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추가적 이득 없이도 환자 위해 편의 제공…공익과 사익 형량 잘못돼, 비례원칙 위배"

원거리에 있는 혈우병 환자들을 찾아가 돌본 한 의원이 왕진 신청 결정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복지부로부터 60일 영업정지를 처분을 받았다가 소송을 통해 구제받았다.

서울행정법원 제12부(재판장 장순욱)는 최근 혈우병환자 부설의원 설치운영 등의 사업을 수행하는 사회복지법인 OO재단의원을 운영하는 A재단이 보건복지부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업무정지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복지부는 2016년 12월 OO재단의원이 2013년 7월부터 9월까지, 2014년 10월부터 12월까지 왕진결정통보서가 없는 상태에서 가정을 방문해 진료한 후 진찰료 및 주사료 등의 의료급여비용을 청구해 9,423여만원을 부당하게 수령했다며 업무정지 60일의 처분을 했다.

하지만 A재단은 처분 사유의 부존재와 재량권의 일탈·남용을 문제 삼으며 업무정지는 적법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먼저 “현지조사가 실시된 후 의원으로부터 왕진을 받았던 환자들은 모두 관할 보장기관인 지방자치단체장으로부터 혈우병으로 인해 이동 시 응급상황이 발생할 수 있거나, 거동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1년간의 왕진결정을 받았는데, 이미 존재했던 사유들로 OO재단의원에서 왕진을 받았을 때도 신청을 했다면 보장기관으로부터 결정을 받았을 것”이라며 통보서를 받지 않았다는 사유만으로 속임수나 부당한 방법으로 의료급여비용을 수령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A재단은 “혈우병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의료기관의 수가 많지 않고 대부분의 환자들이 OO재단의원에서 진료를 받고 있는 점, 왕진을 하는 경우 경제적으로 손해임에도 이를 감수하고 해온 점, OO재단의원의 업무가 정지되면 많은 환자들이 적절한 진료를 받기 어려워지는 점 등을 종합해 이번 사건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원은 정상적인 절차에 의해서는 급여비용을 지급받을 수 없음에도 부당한 방법으로 급여비용 지급에 관한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쳐 비용을 지급받았다고 보기 어렵고, 의료급여 재정의 건전화와 적정한 진료행위의 확보라는 공익이 혈우병 환자들이 입는 불이익에 비해 크다고 볼 수 없다며 A재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미리 왕진신청을 했더라면 결정을 받을 수 있었을 개연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왕진대상자들에게 실제로 의료급여를 제공하고 비용을 청구했고 허위 기재를 하는 등 부당한 방법을 이용했다는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 급여비 지급에 영향을 미쳤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비록 OO재단의원이 왕진결정을 받지 않은 채 급여비를 청구해 지급받기는 했으나, 복지부로서는 대상 환자들에게 왕진의 필요성이 있었는지 여부를 구체적으로 살펴 그 필요성이 없음에도 왕진을 하고 그 급여비용을 청구한 경우에 비로소 부당청구라고 판단해야 할 것임에도 왕진결정 없이 의료급여가 행해졌다는 것만으로 부당청구라고 판단했다는 점에서 처분사유에 대한 심사를 제대로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왕진 대상 환자들을 실제로 진료했고 상응하는 급여비용을 청구한 것으로 보이므로 의료급여재정에 추가적 부담을 초래했다고 볼 수는 없다”며 “내원해 진료를 받은 경우와 비교할 때 추가적 이득은 없는 것으로 보임에도 의료진이 시간과 비용을 들여 왕진을 한 것은 원거리 환자들의 편의를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OO재단의원의 업무가 정지될 경우 혈우병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는 데 장애가 초래될 것이고, 단순히 법익의 제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의료급여 수급권자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온전히 공익을 제고하기 위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또한 업무정지처분에 갈음하는 과징금을 부과할 재량도 가지고 있는데 충분히 사정들이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공익과 사익의 형량이 지나치게 잘못되어 비례원칙에 위배된다”며 처분 위법을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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