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국가인권위 권고-복지부 검토 의지'에 우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보건소장 의사 우선 임용 철폐’를 권고하고 있는데 대해 의료계는 '제2의 메르스 사태를 부를 수 있다'며 크게 우려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4일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서 ‘보건소장 임용 시 의사 우선 임용’과 관련 의료계와 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에는 의료계 대표자로 대한의사협회 김록권 상근부회장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구의사회 임순광 회장이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앞에서 피켓시위를 펼치고 있다.

간담회에 때맞춰 의료계는 보건복지부 청사와 건강증진개발원 앞에서 피켓시위를 벌이며, “국민의 건강과 생명이 직결되는 보건소장은 보건의료전문가인 의사가 맡아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인권위는 지난 5월 보건소장 임용 시 보건 관련 전문 인력에 비해 의사를 우선 임용하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특정 직종을 우대하는 차별 행위이므로 복지부장관에게 관련 근거인 ‘지역보건법 시행령 제13조 제1항’의 개정을 권고한 바 있다.

당초 복지부에서는 이같은 권고를 논의할 이유가 없다는 분위기였지만 문재인 정부가 인권위의 권고 수용률을 높일 것을 지시한 만큼 재검토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이와 관련 간담회 사실이 알려지자 중구의사회에서는 건강증진개발원 앞에서, 충북의사회는 복지부 청사 앞에서 자발적으로 피켓시위에 들어갔다.

이날 피켓시위에 참여한 임순광 중구의사회장은 “보건소라는 곳은 공공의료를 담당하는 곳으로 전문가인 의사가 소장이 되는 것이 당연하다”며 “결코 의사이 밥그릇을 챙기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국민들이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또 “아직까지 전국 보건소장의 60%가 비의사이며, 지방의 경우 더욱 비의사가 비일비재하다”며 “군대 사령관이 비군인이면 되겠느냐? 2년 전 메르스 사태만 보더라도 해결된 것이 아니라 덮어진 것이라고 봐야한다”고 지적했다.

중구의사회 피켓시위 현장에는 의협 추무진 회장과 서울시의사회 김숙희 회장이 격려차 방문하기도 했다.

추무진 회장은 “보건소장을 의사가 하는 건 국민의 건강을 위해 당연히 지켜져야 할 원칙”이다. 이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제2의 메르스 사태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또 김숙희 회장은 “메르스 사태가 벌어진 지 2년, 3년 밖에 안 됐다. 지금 상황에서 감염병 등 질병의 예방, 교육을 총체적으로 할 수 있으려면 컨트롤 타워 자체가 의사가 돼야한다”며 “지방의 경우 보건소장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 문제도 정부나 지자체에서 해결해줘야한다”고 조언했다.

이밖에 의협은 성명을 통해 “최근 복지부에서 인권위의 권고에 따라 관련 사항의 논의를 추진하려고 하지만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궁극적으로 국민건강 보호라는 대승적인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오히려 의사 우선 임용 조항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입법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한편 의협은 이번 간담회를 통해 전달된 의료계의 합리적인 의견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모든 역량을 동원해 강력한 대응책을 강구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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