)를 제외한 도수치료비(77만6000원)는 지급받지 못했다.

이에 원고는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당사자끼리 자율 조정하라’는 의견을 보였다. 또 금융분쟁도 신청했지만 ‘해당 실손보험사에 문의하고, 그래도 수용할 수 없다면 민사소송을 제기하라’는 답변만 돌아왔다는 것.

결국 원고는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소송 과정에서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진료기록감정서가 큰 역할을 하여 승소하게 됐다.

당시 의협은 “도수치료가 원고의 질병에 적합한 치료법이며, 횟수는 각 부위마다 다소 차이가 있으나 재발한 경우 도수치료를 재시행할 수 있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변호인에 따르면 피고와 관련된 자문건수는 지난 1분기 기준 2690건으로 타 보험사의 추종을 불허한 상황이다.

보통 청구 1~2회까지만 정상적으로 지급하다가 3회째부터 고의적으로 시간을 지체시키고, 보험금 부지급의 근거로 악용하거나 피고 측 뜻대로 합의하는 상황을 연출한다는 것이 해당 변호인의 주장이다.

해당 변호인은 “이번 사건만 보더라도 실손보험사가 도수치료비를 안 주려고 무려 1년 반을 온갖 방법을 횡포를 부리고, 결국 패소하자 불과 2시간 만에 입금이 됐다”며 “금감원의 민원제기는 시간만 낭비하기 때문에 즉각 소송에 임하는 것이 올바르다”라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 의료계는 의료전문가의 자문을 받지 않고 허술하게 만들어진 보험약관이 문제라는 점을 지적했다.

의협 관계자는 “분쟁이 자주 발생한다는 것은 보험약관이 정교하지 않은 것은 물론 의료전문가들에게 자문을 제대로 받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분쟁에 대해 노력하지 않는 금감원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일부 비양심적인 환자나 의료기관으로 인해 실손보험사에서 도수치료에 대해 예민한 것은 이해하나 이러한 단적인 케이스를 일반화시키거나 악용하는 것도 큰 문제”라고 “상품을 판매하는 부분은 실손보험사의 재량이지만 가입자가 약관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의료계는 지난 4월 실손보험 보장에서 제외시키고 특약으로 분리한 도수치료, 근골격게 MRI 등에 대한 우려도 제기했다.

의협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봤을 때 보험에 가입하는 국민들은 보장 수준은 그대로이면서 특약까지 가입해야하는 상황이 되면 보험 가입을 꺼릴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며 “보험사들이 예측한 보험료 이상으로 지급되다보니 일정 횟수나 금액으로 통증치료를 제한을 둔 것으로 보인다. 의료시장에 대한 충분한 연구 없이 계획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경기도에서 재활의학과병원을 운영 중인 한 원장은 “보험사기 등 가입자와 보험사간 불거진 문제를 엉뚱하게 의사들의 과잉진료라는 측면으로 여론이 집중된 부분도 있다”며 “원론적으로 보험상품을 만들 때 의료계의 적극적인 자문을 받지 않고 보험사가 이익만을 생각한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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