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병원 이주연 교수 설문조사 - 진도주민 16%·주민자원봉사자 20% ‘경험’

세월호 참사 당시 진도주민 16%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앓았으며, 특히 자원봉사 참여 주민 중 20%가 이같은 증세를 겪는 등 매우 빈번하게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사실은 전남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주연 교수가 세월호 참사 한 달 후인 지난 2014년 5월부터 한 달간 주민 자원봉사자(756명)를 포함한 진도주민 2,298명(남성 1,144명·여성 1,15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밝혀졌다.

이 내용을 담은 논문 ‘세월호 참사동안 주민 자원봉사자들의 외상후스트레스장애와 관련된 요인(Factors associated with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symptoms among community volunteers during the Sewol ferry disaster in Korea)’은 국제학술지인 ‘통합정신의학(Comprehensive Psychiatry)’ 최근호에 게재됐다.

이번 조사에서 세월호 참사 이후 사건이 반복적으로 생각나고, 쉽게 놀라는 등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증상이 나타난 진도주민이 16%인 362명에 달했다.

특히 팽목항서 자원봉사했던 주민 151명(20%)은 뚜렷한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보였으며, 전문가 도움을 받고 싶어하는 욕구가 일반 주민 보다 훨씬 높았다.

이같은 결과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가 보통 큰 사건·사고를 당한 피해자에게서 주로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주변에서 지켜보거나 도움을 준 사람도 뚜렷한 증세가 나타난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성별로는 남성 161명, 여성 201명이 증세를 보여, 여성이 남성보다 다소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는 사람이 전쟁·고문·자연재해·사고 등 심각한 사건을 경험한 후 그 사건에 대한 공포감을 느끼고, 사건 후에도 계속 재경험을 통해 고통을 느끼게 되는 질환으로, 정상적인 사회생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 논문의 교신저자인 정신건강의학과 김성완 교수는 “세월호 참사의 충격이 매우 크다보니 희생자 가족을 가까이서 지켜보고, 돕는 상황만으로도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증상이 빈번하게 나타난 점은 주목할 사항이다”고 설명했다.

또 김성완 교수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는 재난의 피해자 뿐만 아니라 재난 현장의 구조인력이나 자원봉사자들에게서도 발생할 수 있으므로 재난에 노출된 다양한 구성원의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과 돌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세월호 참사 당시 현장에서 진도심리지원단장으로 구조대원과 지역주민의 의료지원을 진행했던 전남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윤진상 교수는 “예고 없이 발생하는 다양한 재난사고의 광범위한 영향을 대비해 정신건강 지원인력과 서비스를 국가와 지자체가 미리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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