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민 서울아산병원 교수, ‘젊은 의사 위한 미래 보건의료 정책-연구에 사용되길’

최근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는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선배 의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는 특별한 기념식이 열렸다.

이날 후배들에게 감사패를 전달받은 의사들은 △류효섭 교수(인천국제성모병원) △안병희 원장(대전 다빈치병원) △오성진 교수(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이미정 교수(단국대병원) △조재형 교수(서울성모병원) △최창민 교수(서울아산병원) 등이다.

의료정책연구협의회 이사로서 전공의 투쟁기금을 관리해 온 최창민 교수(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이들은 ‘전공의 투쟁기금’을 17년 동안 견고하게 관리한 ‘한국의료정책연구협의회(KAMP)’ 소속 의사들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전공의 투쟁기금’은 의약분업이 있었던 2000년, 전국에서 모인 전공의들을 비롯한 의사협회, 의료계 곳곳에서 모금된 것이며 ‘KAMP’는 투쟁이 끝난 후 정리 작업을 하던 의사들이 남은 기금(약 7억원)을 관리하기 위해 만든 정책연구기관이다.

이에 본지는 당시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에서 비상대책위원으로 활동하고 ‘KAMP’이사로 참여했으며 현재 '특별기금 운영위원회'에도 참여 중인 최창민 교수(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를 만나 ‘전공의 투쟁기금’이 최근 대전협으로 이관된 것에 대한 소회를 들었다.

■ 기금 관리의 원칙, ‘전공의를 위한 정책연구에만 사용 + 원금은 건드리지 않는다’

“투쟁이 끝났으니 원칙적으로는 돌려줘야 하는 돈인데 누구에게 기금을 받았는지 알기도 어려웠고 고민 끝에 전공의나 공보의들을 위해서만 사용하자는데 의견이 모아져 KAMP라는 단체가 만들어졌습니다.”

한국의료정책연구협의회에서 만든 정책 연구 책자 2005년 1호.

‘의료정책연구협의회(KAMP)’는 대전협, 기금을 모았던 사람들, 의약분업 투쟁 때 각 병원 대표자들 등으로 이사회가 구성됐으며 최창민 교수의 경우 전공의협의회 5기 공동대표를 맡고 있어 처음부터 이사로 참여했다.

최창민 교수는 “처음에는 KAMP를 통해 젊은 의사들의 문제를 찾아서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전공의들은 의약분업이 보건의료 분야의 정책연구 미비로 인해서 발생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전공의들이 주도하는 연구기관인 KAMP는 △대전협 도약을 위한 제언 △의학 교육에 대한 국가 재정 지원현황 △전임의 제도의 현황과 특성 △전공의 주 80시간 근무 등 다양한 정책연구를 시행했다.

최창민 교수는 “원활하게만 운영된 것은 아니다. 바뀐 전공의협의회 집행부가 공제회를 설립하고 투쟁 기금을 공제회 예산에 포함시키자는 주장이 일면서 분열이 생겼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어 “시간이 지나면서 처음과 달리 의견이 계속 통일되는 일은 없을 수도 있다”며 “하지만 이자가 아닌 원금을 가지고 사업을 하는 것은 안된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후 투쟁기금의 사용처가 불투명해지고 KAMP의 정책연구도 사실상 정지되면서 기금 7억원은 금융펀드에 묶이게 됐고 2017년 현재 이자 등으로 인해 약 11억원까지 늘어났다는 최 교수의 설명이다.

■ 대전협이 다양한 정책 연구 사업에 올바르게 사용해 줄 것이라 믿는다

“의약분업 파업 후 오랜 시간이 지났고 투쟁기금을 관리하는 동안 많은 오해를 받기도 했지만 이제서라도 대한전공의협의회로 이관돼 홀가분합니다.”

최창민 교수가 여러 차례, 여러 곳으로의 이관 시도가 있어왔지만 결국 ‘특별기금’다운 꼭 맞는 옷은 이번 대전협으로의 이관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건넨 한마디다.

최창민 교수는 “최초부터 대전협의 결단이 가장 중요했다”며 “대전협이 기금을 관리할 수 있는 명확한 구조를 만들고 사업을 구상하면 언제든 돌아갈 돈이었다”고 강조했다.

실제 대전협은 특별기금의 효율적인 관리와 운영을 위해 지난 5월 임시총회를 통해 ‘전공의특별기금운영위원회’의 정관을 개정, 운용근거를 둔 바 있으며 최근 위원회 1차 회의를 개최했다.

최창민 교수는 투쟁으로 모인 기금이니만큼 취지에 걸맞은 정책 사업에 대전협이 사용해줄 것을 당부했다.

최창민 교수가 의약분업 당시의 자료들을 통해 '전공의 투쟁기금'의 역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왼쪽) 2000년 의약분업 파업에 동참한 서울대학교병원 전공의들의 단체사진.(오른쪽)

최 교수는 “의약분업 때 의사들이 주장했던 것들은 지금도 틀린 말이 없다. 그것들이 진짜 맞는 말이 되려면 이 특별 기금이 제대로 사용돼야 한다”며 “좀 더 빨리 결정됐어야 하는 일이지만 대전협이 허투루 쓰지 않을 것이라 믿고 이제는 원금을 사용하더라도 젊은 의사들의 미래 보건의료 정책과 연구 등에 활용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 교수는 전공의 후배들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예전과 달리 전공의들의 급여나 수련시간 등에 대한 제도는 생각보다 잘 갖춰졌다”며 “지금은 전공의들이 어떻게 수련을 받아야 좋은 의사가 될 수 있고 미래에 어떤 위치에서 스스로가 일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해 볼 때”라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나아가 그런 고민을 해볼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쪽으로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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