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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정신보건법은 왜곡된 통계로 포장된 빈 수레다’신경정신의학회, 바람직한 재개정 세미나 개최…법 강행 근거자료들 비교 기준부터 오류투성이
시행 후 효과 복지부 발표는 자화자찬일 뿐…법조계, ‘가장 시급한 개정 내용부터 집중해야’ 조언

의료계가 졸속 도입과 형식적인 시행으로 많은 우려를 낳고 있는 정신보건법(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의 재개정 필요성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가 그동안 정신보건법 개정의 근거로 내세운 자료들이 왜곡된 통계들로 꾸며진 빈 수레와 같다는 이유에서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이사장 정한용)와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이찬희)는 지난 22일 오후 서울대치과병원 대강당에서 ‘정신건강복지법의 바람직한 재개정을 위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는 정신보건법의 개정 필요성을 주장하던 정부의 근거자료에 왜곡이 많다는 것과 시행 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홍보하는 복지부의 발표에 어떤 맹점이 있는지 비판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울산대병원 안준호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발제를 통해 정부의 법 개정 근거 중 ‘강제입원율’과 ‘장기입원일수’, ‘선진국의 사례’ 등에서 정신과 전문의들조차 착각하게 만드는 오류가 존재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안준호 울산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지난 22일 '바람직한 정신보건법 재개정을 위한 세미나'에서 "개정법은 정부가 왜곡된 근거와 자료로 무리하게 시행한 졸속 도입"이라고 비판했다.

우선 비자의입원율에 있어 한국(65%)의 높은 수치를 독일(17.1%)과 영국(13.5%), 이탈리아(12%)와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접근 방식 자체가 틀렸다는 지적이다.

안준호 교수는 “한국은 재원 환자 중앙값 기준으로, 유럽은 연간 입원환자 산술평균을 기준으로 한 것은 비교 대상이 서로 될 수 없다”며 “인구 10만 명 당 연간 비자의입원 숫자는 한국과 유럽이 비슷하고 한국에서는 자의입원이 적을 뿐”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자의입원이 적은 것 또한 지난 2000년 ‘퇴원중지제도’가 폐지돼 자의에서 비자의 전환이 금지된 후 비현실적인 자의입원보다 보호입원을 선호하게 된 것이 이유라는 안 교수의 설명이다.  

안 교수는 “유럽은 현재도 법 위반 환자에 대해 엄격한 강제입원이 적용되고 자의에서 비자의 전환도 자의입원에 포함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안 교수는 같은 이유로 외국과의 입원기간 비교도 적절치 않음을 부연했다.

안준호 울산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그는 “분포가 완전히 다르면 평균값끼리의 비교는 의미가 없다”며 “정부는 단순히 높은 비자의입원율과 긴 재원기간 중간값을 인권침해의 근거로 내세우고 입원 기준과 절차를 까다롭게 해 인권을 보호한다고 홍보 중”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복지부가 개정법 시행 후 1개월 만에 자의입원 비율이 약 15% 증가해 비자의입원 비율을 추월했다고 발표한 보도 자료는 ‘자화자찬’이자 ‘착시’일 뿐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안준호 교수는 “한달 만에 자의 입원이 늘어난 것은 5월 30일 본격적인 개정법 시행 직전부터 정신요양시설의 입소자들을 설득해 자의입소로 변경했기 때문”이라며 “이런 방식이라면 진작 했어야 하는 것이지 굳이 법을 만들려고 애쓸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 정신요양시설의 입소자 추이를 살펴보면 개정법 시행 보름 전인 5월 15일까지 ‘시·군·구청장에 의한 보호 의무자 입소’가 전체 입소자 중 30% 전후를 항상 유지했으나 2017년 6월 21일 기준으로 후견인 신청 중인 일부(4.9%)를 제외하고 모두 자의입소로 전환됐다.

안 교수는 “자의입원은 늘고 퇴원대란은 없었다며 자화자찬하고 있는데 시행방안으로 법령의 기준을 무력화시켰다”며 “결국 법을 시행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로 시행을 억지로 막아 혼란을 피한 것인데 단계적으로 실시하는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법조계에서는 의료계가 ‘선택과 집중’으로 법의 재개정에 힘을 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미나에 참석한 김기영 변호사(법무법인 율촌)는 “개정법의 문제점을 공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신과 전문의들이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한 우선순위를 설정한 후 학회에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과 프로토콜을 구성해 기준화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이번 개정법은 정신과 의사를 신뢰하지 못한다는 배경에서 출발한 것 같은데 사실 인권보호는 국가가 맡아야 하는 일”이라며 “정부가 이 일을 민간인인 의사에게 정당한 대가나 보상도 주지 않고 과중한 책임만 부여했는데 이에 대한 요구도 함께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윤식 기자  21hero@bo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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