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진흥원 연구보고서에 반발…‘자격만 부풀린 터무니없는 발상‘’ 지적

한의학의 미국 진출을 위해 면허에 ‘MD(Dotor of Medicine)’라는 표기가 필요하다는 연구보고서가 나오자 의료계가 당혹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진흥원 자료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지난해 12월 제출된 ‘미주지역 한방 의료기관 진출 전략 개발(총괄책임자 경희대한방병원 김영철, 책임연구자 순천향대의대 나성수)’ 연구보고서를 최근 공개했다.

해당 연구보고서에서는 우리나라 병원급 및 개인 한의원의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각각의 장점을 살려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제안을 하고 있다.

특히 이중 선결과제로 한의사가 대한민국 의료체계에서 의사의 자격을 갖춘 레벨의 의료인임을 미국에서도 인정을 받아야한다는 내용이 언급돼 있다.

즉 중의사들처럼 한의사들도 복지부 발행 영문면허증에 MD로 표기해야한다는 게 연구자들의 주장이다.

이밖에 연구보고서에는 세계의학교육기관목록(WDMS)에 한의대가 등재돼 의사의 자격을 갖춘 의료인이 양성되는 교육임을 국제적으로 증명해야한다는 의견도 제시돼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이같은 진흥원 연구보고서에 ‘어처구니없는 황당한 연구보고서’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의협 관계자는 “이같은 말도 안 되는 연구가 정부의 지원을 받고 진행됐다는 점에 유감을 표한다”며 “책임연구자가 의사와 한의사 면허를 모두 소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연구보고서를 제출했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한의사들이 정말 MD가 되고 싶다면 의대에 입학하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일 것”이라며 “한의사에게 MD의 자격을 부여하는 것은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의협의 입장처럼 의료계 일각에서도 ‘매우 불쾌하다’는 심정을 내비쳤다.

의료계 한 인사는 “국내에서 발행하는 면허에 자격만을 부풀리자는 건 터무니없는 발상”이라며 “해외 진출을 위해 엉뚱하게 자격을 부여했다가 되레 국제적으로 망신을 당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의료계 인사는 “한의사의 위상이나 미국에서 인정받고 싶은 목적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한의대가 정규 의대로 인정받게 되면 미국 USMLE 시험을 볼 자격을 획득할 수 있다는 측면의 의도가 강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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