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인력기준, 지역병원 특수성 반영돼야 한다.

전남 동부권을 대표하는 성가롤로병원이 최근 들어 인력 운영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최금순 제라르도 성가롤로병원장(사진)은 “낮은 의료수가에도 그동안 지역 주민들의 생명을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버텨왔지만 갈수록 운영이 힘들다"고 말하고, 특히 "지역병원의 특성을 배려하지 않는 정부 시책으로 더욱 힘이 빠진다”고 하소연했다.

제라르도 수녀원장이 꼽는 병원경영의 어려움은 낮은 의료수가도 문제지만 더 힘든 것은 '간호사를 비롯한 의료 인력확보' 문제다.

제라르도 수녀원장은 "최근 젊은 사람들이 서울 등 대도시를 선호하여 지역병원의 경우 의사와 간호사 등 전문직의 경우 임금을 두배로 준다고 해도 잘 오지 않는 경향" 이라며, 심각성을 제기했다.

그럼에도 지방병원의 특수성이나 공익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똑같은 의료인력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정부 정책이 서운하기만 하다는 것.

제라르도 수녀원장은 “병원은 전쟁이 나도 진료를 해야되는 특수시설이고, 공익적인 임무를 수행하는 곳인데 의료환경이나 사회적인 인프라가 열악한 지방의 병원들에게도 대도시와 같이 획일적인 기준으로 간호사 등의 법정 인력을 갖추라고 하는 것은 '역차별'이 아니냐"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특히 제라르도 수녀원장은 벌써부터 9월 30일 부터 최장 10일간 이어질 '장기연휴'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정부가 연휴 중간 10월 2일 을 '임시공휴일'로 정하면 병원은 응급실만 운영하고 직원들 모두에게 유급 휴가를 보장해야 되는데 타격이 이만저만 아니라는 것.

"물론 일반 국민들은 황금연휴라고 벌써부터 들떠 있고, 실제 국민들의 '휴식권'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병원 살림을 책임진 사람의 입장에서는 장기 연휴기간 병원운영을 생각하면 눈 앞이 캄캄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제라르도 수녀원장이 이처럼 '휴가'에 대해 민감하게 인식하는 것은 '성가롤로병원'만의 특수성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우리병원은 직원의 70%가 여자인데 유난히 가임여성이 많아 분만 육아 휴직이 많은 상황입니다. 따라서 출산이나 육아, 또는 애경사로 휴가 중인 직원이 휴가기간 법정 휴가일이 겹치면 휴가가 그 만큼 연장되기에 이를 대체할 방법이 막연하기 때문 입니다."

그래서 임시공휴일 하루가 늘어나는 것도 인력이 빠듯한 지방병원에서는 여간 큰 부담이 아니라는 것. 이런 상황을 말해주듯 성가롤로 병원은 부족한 인력을 메꾸기 위해 '사회복지팀'의 요원들을 진료및 행정 분야로 배치하는 방안을 강구중이라고 한다.

그동안 성가롤로병원은 무료 백내장 시술 등 의료봉사를 통한 나눔 활동에 앞장서 왔는데 병원 진료 및 행정분야에서 일할 인력이 부족하다보니 고육지책으로 '사회복지팀' 소속으로 의료봉사를 전담하던 인력을 빼내 진료지원부서나 행정파트로 전진배치 해야 할 상황에 직면했다는 것. 자칫 병원의 사회공헌사업이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대목이다.

제라르도 원장은 "간호사 등 의료인력 수급 문제의 어려움은 비단 우리병원만의 문제도 아니고, 정부도 모르는 바가 아닐 것"이라며, "그렇다면 지방병원에 대해서는 의료인력 기준을 탄력적으로 적용해 지역 응급병원이 제대로 운영되도록 따뜻한 정책이 나와줬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한편 순천 성가롤로병원은 가톨릭교회 안에서 수도회가 운영하는 기관으로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수녀들은 최소한의 급여만 받고 봉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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