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이사장 위임 과정서 조합원 동의 없어…개설 문제 있는 의료기관, 급여 청구 부당"

생협을 가장한 사무장병원에 이사장이 요양급여비용 환수 처분에 반발,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했다.

전임 이사장이 의료법 위반으로 형을 선고받았고 조합과 병원을 위임 과정에서 조합원에 동의를 얻는 절차가 없었다는 점과 개인 명의로 된 통장을 활용해 직접 자금을 운용한 점 들이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

서울행정법원 제13부(재판장 유진현)는 최근 OO소비자생활협동조합 전 이사장인 A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제천시장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급여비용환수결정통보처분취소 소송에서 공단에 대한 청구를 기각하고 제천시장에 대한 소를 각하했다.

OO생협조합에 2009년 10월부터 2014년 8월까지 이사장으로 재직한 A씨는 2009년 11월 충북도지사로부터 대표자 변경에 따른 별도의 인가를 받았다. OO생협조합은 2008년 9월 OOO의원이라는 의료기관을 개설했는데, 2012년 6월 상호를 변경했다.

앞서 초대 이사장 B씨는 2014년 4월 청주지방법원에서 의사가 아님에도 의료진을 고용하고 진료실, 물리치료실 등을 구비해 OO생협조합 명의를 빌려 OOO의원을 개설했다는 사실이 유죄로 인정돼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의 판결을 선고받았다.

판결이 확정되자 공단은 A씨에게 요양급여비용을 부당하게 지급받았다는 이유로 2009년 10월 부터 2013년 5월까지 수령한 급여비용 상당의 부당이득금 10억여원을 징수하고 2013년 5월부터 2014년 5월까지 수령한 요양급여비 4억여원을 환수하는 처분을 내렸다.

또한 제천시장은 A씨에게 의료급여비용을 부당하기 지급받았다는 이유로 2009년 10월부터 2013년 6월까지 수령한 급여비용 상당의 급여이득금 1억 8,000여만원을 징수하고 2013년 6월부터 2014년 8월까지 수령한 의료급여비용 6,600여만원을 환수하는 처분을 했다.

이에 A씨는 건강보험분쟁조정위에 공단 징수 및 처분에 대한 취소를 구하는 심판청구를 했으나, 2016년 2월 공단 징수에 대한 심판 청구 부분은 각하하고 공단 처분에 대한 심판청구 부분은 기각하는 결정을 받았다.

하지만 A씨는 “의료법 위반 형사판결을 받은 사실이 없고 이사장으로 위임한 이후 충북도지사로부터 설립인가를 별도로 받았으며 조사에서도 의료법위반이나 중대한 생협법 위반사유에 대한 지적이 없었다”며 “의원계좌가 압류된 상태에서 개인 계좌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고 이사장으로서 의원의 어려운 재정 상황을 타개하고자 방사선사 C씨로부터 운영자금을 차입하고 별도의 인력을 채용하지 않고 직접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했다”고 반박했다.

또한 “이사장 취임 이후 법을 위반한 사정이 없으므로 의원은 적법하게 개설·운영됐던 의료기관으로 처분사유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근거 법령을 고려할 때 사건의 처분은 재량행위라 할 것인데, 각 처분의 사유가 인정되지 않은 점, 입게 될 경제적 타격이 막대해 회복이 불가능한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원은 B씨가 의료인이 아님에도 의원을 개설했다는 의료법위반 사실이 유죄로 확정된 점과 A씨가 B씨로부터 부채를 떠안는 조건으로 조합을 인수한 것으로 보일 뿐 실질적 절차를 통해 조합장으로 선출됐다고 할 수 없다는 점을 주목하며,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는 A씨가 급여비용을 청구했고 지급받는 행위에 상당하는 금액을 납부하게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조합 명의의 통장이나 의원 명의의 통장이 압류된 적이 없음에도 A씨 개인 명의의 통장으로 필요한 자금을 조달해 의료진 월급과 거래처 대급 및 인테리어 공사비를 지급하는 등 자금을 직접 운용했고 의원의 의사 및 직원 고용, 요양급여비용 청구 등도 직접 했으며 조합원의 의사를 반영하는 실질적인 절차는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조합 명의를 빌려 의원을 개설해 운영했다고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의료인 등이 아닌 자가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경우 초래될 위헙을 방지하기 위해 제정된 법의 취지를 실효성 있게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부당한 요양급여비용 청구로 인한 이익이 실질적으로 귀속되는 자에게 연대해 부당이득금 징수의 책임을 부당하게 함이 상당하다”며 “건보 재정의 건실화를 도모하고 투명성 확보를 위해 급여비용을 엄격하게 통제할 필요성이 큰 점에 비취 보면 주장하는 사정들만으로 재량권을 남용한 잘못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제천시장에 대한 소송에 대해서는 제소기간을 초과해 부적합하다며 A씨의 주장은 이유가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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